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증시의 배당제도는 얼마를 받을 지도 모른 채 투자해야 했다는 점에서 '깜깜이 배당'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올해부터 제도가 개선되어 기업들이 배당금을 먼저 확정하면 투자자가 배당을 받을 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올해 마지막 거래일까지 이제 한 주도 채 남지 않았다. 연말이면 으레 해온 배당주 투자전략을 어떻게 바꿔가야 하는지, 배당락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Q&A 형식으로 풀어봤다.
Q. 배당제도, 어떻게 달라지나요?
A. "배당금이 얼마인지 보고나서 투자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는 결산기 말일, 곧 12월 마지막 거래일이 주주들의 의결권이나 배당받을 권리를 확정하는 기준일이었다. 배당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배당금이 얼마인지는 다음해 3월 정기주총에서 결정됐다. 주주들은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배당투자를 해왔다.
앞으로 주주의 권리를 확정할 때 의결권과 배당받을 권리의 기준일이 분리된다. 기업들이 배당기준일을 DPS(Dividend Per Share, 주당배당금. 배당금 총액을 발행주식수로 나눈 값)가 확정된 이후로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배당제도 개선안> 출처: 금융위원회
<김지영 베어링자산운용 배당본부장>
김지영 베어링자산운용 배당본부장은 "미국은 이사회가 이익배당을 결정하고 배당액이 확정된 이후에 배당 기준일을 정하고 있어 배당금액을 알고 투자하고, 배당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를 받아왔다"면서 제도 개선 이후 국내 투자자들의 배당 예측가능성이 한결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또 "배당이 결정되고 나서 실제로 배당을 받는 기간 동안에 기다리는 기간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는 12월말에 배당권리가 확정되고 실제로 배당을 받기까지 3개월 이상 걸렸지만 앞으로 이 기간이 최소 1개월 이상 단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Q. 배당 받고 싶어요. 26일까지 주식을 사야 하나요?
A. "기업의 배당기준일 이틀 전에만 사면 됩니다"
예년엔 12월 결산 상장기업의 배당을 받기 위해 증시 마지막 거래일 이틀 전까지 주식 매수를 완료해야 했다. 대한민국 증시에 상장된 대부분 종목들(일부 리츠 등 제외)의 배당기준일이 12월 말일이었던 만큼 이날까지 주식이 입고되기 위해서는 2영업일 이전까지 매수해야 했던 것이다. 올해의 경우 증시 폐장이 28일이니까 이틀 전인 26일이다. 새로운 제도를 아직 도입하지 않은 상장사의 경우 예년과 마찬가지로 26일까지 주식을 사둬야 배당을 받을 수 있다. 이와 달리 이번에 정관변경을 공지한 상장기업의 경우 배당기준일을 공시한 이후 그 시기에 맞춰 주식을 매수하면 된다.
또한 기업들은 정관을 바꿀 때 배당기준일 2주전에 공시해야 한다. 즉, 투자자들은 공시부터 배당기준일 이틀 전까지 주어진 기간 내에 해당 기업의 주가가 유리할 때 매수하는 배당투자전략을 취할 수 있다.
참고로, 기업의 배당기준일 변경 여부와 일정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각 기업들의 기타경영사항(자율공시) 공시, 현금·현물배당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기준일) 결정 등 공시를 찾아보면 된다.
