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자 저PBR주"…韓증시 저평가 탈출 시동

조연 기자

입력 2024-02-02 17:31   수정 2024-02-02 17:32

    <앵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는 발표만으로 벌써 증시는 들썩이고 있습니다. 증권부 조연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조 기자, 밸류업 프로그램의 골자는 기업들이 스스로 주가가 왜 저평가됐는지 분석하고, 어떻게 높일지 고민하도록 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기자>
    네, 한국 기업들은 주주환원에 큰 관심이 없다는 지적이 심심찮게 나오죠. 지난 연말 국내외 투자업계에서 화두가 됐던 보고서인데, 제목이 "Enough is enough(그만하면 됐다, 더 이상은 안된다)"였습니다. 보고서는 한국 주식의 매력이 떨어지는 이유로 한국 기업들의 거버넌스를 콕 찝었는데요. 대주주에 집중되는 경영권 프리미엄과 인적·물적분할 리스크와 쪼개기 상장, 낮은 주주 환원 등이 문제점으로 꼽힙니다.

    따라서 이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기업이 세우고, 투자자들에게 이를 알리라는 취지입니다. 구체적인 안은 오는 20일쯤 열리는 세미나에서 윤곽을 드러낼 예정인데요. 정부가 지난 연말부터 내놓은 증시 부양책 4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일본의 주가 부양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정확하게 무얼 한다는 겁니까?

    <기자>
    먼저 상장사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기재해야 합니다. 의무는 아니고, 자율공시의 형태가 될텐데요.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정책 뿐 아니라, 비핵심 자산이나 사업 등에 대한 재조정 같은 경영 계획까지 장기적인 기업가치 개선 방안을 밝혀야 합니다. 투자자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일본의 니콘은 PBR 제고를 위해 ROE 8% 목표를 제시하고, CEO 보수를 ROE·주가와 연계 등인 구체적인 방안을 공시했습니다. 당국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한 기업과 안 한 기업을 명단화해 공개하는 안을 검토중입니다.

    또 거래소는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주요 투자지표를 비교 공시하고, 앞서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일명 'KRX 밸류 지수' 개발해 기관과 개인들의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한국경제TV와의 통화에서 "현재 저PBR주, 고PBR주 등 다양한 지수 구성을 놓고 수십개의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이라며 "연기금과 운용사들이 실제로 이용하고 대표성을 띌 수 있는 최적화된 산출 기준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시장은 먼저 움직였습니다. 이번 한 주 지주사와 금융주들을 비롯한 저PBR 종목들이 대거 부상했는데, 실질적으로 어떤 효과들이 기대되고 있습니까?

    <기자>
    골드만삭스가 오늘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보고서를 냈는데요. 올해 한국 증시 상승을 이끌 핵심 촉매제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꼽았습니다.

    이 그래프는 아시아 주요국 증시별 PBR 1배 이하의 기업 비율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국내 상장사 중 53%가 장부가 이하로 거래되고 있는데, 싱가포르는 25%, 중국은 36%, 인도의 경우 2%밖에 되지 않습니다. (아시아태평양 평균 31%) 골드만삭스는 이번 기업지배구조 개혁에 지난해부터 불고 있는 행동주의 움직임까지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보았는데요.

    실제로 역대급 주주환원책을 발표한 삼성물산도 글로벌 행동주의펀드들의 적극적인 주주활동이 하나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이 중 삼성물산 지분 0.62%를 들고 있는 영국 팰리서캐피털은 국민연금에 서한을 보내 한국 증시 PBR(1.1배)이 일본(1.4배)이나 아시아 신흥국 평균(1.6배) 수준이 된다면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액이 최대 100조원 늘어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앵커3>
    다만 국내증시에서 또 다른 테마주화 되는 것은 우려스러운 모습입니다. 일부 금융주들이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금융투자업계, 그리고 기업들도 역시 이 부분을 우려했습니다. 실체없이 휘발성으로 관심을 끄는 것은 당초 취지와도 안 맞는데요.

    앞서 일본의 경우 순현금, 현금성 자산을 두둑히 쌓아둔 회사들이 많아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자사주 매입(8.3조엔)과 배당금(15.6조엔)이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요. 이에 반해 국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을 쌓아 놓은 기업이 많지 않다는 겁니다.

    증권가도 주주환원 가능 여력과 업황, 영업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저PBR주 중에서도 이익 흐름이 양호한 자동차와 금융주, 그리고 올해 이익 전망이 호전되는 반도체와 기계, 필수소비재, 유통업종 등을 중심의 투자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또 ETF가 만들어지면 시총이 높은 종목들이 먼저 담기는 만큼 지주사들도 주목하라는 분석입니다.

    <앵커4>
    결국 기업들의 행동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의미있는 주가, 증시 상승이 나오지 못할텐데요. 업계와 학계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기자>
    일단 정책 방향성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하던 업종과 종목들의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요.

    다만 일본처럼 상장폐지 같은 강제 조치가 없고, 또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규제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인데 실질적인 인센티브는 없어, 시장에선 또다른 보여주기식 정책으로만 끝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도 제기됩니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정부와 거래소에 떠밀려서 시늉만 낸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성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상장사들의 나쁜 거버넌스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이라며 "상장사들이 결자해지한다는 원칙으로 주주 입장에서의 자본비용과 투자 효율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네, 증권부 조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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