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이 '엔비디아'의 시대인가 [앵커브리핑]

김민수 기자

입력 2024-03-27 17:31   수정 2024-03-27 17:46

    왜 지금이 엔비디아의 시대인가? 이 말에 대한 반론의 여지는 수도 없이 많지만, 현존 인류의 삶을 뒤바꿀 인공지능 생태계 그 중심에 '엔비디아'가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지난 주 열렸던 엔비디아의 개발자 컨퍼런스는 지금 엔비디아의 주가가 왜 이렇게 높은 지, 우리에게 그 이유와 타당성을 설명해줬습니다. 끝없이 자신과 경쟁하며, 스펙만으로 압도하는 1등의 모습에, 전 세계 빅테크들은 전율을 느꼈을 겁니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구글과 인텔, 퀄컴이 모여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만들기로 한 건, 미래 인공지능 생태계의 언어가 모두 엔비디아로 쓰여질 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 생태계 속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지금의 인공지능 생태계는 4개의 핵심 축으로 구성됩니다.

    한 쪽에는 오픈AI처럼 AI 모델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회사와 그에 맞는 인공지능 반도체를 설계하는 엔비디아 같은 팹리스, 이렇게 두 개의 축이 있고, 다른 한 쪽에는, 설계도면을 찍어내는 파운드리와 이에 필요한 메모리, HBM을 만드는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 4개의 축이 어느 정도 독립적이었고, 표준화된 제품들을 조립하는 수준이었지만, 이제 모든 것들이 합쳐지고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AI 인프라 전쟁, 그 중심에 '엔비디아'가 있습니다. 앞에 있는 AI 모델과 뒤에 있는 파운드리와 메모리를 묶어 맞춤형 반도체를 만들어 내는 자신들 만의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겁니다.

    이제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곳들은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사양에 맞춰 인공지능 모델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표준어가 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반(反)엔비디아 전선의 등장은, 반격이 아닌 거대한 로마제국이 된 엔비디아에 맞서기 위한 생존의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입니다.

    인공지능 모델에 최적화된 맞춤형 반도체를 설계하고, 고도로 미세화된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첨단 반도체들을 묶어, 인공지능 서비스까지 돌리는, 전체 인공지능 생태계를 만드는 경험을 해보지 못하고 도태된다면, 결국 최강자에서 다 먹힐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시작된 겁니다. 미국의 인텔이 네이버에 협업을 제안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결국, 파운드리와 메모리라는 막강한 두 개의 축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도 인공지능 서비스와 AI 반도체 설계까지 아우르는 국내 생태계라도 한 번 만들어 봐야 다가오는 미래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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