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종류가 다르면 이를 담당하는 뇌 영역도 각각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인, 자녀, 친구, 낯선 사람, 반려동물, 자연에 관한 짧은 사랑의 글을 제시하고 이를 깊이 생각하게 한 다음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 활동을 측정한 결과 사랑 종류에 따라 뇌 활성화 영역과 활성화 정도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Parttyli Rinne et al. 2024, Aalto University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핀란드 알토대 페르틸리 린네 교수팀은 27일 과학 저널 대뇌 피질(Cerebral Cortex)에서 남녀의 사랑과 부모의 자녀 사랑 등 여섯 가지 사랑에 대한 글을 제시한 다음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 활동을 측정한 결과 활성화 영역이 각기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사랑의 신경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사랑, 의식, 인간관계의 본질 등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하는 데뿐 아니라 애착 장애나 우울증, 관계 문제 같은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대응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자녀가 있는 부모 55명에게 여섯 가지 사랑에 관한 짧은 글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 다음 fMRI로 뇌 활동을 측정했다. 여섯 가지 사랑의 대상은 연인, 자녀, 친구, 낯선 사람, 반려동물, 자연 등이었다.
예시 글은 '갓 태어난 당신 아기를 처음 본다. 아기는 부드럽고, 건강하며 당신 인생에서 가장 큰 경이로움이다. 아기에 대한 사랑을 느낀다.' 또는 '집에서 소파에 누워 있는데 고양이가 다가온다. 당신 옆에 웅크리고 졸린 듯 가르랑거린다. 당신은 고양이를 사랑한다.' 등 형식으로 제시됐다.
뇌 활동 측정 결과 가장 강렬한 두뇌 활동을 일으키는 사랑은 부모의 자녀에 대한 사랑이었고, 다음은 남녀 간의 낭만적 사랑이었다.
또 뇌 활성화 영역과 활성화 정도는 사랑하는 대상과의 친밀감뿐만 아니라 그 대상이 인간인지 다른 동물인지, 자연인지 등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낯선 사람에 대한 동정적 사랑은 자녀나 친구에 대한 사랑보다 뇌 활성화 정도가 낮았고, 자연에 대한 사랑은 뇌의 보상 체계와 시각 영역은 활성화했지만, 사회적 뇌 영역은 활성화하지 않았다.
또 반려동물 사랑에 대한 글을 읽을 때 나타나는 사회성 관련 뇌 영역의 활성화 정도는 반려동물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통계적으로 구분하는 게 가능할 만큼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린네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다양한 유형의 사랑과 관련된 뇌 활동에 대해 보다 포괄적인 그림을 제시한다"며 이를 통해 우리가 다양한 인간 경험에 대해 '사랑'이라는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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