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내년 예산, 여전히 '0'…존폐 위기론까지

입력 2023-11-29 06:23  


서울시 산하 미디어재단인 교통방송(TBS)에 대한 시의 지원이 결국 내년 1월부터 완전히 끊길까, 극적으로 6개월간 유예기간을 얻어 기사회생할까.

서울시의회가 다음 달부터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 심사에 나서는 가운데, TBS의 운명의 시간도 다가오고 있다.

29일 시의회 등에 따르면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2월 1일부터 14일까지 내년도 서울시와 시교육청 예산안을 심의 의결한다.

문제는 내년도 시 예산안에 TBS 지원을 위한 출연금이 전혀 편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의회가 예산안 심사 전에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TBS는 사실상 존립이 어렵다. 이제 남은 기간은 이틀뿐이다.

앞서 시의회는 지난해 11월 TBS에 대한 서울시의 예산 지원 근거인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2024년 1월 1일부로 폐지하는 조례안을 가결했다. 다수당인 국민의힘은 당시 김어준씨가 진행한 TBS 시사 프로그램 '뉴스공장'의 정치 편향 등을 이유로 가결을 주도했다.

같은 해 12월 해당 조례가 공포됐고, 시가 TBS를 지원할 근거는 사라진 셈이다.

하지만 시는 지난 6일 조례 시행을 6개월 연기해달라고 시의회에 긴급 요청했다.

TBS의 혁신·독립경영을 위해 내년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TBS도 지난 27일 정태익 대표이사와 박노황 이사장 공동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효율적인 조직 재구성과 민영화 준비를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한시적 시행 연기를 시의회에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시의회 전체 의석의 3분의 2가 넘는 76석을 차지한 국민의힘 기류는 부정적이다.

앞서 시는 TBS의 폐지조례 시행일을 내년 7월로 미루자고 시의회에 요청했지만, 개정조례안을 만들어 제출하지는 않았다.

정례회 기간 전 의안 제출기한(10.16)을 넘긴 상태에서 고심을 거듭한 끝에 시가 급박하게 요청한 상황이지만, 국민의힘 시의회는 이 요청을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시의원은 "서울시로부터 폐지조례 시행 연장을 요청하는 공문 외에는 온 게 없고, 기본적 절차는 이미 늦었다"며 "TBS가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제출한 것도 없고 연장만 해달라고 하니, 시의회 입장에서도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또 최근 더불어민주당 시의원 30명이 TBS 지원 폐지조례 시행일을 2년6개월 연기하자는 취지의 조례안을 공동 발의했지만, 현재 시의회 구성상 이 안이 논의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조례안 개정을 위한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에서 안건을 발의하고, 시의회 의장이 이를 긴급하다고 인정한 경우 긴급 안건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당 소속으로 시의회를 이끄는 김현기 의장은 강경한 입장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 의장은 "의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끝났다"며 "(폐지 조례안은) 당연히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시 집행부와 소관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지만, 김 의장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TBS가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있는 가운데 지원 폐지가 현실화하면 현 정부 들어 공영언론이 문을 닫는 첫 사례가 된다. 평소 합리적 보수 성향으로, 조정과 타협을 통해 각종 현안에 매끄럽게 대처해온 대표적 '의회주의자'로 통하는 김 의장 임기 중에 언론 역사상 흔치 않은 방송국 폐국을 강행한 기록이 남는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대규모 장치산업인 방송 특성과 어려운 경영 여건상 인수 주체 물색에 시간이 걸리는 데다 인수자도 제한적인 언론계 현실을 고려할 때 지원폐지를 예고했다고 해도 불과 추진 1년 만에 민영화 등 구조 개혁이 아닌 5공화국 언론통폐합 이후 최근에는 전례가 드문 폐국이라는 극단적 절차로 직행한 점에서다. 현저한 손해나 경영상 위험 등 급박한 사정이 없는 상태에서 시와 TBS의 유예 요청에도 불구하고 지원을 끊을 경우 절차 요건을 둘러싼 논란이 나올 수 있다.

내용 측면에서도 목적 달성을 위한 여러 길 가운데 폐국이라는 '극약 처방'으로 곧바로 나아간 게 수단으로서 적절했는지, 그 과정에서 TBS에 대한 침해가 최소한으로 이뤄졌는지, 지원 중단으로 얻는 공익과 충분한 유예기간 없는 폐국으로 인해 시와 시민·TBS가 겪는 불이익 간 법익의 균형이 맞는지 등을 놓고 행정소송 등 향후 논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TBS는 연간 예산 약 400억원 중 70% 이상을 시 출연금에 의존한다.

지원 폐지 조례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사실상 TBS의 산소마스크를 떼버리는 셈이다.

시의 지원이 끊기면 TBS는 제작비는커녕 인건비조차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TBS가 향후 6개월 동안 지급해야 할 인건비만도 퇴직금을 포함해 약 1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이대로 상황이 끝나면 현재 있는 TBS 노동자에게 월급을 줄 방법도 없다. TBS는 직원들이 받아 가야 할 퇴직금도 못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유예 기간을 주지 않는다면 대규모 소송전으로 비화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경우 로펌 선임, 소송 대응과 재판 진행에 따른 추가 부담까지 발생해 불필요한 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상되는 부작용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법적 근거가 없는 한 시로서도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이젠 의회의 시간"이라면서도 "아직은 시의회가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조시형  기자

 jsh1990@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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