<기업 배당기준일 안내 관련 공시-예시>
Q. 매년 반복되는 배당락, 올해부턴 사라질까요?
A. "배당락의 시장 영향이 줄어들 전망이에요"
배당을 받을 권리가 사라지면서 더이상 주식을 갖고 있을 필요가 없어진 배당 투자자들의 매물이 쏟아져나오며 주가가 하락하는 것이 배당락이다. 배당기준일 다음날이 되면 우리 주식시장은 기대 배당수익률에 비례하는 수준의 낙폭을 반영하며 거래를 시작한다. 지금까지 대다수 종목들의 배당기준일이 12월 말로 동일했기 때문에 코스피, 코스닥 지수를 끌어내리는 원인이 됐다. 앞으론 기업별로 배당기준일이 분산되면서 모든 기업의 배당락이 한 날에 몰리는 현상은 한결 줄어들 전망이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위원>
김민규 KB증권 연구위원은 "주주총회 시즌에 배당락이 몰려있을 수는 있지만 기준일을 기업이 정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하루에 모든 매물이 쏟아져 나오며 지수가 주저앉는 일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올해는 제도개선 첫 해인 만큼 배당 기준일을 바꾸기로 한 기업들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에선 예전처럼 배당락 매도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날짜가 분산될 뿐 개별기업의 배당락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배당의 예측가능성이 훨씬 높아졌기 때문에 배당락의 폭은 줄어들 수 있다고 증권업계는 분석한다. 김 연구위원은 "DPS가 얼마인지 알고 있는 상태에서 배당락은 과거보다 강한 하락을 동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앞으로 배당락은 '아는 정보를 반영하는 사건'이며, 주가에 미리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Q. 배당을 많이 받으려면 어디에 투자해야 하나요?
A. "배당수익률을 보세요"
22일 현재 12월 결산 상장사(2,267곳) 중 636곳이 배당 절차를 개선하기 위해 정관을 변경했다. 전체의 28% 정도로, 나머지 72% 기업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12월 말일이 배당기준일이다.
(출처:KB증권)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배당기준일 변경을 확정 공시한 기업중 배당수익률이 가장 높은 기업은 동양생명으로 10.06%다. 대신증권 우선주가 뒤를 이었다. DGB금융지주와 기업은행, 대신증권 보통주, 삼성화재·NH투자증권 우선주의 배당수익률도 8%대다.
(출처:KB증권)
올해는 과도기인 만큼 기존 12월을 그대로 배당기준일로 삼는 기업 수가 더 많다. 이중에선 넥스틸, 도이치모터스 배당수익률이 7%대로 높았고, 유수홀딩스와 삼성증권, 화인써키트, 삼지전자 등이 5~6%대 배당수익률이 기대됐다.
Q. "내년 상반기, 배당 2번 받을 수 있다고요?"
기말 배당 기준일은 정관을 바꿔 변경할 수 있게 됐으나 분기배당 기준일은 여전히 각 분기말인 3월, 6월, 9월 말이다. 예컨대 분기배당을 실시하는 기업이 결산 배당기준일을 이듬해 3월로 결정했다고 가정해보자. 전년도 결산 배당기준일과 이듬해 1분기 배당기준일이 근시일로 겹치게 되며, 주주는 두 번의 배당을 받게 된다.
김지영 베어링자산운용 배당본부장은 "내년 상반기에 한해서는 바뀐 배당지급정책을 채택하고 분기배당을 지급하는 기업의 경우 23년 기말배당과 24년 1분기 배당을 겹쳐서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며 내년 상반기 두 번의 배당금 지급 기회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증권가에선 대표적으로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이같은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Q. "배당도 받고 주가도 오르면 좋겠어요"
김지영 베어링자산운용 배당본부장은 배당측면에서도 유리하면서 향후 저평가 해소에 따른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섹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주사, 금융주, 내수주, 완성차의 저평가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이 회사들은 PER 2배~5배로 거래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저평가가 심해진 이유는 배당으로 돌려주는데 인색했기 때문으로, 배당성향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고 자사주매입, 소각에도 과거와는 다른 개선이 눈에 띄어 향후 저평가 정도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위원도 "금융과 자동차는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도 늘어나 배당여력이 충분한 고배당주"로 꼽았다. 그러면서 배당락이 미뤄진 걸 반영해 유리한 투자시점을 내년초로 꼽았다.
"우리나라 기업, 제대로 배당주는 제도 확립되길"
배당제도 개선으로 합리적 투자환경에 보다 다가갔다는 기대가 높다. 기업 입장에서도 배당의 예측가능성을 높여 일방적 배당락에서 벗어날 수 있다.
김지영 베어링자산운용 배당본부장은 "앞으로 배당발표일이 기업마다 다를 것이므로 배당금과 배당정책은 좋은 투자 뉴스거리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며 배당주에 대한 주의환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위원은 "향후 예상보다 배당이 많은 '배당서프라이즈'가 주가상승의 재료가 될 수 있겠지만 웬만한 서프라이즈에는 반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입장에서 배당이 주주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나 환원 증대에 대한 의지 피력까지 카드를 쓸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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