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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있는데 왜 월급 안줘요?"...악덕 사장 최후 이렇습니다 [전민정의 출근 중]

전민정 기자

입력 2024-01-13 08:00  



국내 건설 시공 순위 16위의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 여파는 부동산, 금융시장 뿐만 아니라 건설현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는데요.

현재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공사 현장만 전국에 105곳에 이르는데,

태영건설의 시공 협력업체 소속 현장 노동자들은 지난해 11월분 임금도 제대로 못받고 있다며 임금체불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임금체불은 태영건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체불 임금은 1조6,218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3%나 늘었는데요. 이 중 건설업 체불액은 2배 이상 증가한 4천억원에 달했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부진한데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 금리 인상의 여파로 건설업을 중심으로 임금체불이 늘고 있는 겁니다.

● 고의로 월급 안주는 '나쁜 사장', 돈 빌리기 어려워진다

임금체불 문제는 물론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매년 70만곳이 넘는 중소기업이 문을 닫는 현실에서 경영난 등으로 임금을 제때 주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지요.

그런데 더욱 심각한 건 지불 능력이 있으면서도 반복적으로, 또 고의로 임금을 주지 않는 '악덕 사업주'가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그릇된 인식으로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면서 근로자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지요.

그래서 정부는 지난해부터 '임금체불'과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동시에 '나쁜 사장님'에 대한 응징(?)도 선언했고요.

임금체불 엄정 대응에 대한 정부의 노력은 최근 입법 성과로도 결실을 맺었는데요.

임금을 악의적, 상습적으로 체불하는 사업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임금채권보장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사업주가 임금을 체불할 경우 정부가 대신 임금을 최대 1,000만원까지 대신 지급하고, 사업주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데요. 이것이 바로 '간이대지급금(구 소액체당금)' 제도입니다.

그런데 이 대지급금 회수비율은 20%에 그치고 있습니다. 정부가 대신 체불 근로자에게 준 임금조차 갚지 않는 악덕 사업주들이 많다는 얘기죠.

또 연간 체불액의 40%정도가 대지급금을 활용해 해결하고 있음에도 변제금 미납에 대해 현행법상 특별한 제재가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대지급금 제도를 이용하기만 하고 변제금은 갚지 않는 무책임한 사업주들에 대해 더 센 처분을 내리기로 했습니다.

이전까지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임금체불로 3년 이내에 2회 이상 유죄가 확정되고 1년 이내 체불액이 2천만원 이상인 사업주, 융자받고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지 않은 사업주만 신용제재 대상이었는데,

앞으론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신용제재 수위가 대폭 높아집니다.

정부에 갚지 않은 대지급금이 500만원이 넘는 경우, 대지급금 지급일의 다음 날부터 1년 이상의 기간이 지나면 미회수금과 사업주 인적사항이 신용회사에 제공돼 이들이 대출 등을 받을 때 신용상 불이익을 당하게 됩니다.

다만 사업주가 사망하거나 회사가 문을 닫아 신용정보 자료 제공의 실효성이 없는 경우, 변제금에 관한 민사소송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 변제금 분할 납부가 있는 경우는 예외로 인정됩니다.

또 정부가 대신 주는 밀린 월급을 사업주로부터 제대로 받아내려면 정확한 체불임금 산정이 필수인데요.

앞으론 대지급금을 지급하거나 회수하기 위해 관계기관에 요청할 수 있는 자료의 범위도 확대됩니다.

구체적으로 체불 사업주 뿐만 아니라 대지급금을 청구한 근로자에게도, 기관 중에선 근로복지공단(산재 진료비, 중소기업퇴직연금 가입 자료)와 한국고용정보원(실업신고·실업인정, 출산전후휴가 급여, 고용장려금 자료 등)에도 자료 요청이 가능해집니다.

예컨대 근로복지공단에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 가입 여부나 적립액과 관련된 정보를 요청할 수 있게 되는데요.

이렇게 되면 대지급금 지급 관련해 퇴직급여를 산정할 때 체불임금을 정확히 계산하거나 간이대지급금을 사적으로 유용하기 위해 가짜 근로자를 내세우는 등의 '부정수급'을 따져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벌금만 내면 그만" 아닙니다…임금체불 사업주 구속수사 는다

최근엔 악의적으로 또 상습적으로 임금을 주지 않는 사업주가 법정에 서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재산은닉이나 자금유용 등의 방법을 통해 임금을 체불한 고액·상습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구속수사는 2022년 3명에서 지난해 10명으로 3.3배나 늘었는데요.

다음달 설 명절을 앞두고 '나쁜 사장님'들에 대한 구속수사 원칙이 더 강화됩니다.

이를 통해 형사재판 과정에서 자발적 청산을 유도하고,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인식을 바꾸겠다는 겁니다.

우선 구속수사의 경우 체불임금 5천만 원 이상을 기준으로 하되 그 미만이라도 악의적 임금 체불일 땐 적극적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유 없이 출석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도 신청하고, 소액이라도 고의적인 임금체불일 경우 정식의견서 송치(구공판) 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처리 중인 사건 중 체불임금이 확인된 경우, 설 전에 체불 금품 전액을 지급하도록 시정 지시하고 여기 응하지 않을 경우 즉시 범죄로 인지합니다.

아울러 언론과 제보 등으로 입수된 사안에 대해 체불이 의심될 경우 신고 사건으로 접수되지 않아도 '직권조사'에 착수하기로 했습니다.

월급 제때 안주면 '이자 폭탄'(?)…나쁜 사장님 '금융치료' 확실히 해야

우리나라는 매년 임금체불액이 1조원을 웃도는 '임금체불 공화국'으로 불립니다.

이처럼 만성질환이 된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지만 전문가들은 임금을 제때 지급하기 위한 확실한 유인책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임금을 주지 않았을 때 사업주가 경제적으로 확실히 손해를 볼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은데요.

이러한 측면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해결방안이 '체불임금에 대한 지연이자제 실효성 강화'입니다.

지난 2005년에 체불사업주가 법정이자(상법 연 6%)보다 높은 연 20%의 이율을 부담하게 해 신속한 체불임금을 빠르게 갚을 수 있도록 하는 지연이자제도가 도입되긴 했는데요, 현행 제도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미지급 임금에 대한 지연이자 적용대상이 '사망 또는 퇴직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된 노동자'로 한정돼 있는데다, 지연이자는 근로기준법상 '임금'으로 인정되지 않아 제대로 주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임금을 뗴먹힌 근로자가 지연이자를 받으려면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민사소송 밖엔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사업주가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 임금을 체불한 경우에도 지연 이자를 부과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상태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돈이 있어도 '월급은 제때 주지 않아도 된다'는 건 분명히 바로잡아야 할 잘못된 인식입니다.

'악덕 사장님'들이 설 곳이 없는 보다 실효성 있는 '금융치료'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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