"역대급 손실 불가피"…홍콩H지수 ELS 판매사 전수조사 [이슈N전략]

조연 기자

입력 2023-11-27 08:49   수정 2023-11-27 08:49

    <앵커>
    홍콩H지수와 연계한 ELS에서 수조원의 원금 손실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도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 전수조사에 나섰는데요. 이 내용 증권부 조연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조 기자, 잊을 만 하면 금융상품 대규모 원금 손실 이슈가 불거집니다. 얼마나 심각한 상황입니까?

    <기자>
    우려되는 손실 규모가 최소 3조원 이상입니다.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당시 피해액이 4천억원대,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 피해 규모가 2조원대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피해가 얼마나 클지 가늠하실 수 있을텐데요.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H지수 ELS는 국내 5대 은행에서만 약 13조원 육박하는 규모입니다. 이 중 8조 4천억원이 상반기에 몰려있습니다. 4대 증권사(미래.NH.KB.삼성)도 2조4천억원 수준이고요.

    잠깐 설명을 해드리자면 ELS 상품은 크게 녹인(Knock-in)형과 노녹인(No Knock-in)형으로 나뉩니다. 녹인형의 경우 한번이라도 기초자산 지수가 가입 당시 대비 50%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는 상품입니다. 손실을 피하려면 만기 상환 시점에 70%까지 지수가 올라와야 하고요. 노녹인형은 기간 내 얼마나 떨어지는지 상관없지만, 만기 때는 65% 이상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결국 원금 손실을 보지 않으려면 홍콩H지수가 내년 상반기 중 7000~8000선을 회복해야 하지만, 현재 6000선을 오가고 있죠. 손실 규모는 상품 조건과 만기 시기 지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H지수가 현 수준에 머무른다면 40~50% 원금 손실이 날 것이란 전망입니다. 실제로 지난 7월 가장 먼저 손실 발생이 시작된 하나은행 ELS 상품을 보면 손실률이 46%에 달하는 상황입니다. 8조4천억원에 대입해보면 3조8600억원 가량 손실이 발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금융감독원은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부터 현장 조사에 착수했고, 금융권 전체로 조사를 확대했습니다. 충분히 원금 손실 가능성과 고위험 상품군이란 설명을 했는지, 불완전 판매 여부를 이번주까지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판매액 규모를 보니 국민은행의 걱정이 가장 크겠습니다. 다른 은행들 비해 압도적으로 큰 상황인데,
    그런데 이게 히스토리가 있다고요?

    <기자>
    네. 많은 분들이 DLF와 사모펀드 사태 등 대규모 금융사고 기억하실 겁니다. DLF 불완전판매 사태 당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큰 위기를 겪었고,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때는 신한과 하나은행에서 사태가 발생해 KB만 피해갔었는데, 정반대 상황이 된 것입니다.

    여기에는 역설적인 이유가 있는데, DLF 사태 당시 금융당국이 각 은행별로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 한도를 설정했습니다. 그 기준이 2019년 11월말 각 은행의 신탁 잔액이었는데요. KB국민은행이 가장 많았던 것이죠. KB국민은행의 신탁 잔액이 18조원이 넘었고, 신한과 하나가 9조원대, 우리은행이 7조원대, NH농협은행이 4조8천억원 순이었습니다.

    여기다 이번 H지수 ELS 판매상품을 보면 다른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노녹인형'을 주로 판매한 반면, KB는 녹인형을 집중적으로 팔았습니다.

    물론 ELS는 기초자산인 지수나 개별 주식 가격이 일정 구간에 머무르면 통상 3~6개월마다 조기 상환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원금에 5~7% 이자를 주는 6개월 만기 예금상품처럼 느껴질 수 있는 거죠.

    문제는 홍콩H지수는 지수 특성상 중국 정부 규제 영향권에 있는 데다 50개 종목으로만 구성돼 변동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이미 2015~16년에 국내 투자자들을 울린 적도 있습니다.

    <앵커>
    그럼 홍콩H지수 ELS의 손실 우려가 불거진 건 1년 전이군요. 5000선이 깨졌던 그 때입니까?

    <기자>
    맞습니다. 녹인형의 경우 한번이라도 50% 아래로 떨어지면 안되니까요.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홍콩H지수 ELS에 대한 손실 우려가 불거졌고, 금융당국의 모니터링도 지속돼왔습니다.

    물론 H지수가 상승해 일정 수준 위로 올라와주길 바랬지만, 올해 들어서도 하락세가 지속됐죠.

    올 상반기 CFD 사태로 시끄러울 때에도 당국과 금융업계는 H지수를 계속 주시하고, 일부 은행들은 TF를 꾸려서 중도상환 등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예고된 시한폭탄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이르긴 합니다만, 만약 손실 규모가 지금 예상처럼 크고 불완전 판매까지 또 확인된다면 상당한 타격이 예상됩니다.
    '제2의 사모펀드 사태' 우려도 나오고 있죠

    <기자>
    네, 라임·옵티머스 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제재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주 중 판매 증권사(KB.NH.대신) 최고경영자들에 대한 최종 징계가 나올 예정인데요. 중징계인 문책 경고, 그리고 KB증권의 박정림 대표는 기존 제재보다 높은 '직무 정지' 처분 결정까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29일 확정될 방침.

    다시 홍콩H지수 ELS로 돌아가면, 은행권에서도 "금액이 워낙 크기 때문에, 원금 손실이 본격화되면 혼란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내년 우리 증시에도 부담이 될 것.

    DLF 사태 손실 규모 4천5백억원대였는데, 당시 투자경험 없는 치매환자, 또는 손실확률 0% 강조하는 등 불완전 판매 사례가 나오면서 역대 최고 수준의 배상비율이 결정된 바 있습니다. 최대 80% 배상이 이뤄졌고, 설명에서 안전성만 강조한 사례의 경우 40% 수준, 올 초에도 개인투자자 소송에서 60% 배상하란 판결이 나왔습니다. 또 불완전판매 사태에 대한 제재 과태료도 700억원에 달했고요.

    판매사들의 대규모 손실과 함께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가 다시 도마위에 오를 수 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부정적 입장을 직접 밝힌 바 있고요.
    다만 불완전판매가 아닌 정상적 판매하고 운영했다면, 피해가 아닌 손실이 될 것입니다. 또 DLF, 사모펀드 사태를 지나면서 투자자의 투자 검토와 자기 판단에 대한 책임 원칙도 매우 강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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