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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돈보다 시간이야" [전민정의 출근 중]

전민정 기자

입력 2024-05-04 08:00  



얼마 전 올해 2월 출생아 수가 2만 명이 붕괴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죠.

일반적으로 1분기는 출생이 많은 시기인데, 2월 기준으로 월별 기준 출생아수가 1만명대를 기록하면서 저출생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이처럼 인구절벽이 무서운 속도로 가팔라지고 있지만 연간 47조원에 달하는 저출생 예산과 각종 지원 제도의 실효성이 계속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또'출산 때 1억'을 주는 부영그룹 모델이 관심을 모으며 이러한 '현금 1억원 정책'까지 거론되기도 했지만 "확실히 동기 부여가 된다"와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할 것"이라며 의견만 분분할 뿐입니다.

결국 저출생 대책은 돈 보다 아이를 맘 놓고 키울 수 있는 '육아시간 확보'가 관건이라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일·가정 양립되려면…"육아할 시간부터 보장해주세요"

실제 이러한 진단은 최근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설문 조사 결과에도 여실히 반영돼 있는데요.

저고위가 지난 3월말부터 4월초까지 만 25∼49세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한 '결혼·출산·양육 인식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부모의 경우 일·가정 양립을 이루기 위해 육아 시간 확보가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육아휴직은 출산휴가 이후 시점부터 자녀가 12개월이 될 때까지 선호도가 높았고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자녀가 18개월 이후부터 초등자녀 양육 때까지 주로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원격근무, 시차출퇴근 등 유연근무는 양육시기 전반적으로 수요가 높게 나왔으며 특히 자녀가 24개월 이후 초등학령기 동안에는 육아기 근로시간단축과 유연근무 모두 필요한 제도라는 인식이 많았습니다.

또 설문 조사 결과 저출산 대책 중 가장 도움이 되는 것으로는 남성의 82.5%가 '자유로운 육아휴직 제도 사용'을 가장 많이 택했고요.

여성의 경우 '남녀평등 육아 참여 문화 조성'이란 답변이 83.9%로 가장 많았습니다.

저출생 해결하겠다면서…육아휴직 확대 법안은 폐기 위기

정부도 물론 엄마와 아빠가 함께 육아를 하는 '맞돌봄' 확산을 위해 제도적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얼마전 기획재정부가 '사회이동성 개선 방안'을 통해 남편의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을 현행 10근무일에서 20근무일로 늘리고, 육아휴직 급여를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내놨는데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확대하기로 했는데요. 대상 연령은 현재 8세에서 12세로, 기간은 부모 1인당 최대 24개월에서 최대 36개월로 늘리는 것이 골자입니다.

하지만 아직 현장과 정책간의 괴리는 적지 않습니다.

저고위 설문조사 결과, 현재 10일인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은 '26∼30일로 늘려야 한다'는 답변이 40.5%로 가장 많았습니다.

정부가 아빠 출산휴가를 2배 늘리는 파격 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장에선 더 과감한 지원을 원하는 있는 것이죠.

맞벌이 부부들이 육아휴직 사용을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는 경제적인 부담인데요.

현재 월 상한 150만원인 수준인 급여 육아휴직 지원금 상한도 근로소득의 약 80.1%인 266만6천원은 돼야 맘놓고 육아휴직을 결정할 수 있다는 답변이었습니다.

그나마 정부가 내놓은 육아·돌봄 지원 정책도 여야 정쟁에 밀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들은 육아 시간 확보를 가장 필요한 정책을 꼽았지만, 육아휴직 기간을 현행 1년에서 1년 6개월로 늘리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 연령을 자녀 나이 8세에서 12세로 확대하는 남녀고용평등법(지난해 2월 고용노동부 발의)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는 중입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아이돌봄지원법 개정안도 비슷한 처지입니다.

민간 돌봄 자격제를 도입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정부가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이 개정안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계류된 채 제자리걸음입니다.

21대 국회는 이달 29일에 임기가 끝나는데용. 그때까지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법안은 자동으로 폐기됩니다.



직장인 절반 "육아휴직 사용 여전히 눈치보여요"

설령 이러한 저출생 지원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정작 육아휴직조차 원하는 만큼 쓰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많다는 건 더 슬픈 현실입니다.

최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이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응답자의 절반(49.0%)이 육아휴직 제도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고 답했는데요.

또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제도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에서는 10명 중 2명 이상(24.6%)은 '육아휴직 제도 사용으로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밝혔습니다.

불이익 유형에는 '직무 재배치 등 본인 의사에 반하는 인사 조처'와 '승진 제한 등 부당한 인사 조처'가 각각 42.2%로 가장 많았습니다.

저고위 설문조사에서도 육아휴직을 신청하지 않는 건 승진·배치 등 불이익 염려, 사내눈치 등 조직문화 영향과 소득감소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가정양립제도 활성화를 위해선 누구나 필요할 때 자유롭게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사용으로 인한 불이익 조치를 한 사업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이제는 문화다"

정부 내에서도 저출생 대책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선 인구 위기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누군간 부부가 함께 육아하는 '맞돌봄'이라는 지극히 관료적(?)인 표현부터 직관적으로 뜯어고쳐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합니다.

조만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통해 '저출산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인데요.

오늘도 아이 걱정에 출근을 해도 마음이 편치 않은 직장인 엄마 아빠가 대다수입니다.

지금까지 정부가 해왔던 많은 '헛발질'과 '헛구호'가 더 이상은 반복되지 않도록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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