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주식시장에서 '정치 테마주'들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26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 때문에 주가가 급등한 대상홀딩스와 대상홀딩스 우선주가 한 예다. 배우 이정재가 총선 출마설이 도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저녁 식사를 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두 사람이 현대고 동문인 사실이 알려졌다. 이정재가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과 오랜 연인 사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대상홀딩스가 '한동훈 테마주'가 된 것이다.
당시 6천940원이던 대상홀딩스 주가는 이튿날 상한가를 기록하며 급등세를 타 이날 1만4천원으로 100% 오른 상태다. 대상홀딩스 우선주는 7천670원에서 7배인 5만1천700원까지 올랐다 이날 5배인 4만600원에 거래됐다.
코스닥 상장사 와이더플래닛 역시 이정재의 영향을 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 8일 운영자금 19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는데 신주 배정 대상자가 이정재라고 공시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이정재가 최대주주가 된 와이더플래닛은 유상증자 공시 전부터 주가가 오르기 시작해 연일 상한가를 기록,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기까지 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이날 하루 동안 매매거래를 정지시켰다. 와이더플래닛은 지난 4일 2천765원에서 열흘도 안 돼 4배인 1만590원으로 뛰었다.
정치 테마주들은 보통 정치인 누구누구와 혈연, 학연, 지연이 있다는 식의 논리를 내세우지만, 대부분 근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
대상홀딩스는 지난 1일 주가 급등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에서 "최근 정치 테마주로 거론되고 있으나 사업 내용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한동훈 테마주'로 언급되며 주가가 들썩인 덕성도 지난달 27일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정치 테마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치 테마주는 해당 기업의 실제 사업이나 실적과 무관하다 보니 뛰어오른 주가가 돌연 꺾이곤 해 '폭탄 돌리기'가 되기 일쑤다. 주가가 오르는 중간 차익을 챙기고 나간 대주주나 특수관계인 등 일부만 이득을 볼 뿐 섣부른 투자자는 피해를 보기 쉽다.
대상홀딩스는 임 부회장의 부친인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주가 급등을 틈타 보유 중이던 우선주를 전량 매도해 현금화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치 테마주는 기업 가치 변동과 관계가 없는데 빨리 사서 더 떨어지기 전에 매도하면 되겠다는 한탕주의적 성격이 짙다"며 "급등한 주가는 급락하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이전보다 정치 테마주 범위가 더 넓고 대형주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최근 증시가 상승 모멘텀을 못 찾고 있다 보니 테마주가 더 많이 움직인 것 같다"며 "정치 테마주는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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