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청주의 눈썰매장 시설물이 무너진 사고 현장에서 가족과 함께 놀러 왔던 소방관이 시민들을 구조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고로 부상을 입은 두 명의 중상자 모두 이 소방관이 구조했다.
충북안전체험관 소속 권민호 소방장(41)은 지난 24일 초등학생 아들과 아내와 함께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사고가 난 청주시 상당구 지북동 농업기술센터 눈썰매장을 찾았다. 통로에 서 있던 그는 '우르릉'하는 굉음과 함께 자신의 옆에 있던 비닐하우스 형태의 이동통로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목격했다.
바로 뒤에 있던 시민 4명이 잔해더미에 깔린 것을 보고 그는 즉시 다른 시민들과 함께 이들을 빼냈다. 그 직후 "사람이 더 있다"는 아내의 다급한 외침을 따라 무너진 이동통로 위쪽을 향해 달렸다.
성인 몸통만한 얼음 더미와 철제구조물 속에 어린 남자아이가 거품을 물고 쓰러진 것을 본 권 소방장은 다른 시민과 함께 얼음덩이를 치우고 아이를 빼냈다. 그리고 다른 시민에게 심폐소생술(CPR)을 맡기고 구조가 급한 다른 시민들을 찾아 나섰다.
바로 근방에 잔해더미에 눌려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의식을 잃은 또 다른 시민이 있었다. 권 소방장은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구조돼 오랫동안 숨을 못 쉬었던 것 같다"면서 "CPR을 하니 금방 의식을 되찾으셨는데, 하마터면 골든타임을 놓칠 뻔했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권 소방장이 구한 남자아이와 여성은 당시 중상자로 집계됐던 2명의 환자들이다.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가 소방 당국 도착 전 회복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사고에 넋을 잃은 채 어쩔 줄 몰라 하거나 울고 있던 시민들도 많았다"면서 "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고 전했다.
권 소방장은 시민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압사 위험이 있으니 잔해더미에 올라가지 말라는 등의 통제를 잘 따라주고 힘이 닿는 대로 함께 열심히 구조 작업을 펴 주신 시민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지난 24일 오후 4시 29분께 이 눈썰매장에서 비닐하우스 형태의 이동통로가 무너져 10여명이 깔렸고 3명의 중경상자가 발생했다. 시 당국은 눈썰매장에 뿌린 인공 눈이 비닐하우스 형태의 이동통로 위에 쌓여 무게를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눈썰매장은 청주시의 위탁을 받아 민간이 운영하는 곳으로 지난 23일 개장한 지 하루 만에 사고가 났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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