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
올해 한국경제는 지난해보단 사정이 조금 나아지겠지만, 여전히 쉽지 않아 보입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 중동불안, 미중 갈등, 공급망 재편과 같은 대외변수가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의 앞날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올 한해 요동칠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짚어보고, 또 여기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지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 모셔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 실장님, 어서오세요.
먼저 지난해엔 각국의 금리인상 여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경기침체 불안감까지 공존하면서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암초가 많았는데요. 이로 인해 한국경제가 입은 타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올해 세계경제 흐름을 좌우할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일까요?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
올해 세계경제 흐름을 좌우할 화두는 크게 세 가지라고 봅니다.
첫째는 주요국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 특히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작 시기와 인하 폭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022년 3월 이후 기준금리를 10차례 5.25%포인트 인상하였는데, 올해는 기준금리를 인하로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둘째는 중국경제의 저성장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6%대 기록하던 중국경제 성장률이 코로나 봉쇄가 풀린 2023년에도 5.2%에 그쳤습니다.
올해는 중국 정부의 경기 정상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기 부진 지속,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 미국과의 갈등 지속,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 감소 외에 구조적인 요인인 인구 고령화 등으로 지난해보다 낮은 4%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셋째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주요국의 선거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충돌에 이어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로 중동 정세 불안이 고조될 위험이 높습니다.
또한 올해는 세계 196개 국 중 76개의 국가에서 주요 선거를 치르는 '선거의 해'이기도 합니다.
<앵커>
올해 국제금융의 화두는 피봇, 통화정책 방향 전환인데요. 글로벌 경제의 방향성이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지만 피봇의 시기와 파급영향에 따른 불확실성도 여전합니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미국의 금리인하 시기는 대체로 언제쯤으로 예상하고 있나요. 또 금리인하가 시작돼도 물가 압력과 환율 압박은 여전하리라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환율 흐름까지 함께 짚어주신다면요.
<정영식 실장>
맞습니다. 올해 국제금융의 화두는 통화정책 방향 전환이고 그 중에서도 미국의 금리인하 시작 시기와 올해 금리인하 폭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어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시점으로 올해 5월을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근원 개인소비자지출(PCE)의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12월에 2021년 3월 이후 최저치인 연간 2.9%로 3% 이하로 하락해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긴축 정책에도 미국 경제성장과 소비가 견조한 상황이고 인플레이션 둔화가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돼 미국의 금리인하가 올해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시작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전히 타이트한 미국 노동시장, 상대적으로 높은 서비스물가와 주거비, 완화된 금융여건, 높은 자산가격에 따른 부의 효과(wealth effect) 등이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를 늦출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에 따른 유가 반등, 공급망 리스크도 또한 상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환율 흐름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올해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달러화 약세,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달러화 약세와 원화 강세 폭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완만해 미국의 금리인하 폭이 크지 않고 속도도 빠르지 않을 수 있고요.
미국 금리인하 시기와 맞물려 주요국, 특히 유로존과 한국도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원화의 경우에는 원화에 영향력이 큰 위안화가 중국경제 저성장, 완화적 통화정책 등으로 큰 폭의 강세로 돌아서기 어렵다는 점도 원화 강세를 제한하는 요인입니다.
<앵커>
중국 경제 둔화,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갈등에 금리를 끌어올린 후폭풍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다가오면서 올해 글로벌 경기하강 우려도 커지고 있는데요. 이에 따른 한국 경제 성장 전망은 어떨지, 지난해보다는 조금 나아질까요.
<정영식 실장>
올해 2024년 세계경제는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의 성장이 예상됩니다.
국제통화기금, IIMF는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을 지난해와 같은 3.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번 예상치 보다 0.2%포인트를 올렸습니다.
미국과 중국 경제가 지난번 예상보다 상향 조정됐기 때문입니다. IMF는 세계경제가 인플레이션이 꾸준히 하락하고 성장이 유지되면서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하방 리스크가 우세합니다. 고부채와 고금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중국경제의 저성장이 지속되며, 나아가 지정학적 리스크 또한 높기 때문입니다.
