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 부과를 강행한 가운데 이 지역에서 생산 거점을 확대해온 한국 기업들이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10% 추가 보편 관세를 각각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멕시코를 주요 생산 기지로 활용해온 국내 기업들도 전략을 수정해야 할 처지다.
현재 멕시코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과 TV 등 공장을, 기아는 자동차 공장을 운영한다. 현대모비스와 현대트랜시스도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나 가전 같은 최종 제품은 현지에서 생산해 바로 판매하면 관세 부담이 크게 줄어 기업들은 미국 현지 생산 강화로 돌파구를 찾고 있었다.
LG전자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생산하는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냉장고 등까지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다.
LG전자는 2018년 미국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해 세탁기에 고율 관세를 물리자 세탁기를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체제를 갖추고 미국 시장 점유율을 늘려 왔다.
삼성전자도 세이프가드 발동 이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세탁기 공장 준공 일정을 앞당겨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해왔다.
최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김창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만일 관세 인상 수준이 본질적인 공급망 변화를 해야 하면 생산시설 이전 및 기존 캐파(생산능력) 조절 등 적극적인 생산지 변화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순철 삼성전자 CFO도 "미국 대선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따른 기회와 리스크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분석하고 대비해 왔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북미 최대 광물 생산지로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등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이 진출해왔다.
캐나다는 USMCA 체결국이라는 점도 유리해 북미 지역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 진출 거점으로 주목받았다. 캐나다에서 생산한 배터리나 전기차는 미국으로 수출시 관세가 거의 붙지 않았지만, 앞으로 25% 관세가 부과되면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현재 캐나다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의 합작공장이 배터리 모듈을 양산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배터리 양극재 합작 공장을 캐나다에 건설 중이다.
이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 정책 기조가 현실화되자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이번 관세 부과로 캐나다산 리튬, 니켈 등 주요 소재 가격이 상승하면 배터리 가격이 올라 배터리 가격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철강, 알루미늄, 석유, 가스,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도 공언했다. 특히 한국의 주력 수출 상품인 반도체에 추가 관세를 매기면 타격이 클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장 투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도체법(칩스법)을 반대하는 입장이라 불확실성에 직면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과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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