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연료 의무화에 정유·항공사 ‘동상이몽’

배창학 기자

입력 2024-09-02 17:34   수정 2024-09-03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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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전 세계적으로 불어오는 '탄소중립' 바람에 각국 정부가 친환경 원료인 지속가능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SAF)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항공유 수출 1위 국가인 우리나라도 SAF 확산 전략을 발표했는데, 이를 놓고 정유와 항공사들이 동상이몽을 꾸고 있습니다.

    배창학 기자입니다.

    <기자>
    정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가 오는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기에 지속가능항공유(SAF)의 혼합 급유를 의무화하기로 했습니다.

    의무 혼합 비율은 1%에 불과하지만, 전문가들은 의무화에 따른 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제 항공 탄소 배출량(2천만 톤)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할 경우

    SAF의 1% 혼합 급유만으로 5만 대 넘는 승용차(5만 3,000대)가 1년간 내뿜는 탄소 배출량(16만 톤)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관련 업계인 정유와 항공사들은 2027년 약 30조 원 규모로 커질 신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바이오 연료인 지속가능항공유가 석탄과 석유로 만드는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은 80% 낮지만, 가격은 적게는 2.5배, 많게는 8배가량 비싸기 때문입니다.

    정제마진 하락으로 실적이 부진한 국내 4대 정유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는 SAF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앞다투어 시장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일부 정유사들은 일찌감치 기존 정유 생산 시설을 개조하여 SAF를 제조 중으로, 에너지 전환 기조에 따라 향후 늘어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설비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반면 항공사들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항공사 지출의 30% 이상이 연료인 점을 감안하면 값비싼 SAF로 인해 손해가 막심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항공사의 비용 부담 확대분이 운임료 상승 등으로 소비자에 전가될 수 있다는 주장에 선을 그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혼유 비율이 워낙 적어 인상폭이 미미한 데다,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산업부와 국토부는 승객 대상의 마일리지 혜택으로 항공료를 줄이는 항공 탄소 마일리지, 기업 대상의 연구개발(R&D) 투자 세액공제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 시행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편 지난달 30일 양 부처의 SAF 확산 전략 공동 발표 이후 국내 항공사 6곳(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제주항공·진에어)이 주 1회 SAF를 1% 혼합 급유하기로 했습니다.

    한국경제TV 배창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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