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항공모함이 슬슬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방향을 한번 틀려면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한번 방향이 바뀌면 그 전진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최근 시장이 달라졌다.
시장의 시선이 물가에서 고용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인플레이션 잡는 건 경기침체 밖에 없다"는 말이 떠오르는데, 경기침체 공포는 어느덧 국내외 증시를 사로잡았다.
이제는 예측보다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정말 잘 대응하고 있는 걸까? 답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아직도 타성에 젖은 투자자들의 모습이 다분해 보인다.
최근 국내 증시의 움직임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경기침체 신호가 나오면 그 즉시 시장은 반응한다. '미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 줄 거다', '침체 신호가 강하면 강할수록 더 큰 폭으로 금리를 내려줄 거다'라는 식인데, 이른바 '연준 풋'이다.
단적인 예로 5일 국내 증시 상황이 이를 방증한다.
물론 그간의 낙폭 과대에 따른 저가매수세가 유입된 측면도 없지 않지만, 전날 간밤 미국의 7월 구인·이직 보고서가 시장의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자 국내 증시는 1%대가 넘는 상승으로 장을 시작했다.
이번 9월 FOMC 회의에서 연준의 50bp 금리를 인하 확률도 전날 38%에서 45%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빅컷'에 대한 기대감도 잠시, 시장은 다시 꼬꾸라지면서 오전의 상승분을 모조리 반납했다.
그간 국내외 증시는 이랬다. 경기지표가 악화되면 '연준 풋'을 기정사실화해 국내외 증시는 '그냥'(?) 올라갔다. 반면, 경기지표가 좋게 나오면 그 역시도 경기호황 기대감을 반영해 '그냥'(?) 올라갔다.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모든게 다 주식시장엔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Good is Good', 'Bad is Good'에 길들여진 시장.
이제는 예측보다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다.
지금은 분명 투자의 판이 바뀌고 있다. '연준이 알아서 해 주겠지'하는, 타성에 빠져 무모한 베팅에 나섰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오는 18일 미 FOMC 회의에서 '빅컷'이 나오더라도 예전과 달리 국내외 주식시장은 다르게 움직일 가능성도 크다. 오히려 경기침체를 연준도 인정하는 꼴로 비춰질 경우 시장의 관심은 경기침체의 강도와 기간으로 다시금 옮겨갈 공산이 크다.
일단 연준은 25bp 인하 후 추가로 고용상황 등을 봐가며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을 조절해 나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움직일 것으로 예측된다.
"밀리면 산다"(buy the dip)는 식의 과거 투자전략은 위험할 수도 있다. 지금은 예측보다 그때그때의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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