올해 주요국이 금리인하를 단행하겠지만 여전히 금리수준이 과거에 비해 높고, 실질금리 마저 상승해 고부채의 부담이 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부채가 고금리 시대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소비, 투자를 둔화시키고 성장을 저해한다는 판단입니다.
특히 IMF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 2.5% 보다 낮은 2.1%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견조한 고용시장에 힘입은 소비지출의 영향이 어느 정도 이어지더라도 고금리에 대한 부담으로 지난해 만큼의 성장률을 기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요.
높은 정부부채와 이자 부담 또한 재정의 경제성장 기여도를 낮출 것으로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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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경제가 지난해와 같은 3.1% 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지만 여전히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의 성장 수준인 3.8%(2000~2019년 연평균 성장률)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한국경제 성장률이 세계경제 흐름과 다소 달리 지난해 1.4%에서 올해 2.1%로 다소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반도체 경기 부진, 고유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자금시장 경색 등으로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했었죠.
반면 올해는 반도체 경기와 상품교역 중심으로 한 세계교역 개선 등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지난해에 비해 나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고금리에 따른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부동산PF 부실 위험 등으로 소비와 건설투자의 회복 모멘텀은 여전히 약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앵커>
무엇보다 올해는 ‘폴리이코노미의 해’라고도 하죠. 타이완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유럽 의회선거, 특히 미국 대선 등 선거의 결과가 세계경제 지형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형국입니다.
선거결과와 여파에 따라 각국의 경제와 무역정책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정영식 실장>
말씀하신 것처럼 올해는 세계적으로 선거의 해입니다.
대만 총통 선거는 이미 치러졌고, 미국, 유럽 연합(EU), 러시아, 인도, 우크라이나, 영국 등 세계경제, 공급망, 국제정치에서의 영향력이 큰 국가나 지역에서 선거가 치러질 예정입니다.
지난 1월 13일 있었던 대만 총통 선거에서는 친미·독립 노선인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아직까지는 큰 불안 요인이 없지만 향후 양안 관계의 긴장이 고조될 리스크를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만약 군사적 충돌이 있을 경우 반도체 공급망 훼손, 물동량 피해에 이어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 글로벌 금융불안이 우려됩니다.
올해 6월 브렉시트 이후 처음 치러지는 유럽 연합 의회 선거는 선거 결과에 따라 이민, 기후와 환경정책 방향의 변화가 예상됩니다.
특히 세계는 미국 대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면 현재의 정책이 지속될 것입니다. 즉 전기차와 배터리 등 친환경 정책, 다자주의와 동맹 강화, 증세·재정지출 확대 정책이 지속될 것입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조금 전 언급한 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배터리 관련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미국 주도 경제 협력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이 폐기될 수 있고, 높은 수준의 관세 부과, 감세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앵커>
말씀하신대로 트럼프 재집권이 현실화될 경우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관세 10%’ 추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등으로 국내 전기차 시장, 반도체 수출 등에 치명타가 우려되는데요.
대외 불확실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데 공급망 위기도 있고요.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정영식 실장>
먼저, 미국 정치 지형 변화 과정에서 논의되는 주요 이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대응 방안을 미리 마련해 둬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편적 관세를 10% 부과할 경우 전반적으로 미국 내 생산 진작에도 도움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커 선별적인 관세 인상을 추진하도록 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전반적으로 경제안보 위기 발생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정부 대응 범위를 이전보다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의 경우 수급 안정화를 넘어 △수출통제 △해외 산업·통상정책 등의 경제안보 이슈에 대응한 산업경쟁력 유지와 같은 측면에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끝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탈퇴 시 한국이 리더십을 발휘해 회원국과 함께 이를 유지하는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이후 일본이 주도가 돼 TPP의 명맥을 이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TP)을 출범시킨 전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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