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5,890억 달러 감소..역사상 최대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중국의 오픈소스 기반 생성형 AI인 딥시크(DeepSeek) 영향으로 하루 만에 17% 급락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구축과 투자 기대로 강세를 보이던 반도체 기업과 관련 장비업체, 발전 기업 주가가 무더기 하락하면서 주식시장이 큰 타격을 받았다.
현지시간 27일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8.96포인트, 1.46% 내린 6,012.28,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612.47포인트, 3.07% 하락한 1만 9,341.83을 기록했다. 반면 경기 방어주가 포진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89.33포인트, 0.65% 오른 4만 4,713.58로 시장의 엇갈린 심리를 그대로 보여줬다. 이날 엔비디아 뿐 아니라 브로드컴, AMD, 마이크론을 비롯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등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동반 급락하면서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가 하루 만에 9.12% 하락하는 큰 변동성을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하루 만에 시가총액 5,890억 달러(약 846조 원)가 사라지면서 전 세계 주식시장 역사상 최악의 거래 기록을 남겼다.
딥시크(DeepSeek)는 중국의 헤지펀드 매니저 량원평이 하이플라이어 캐피탈을 통해 만든 오픈 소스 기반의 인공지능 언어모델이다. 세계 최대 AI 기업인 오픈AI와 클라우드 기업인 아마존 등 주요 기업들이 대형 언어모델 구축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을 20분의 1 수준을 들였는데, 성능은 오픈AI 추론 모델인 o1과 유사한 정확도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딥시크는 지난 주말 사이 애플 북미 무료 앱 다운로드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이용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전날 한때 5분 가량 접속장애를 겪기도 했다. 딥시크는 기존 가입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이날 대규모 사이버 공격 등을 이유로 일시적인 신규 가입을 중단한 상태다.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로 엔비디아의 H100 등 고성능의 반도체를 사용하지 못하는 여건에서 메모리 사용을 줄이면서도 성능을 효율적으로 높인 것으로 파악된다. 반도체의 연산 능력의 기준이 되는 부동소수점 연산에서 FP32(32비트 부동소수점) 수준이 아닌FP8(8비트 부동소수점)으로 연산의 정밀함을 일부 줄이면서도 운용 효율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언어모델에서 단일 토큰으로 속도 제약이 있던 것을 멀티 토큰 방식으로 바꾸고, 필요할 때만 전문 영역의 정보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그룹화하면서 자원을 절약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고성능 반도체와 CUDA 기반 생태계, 여러 반도체 사이의 네트워킹 기술에서 최대 강점을 갖고 있지만 구글 등 다른 대형 기술기업들이 설계한 자체 반도체와 하드워에 부문의 추격이 가속화하는 등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중국발 인공지능 혁명이 현실로 확인되면서 엔비디아는 이날 12% 가량 하락한 채 거래를 시작해 오후 내내 낙폭을 키웠다. 마감 기준 시총은 2조 9천억 달러로 1위 자리를 애플에게 내준 채 3위까지 밀려났다. 관련 반도체 시장에서 주목을 받아온 브로드컴도 17.4%,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트럼프 정부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핵심 파트너로 나선 오라클은 13.79% 내리는 등 시장 전반의 약세가 나타났다. 또한 데이터센터가 아닌 소규모 컴퓨팅 성능만으로 인공지능 구축이 가능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컨스텔레이션 에너지와 GE버노바 등이 20% 이상, 킨더모건과 EQT 등은 9% 이상 하락하는 등 발전, 천연가스 기업들의 하락도 두드러졌다.
이와 관련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는 “제번스 역설(Javons Paradox)이 작동할 것”이라며 “AI가 더 발전하고 저렴해지면 이를 멈출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팻 겔싱어 인텔 전 최고경영자도 이날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시장 반응이 과도하다”라며 “딥시크처럼 컴퓨팅을 매우 저렴하게 하고 효율을 높이면 시장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가는 이번 사태로 투자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영향이 과장됐다”며 “대형 기초 모델의 우위를 위해 투자가 지속될 수 있다”고 밝힌 반면 JP모건과 제프리스 등은 AI 투자 사이클의 과열 가능성이 있다고 회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 발전이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대형 기술기업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디인포메이션이 따르면 오픈소스로 인공지능 플랫폼 구축을 추진해온 메타는 딥시크 등장에 대응할 워룸(War Room)을 구축하고 비용 절감 기술, 학습 데이터 분석 방법, 모델 구조 개선 방향 등에 대한 분석 작업에 돌입했다.
하드웨어, 인프라 기업들이 이날 큰 타격을 입었지만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일부 강세를 유지했다. 기업체들에게 클라우드 방식으로 고객관계관리 서비스를 제공해온 세일즈포스는 3.9% 가량 상승했다. 마크 베니오프 최고경영자는 “인공지능 시대의 진정한 금은 UI나 모델이 아니라 AI에 생명을 불어넣을 데이터와 모델에 이를 설명할 메타 데이터가 새로운 금”이라고 밝혔다. 액센추어와 중국 알리바바 등 이번 파장으로 반사이익이 예상되는 기업들의 주가도 반등을 보였다.
세계 최대 기업 자리에 다시 올라선 애플은 인공지능에 대한 추가 투자 우려를 비켜가며 3.18% 가량 올랐다. 애플은 이날 오후 애플인텔리전스를 통한 이메일 작성과 문서 작성 등의 기능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함께 단행했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