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브리핑입니다. 어제 이 시간 대만이 역대 최고 수준인 가권 지수를 더 올릴 계획이라는 소식과 그 배경까지 살펴봤었죠, 오늘은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쳤고, 어려움은 없었는지 대만 현지 목소리를 들어보겠습니다. 증권부 박승완 기자 나왔습니다. 박 기자, 대만이 가장 집중한 부분은 뭡니까?
<기자>
가권지수 랠리의 가장 큰 비결은 '꽁수치리(公司治理)', 기업 지배구조입니다. 대만 금융 당국이나 거래소, 투자 업계, 학계의 공통된 의견인데요. 대만증권거래소는 해마다 상장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평가해서 순위를 공개합니다. 벌써 10년이 넘었는데, 처음엔 우등생만 발표했지만 지금은 전체를 공개합니다. 대만증권거래소 수석부이사장 말 들어보시죠.
[첸리칭 / 대만증권거래소 수석부이사장 : 지배구조 평가 제도가 이미 11년이 되었습니다. 처음 평가 후에는 우수한 기업 20%, 2년째는 50%, 3년째는 100% 모두 발표했습니다. 이런 점진적인 추진 방식은 모든 회사들이 지배구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했습니다. 동일한 산업 중 경쟁기업이 지배구조를 중시한다면 이 기업을 신뢰하고 투자하고 싶어 하죠.]
<앵커>
소위 ESG 중 G인 거버넌스에 방점을 찍은 것 같은데 세계적인 흐름이다 보니 대만 역시 추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평가를 잘 받는 게 주가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거죠?
<기자>
글로벌 투자기관들이 지배구조를 중요하게 보기 때문입니다. 오랜 기간 투자하려는 경우 핵심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는 건데요. 같은 산업 안에 여러 기업이 있다면 '꽁수치리'가 높은 기업 쪽으로 믿음이 가고, 거기에 투자하고 싶어 한다는 거죠. 대만 상장기업들이 좋은 점수를 따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입니다.
지배구조 평가에서는 이사회가 회사 경영을 잘 관리·감독하는지, 또 기업이 주주 권리를 얼마나 챙기는지 점수를 내서 등급을 매기죠.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 평가에서 대만은 3위에 올랐습니다. 1위는 호주고, 2위는 일본인데, 이들의 주가 나란히 역대 최고치입니다. 보시다시피 한국은 8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배구조 개선이 효과가 있다고 본 대만은 내년부터 기업들의 ESG공시를 의무화합니다.
<앵커>
공신력 있는 기관들이 봤을 때 거버넌스 등급이 높다면, 대규모 자금을 집행하는 기관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보다 안정감이 들겠죠. 대만 기업들은 정부 방침에 순순히 따라줬다던가요?
<기자>
대만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기업들 반발이 없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 차원에서 정부 방침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데요.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가야 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대만 뿐 아니라 전 세계가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이나 지배구조 문제를 중시하는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그 기준을 맞춰야 한다는 판단에서죠. 대만 금융감독위 증권선물국 국장입니다.
[황종하오 / 대만금융감독위원회 증권선물국 국장 : 상장회사들은 대중의 자금을 사용하므로, 공공의 이익을 중시해야 합니다. 기업이 지배구조 관리를 잘하면 정부나 거래소 같은 감독기관이 신경을 덜 써도 되죠. 많은 사람이 수익을 얻을 수 있어요. 기업 경영도 장기적으로 안정화되고요. 더 나아가 투자 분위기도 좋고 주가도 올라가서, 기업 내부의 폐단이나 잡음이 발생하지 않죠.]
지배구조 개선이 쉽지 않은 작업이긴 하지만 길게 보면 기업 경영을 효율화하고 사회적 비용도 아끼게 된다는 건데요. 이사들의 독립성을 키우는 건 결국 기업의 이익 재분배로 이어집니다. 오너일가나 소수 집단이 아닌 직원들과, 또 주주들과 과실을 나누게 된다는 거죠.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이뤄지면 이를 기준 삼아 장기적인 호흡으로 투자 판단을 가져가는 게 밸류업에 있어서 국내 기관들의 역할이라 할 수 있죠.
<앵커>
우리는 재계 부담을 고려해서 ESG 공시를 2026년 이후로 미뤄둔 상태죠. 대만이 집중한 부분 중에는 PBR도 있다고요?
<기자>
대만 감독 당국은 PBR이 너무 낮으면 중점 감시 대상으로 분류합니다. 너무 낮다는 건 1.0 이하인 경우라고 하는데요. 분모인 주당순자산가치와 비교해 분자인 주가가 크게 떨어진다면 '거래소가 딱 잡아낸다'고 합니다. 기업들 스스로 주가를 관리하도록 하기 위함이겠죠.
대만거래소에 따르면 현지 전체 상장사 중 PBR 1.0이 안되는 기업은 18%입니다. 코스피는 어제 기준 전체 PBR이 1.0인데요. 대만이었다면 유가증권시장본부가 집중 모니터링 대상이었을 거란 의미죠. 올해 들어 밸류업 효과를 본 증권이나 보험이 각각 0.44, 0.47로 잡히는데, 이 정도면 연락이 갔을 수도 있겠죠.
<앵커>
다소 빡빡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만 이 정도로 했으니 전체 PBR이 2.12 가는 시장을 만들었겠죠. 그렇다면 PBR이 낮은 기업들에게 가해지는 불이익은 있습니까?
<기자>
당장 별도의 직접적인 조치를 하는 건 아닙니다. 기업들을 격려하면서 기업 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판단인데요. 대만 금융 당국은 PBR이 전부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기업 자체의 각종 정보도 중요하다는 건데, 이에 대기업들의 재무보고서 공개 간격을 75일로, TSMC의 경우 60일까지 줄여놨다고 합니다.
대만 현지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들의 재무 정보가 부족한 점에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실적 보고서가 더 자주 나오고, 더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한국 투자에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합니다. 전문가들 의견 들어보시죠.
[쉬이다 / 푸본자산운용 투자전략가 : 많은 분들이 투자를 안 하는 게 아니라 투자를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정부와 상장 회사가 내놓은 해결 방안이 투명성을 올리는 거였죠. 기업이 몰래 기관 투자자들에게 특별한 정보를 주는 상황은 없습니다. 마지막 한 가지는 수익을 배당하도록 격려하는 건데요. 금전적 수익 배당이야말로 진짜니까요.
[인용샹 / 대만사범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기업은 수익을 마땅히 투자자들 혹은 직원에게 배당해야 해요. 주식 시장 수익에 있어서 개인적인 생각으로 대만 기업은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에요. 그래서 대만 주식 시장의 미래는 굉장히 밝다고 봅니다.]
한 가지 요인만으로 주식시장을 띄우기란 불가능하죠. 기업 스스로 지배구조와 주가 관리와 기관투자자들의 호응, 정부의 의지가 함께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때에 따라선 압박을, 한 편으로는 격려를 통해 정부가 바라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영상취재 : 김재원, 통역 : 김주희, 영상편집 : 김나래, CG : 김민승, 차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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