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이민법' 파장…거센 반발에 장관 사표까지

입력 2023-12-21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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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점 과제로 추진한 이민법 개정안의 후폭풍이 거세다.

프랑스 진보 매체 위마니테는 21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마크롱 대통령에게 "이민법을 공포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는 청원서를 올렸다.

청원서에는 프랑스의 유력 예술가와 정치인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일간 르파리지앵은 이 청원서에 서명한 인사가 1천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아니 에르노, 작가 니콜라 마티외, 축구 선수 출신이자 배우인 에리크 캉토나 등을 비롯해 사회당 소속인 안 이달고 파리 시장, 파비앙 루셀 공산당 대표, 강경 좌파 성향의 노동총동맹(CGT) 소피 비네 사무총장 등도 참여했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이민법 개정안이 "극우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의 디딤돌"이라며 마크롱 대통령이 법안을 공포해선 안 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국민연합(RN)의 지지를 받아 의회에서 제대로 된 토론도 없이 채택된 이 법안은 우리 공화국의 근간을 무너뜨린다"며 "외국인 혐오라는 독을 침투시키고 속지주의에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근간인 평등과 차별금지 원칙을 어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런 증오와 분열의 법은 우리의 동료인 외국인이나 이민자들의 운명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결속을 위협한다"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가는 길을 여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좌파 정당들은 마크롱 정부가 우경화했다며 연일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마크롱 정부의 각료 중 좌파 성향을 띤 오렐리앙 루소 보건부 장관은 전날 항의의 표시로 사표를 내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프랑스5 방송에 출연해 이민법 개정은 "타협의 산물로, 프랑스에 필요한 방패였다"며 여론 진화에 나섰다. 우경화 지적에도 자신과 마린 르펜의 지향점은 다르다면서 자신을 찍어 준 유권자들을 배신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 역시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 조항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법안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법안을 헌법위원회에 제출해 세부 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사해달라고 요청했다.

헌법위원회는 한 달 안에 법안 전체 혹은 일부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가려야 한다.

지난 19일 국회를 통과한 이민법 개정안은 프랑스에서 외국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자녀가 성년이 되면 프랑스 국적을 자동으로 취득하는 현행 '속지주의'를 폐지했다. 대신 자녀가 16세∼18세 때 국적 취득을 신청하도록 했다.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프랑스 태생의 외국인은 귀화가 불가능해지고 경찰 등 공무원을 고의로 살해해 유죄판결을 받은 이중 국적자는 프랑스 국적이 박탈된다. 또 가족 이민·학생 이민 조건도 강화됐으며, 프랑스 거주 외국인에 대한 기초 사회 보장 지원도 근로 여부나 사회 기여 등에 따라 달라진다.

애초 정부가 마련한 초안은 이보다 다소 완화한 내용이었으나 우파가 다수인 상원 심사를 거치며 조항들이 강화됐다. 상원 안은 이후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다시 완화됐고 이에 불만을 품은 우파와 이민법 개정 자체에 반대하는 좌파 진영의 벽에 부딪혀 아예 하원 심사를 받지도 못하고 법안이 거부됐다.

이민법 개정이 아예 물 건너갈 위기에 처한 마크롱 정부는 상원과 하원에 합동위원회 구성을 요청했고 합동위원회는 상원 안과 90% 정도 유사한 강화된 합의안을 내놨다. 이후 지난 19일 상원과 하원에서 법이 가결됐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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