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원자재 인사이드, 오늘의 주제는 ‘커피’입니다. 연휴 때 맛있는 거 많이 드셨나요?
= 연휴에 주말까지, 너무 많이 먹어서 지금 방송에 얼굴이 어떻게 나올지 약간 걱정이 되는데요.
Q. 저도요. 너무 과식해서 속이 느글거리더라고요. 이럴 때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쭉 들이켜 주면 뭔가 기름진 게 싹 소화되는 기분이 들지 않습니까?
= 그러니까요. 그런데 설 연휴 전에 웬만한 카페들의 아메리카노 가격이 다 올라서, 제가 좋아하는 스타벅스 커피는 못 먹었고요, 저가 브랜드들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하루에 한잔씩은 꼭 마셨습니다.
Q. 말도 안 돼요… 스타벅스 커피 가격이 또 올랐죠? 좀 정리해 주시죠.
= 네, 스타벅스가 지난 24일 기준으로, 22종의 음료에 한해 가격인상을 단행했습니다. 한 일주일 정도 됐으니, 스타벅스 애호가들이시라면 이제는 다들 잘 알고 계실 것 같은데요, 가장 화제가 됐던 부분은 아메리카노 톨사이즈의 가격이 200원 올라 4,700원이 됐다는 점입니다. 아메리카노, 그중에서도 톨사이즈, 즉 거의 기본 사이즈의 가격이 올랐다는 건, 커피 브랜드에게 아주 유의미한 부분입니다. 그러니까, 스타벅스도 정말 많이 생각을 하고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건데요, 아메리카노의 가격이 올랐다는 건 생각보다 심리적인 부분이 많이 작용하더라고요? 좀 옛날이긴 하지만, 제가 대학교 다닐 때 경제학에서도 이 내용을 공부한 적이 있고, 심리학 수업에서도 이걸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Q. 오, 흥미롭습니다. 어떤 이야기죠?
= 생각해 보면, 스타벅스의 가격인상은 꾸준히 있어 왔습니다. 근 5개월 간, 무려 세번이나 있었는데요, 당시 대상이 됐던 메뉴들을 떠올려 보면 커피류가 아닌 블렌디드 음료, 프라푸치노 이런 것들이었고요, 사이즈도 톨 사이즈는 잘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톨사이즈보다 한두 사이즈 더 큰 그란데나 벤티 사이즈였죠. 왜냐. 일단 설문조사 결과부터 봐 볼게요. 스타벅스의 2024년 기준, 일명 Top 10 음료입니다. 보이시죠? 어김없이 아메리카노가 1위, 카페 라떼가 2위입니다. 나머지는 사실, 꾸준히 있기가 있는 스테디셀러도 있긴 하지만, 신메뉴가 출시될 때마다 변동이 되기도 하고, 계절별로도 순위가 많이 바뀝니다. 그런데, 아메리카노와 카페 라떼는 스타벅스 코리아가 2009년부터 판매량 집계를 시작한 이후, 단한번도 변하지 않고, 부동의 1, 2위 메뉴였습니다.
역시나 스타벅스가 진행한 또다른 설문조사인데요, 약 3만 명을 대상으로 질문을 했을 때, 가장 선호하는 음료는 아메리카노와 카페 라떼, 그리고 카푸치노 등 커피가 무려 전체의 56.6%를 차지했습니다. 과반이 넘었죠? 한마디로, 매니아층이 있거나 ‘오늘 맛있는 음료 먹고싶다’ 해서 먹는 취향을 반영한 메뉴들은 가격이 100원, 200원 오른다고 해도 큰 의미가 있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사이즈도, 빅사이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사이즈는 사실 아닙니다. 하지만 아메리카노,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디폴트로 깔고 가는 메뉴죠. 톨사이즈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니까 일부가 아니라 평균적인, 그 사회의 기준이 되는 어떠한 무언가에 변화가 생긴다는 건, 구매자들의 지갑사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고요, 심리적으로도 ‘아, 가격 많이 올랐다’라고 체감하게 되는 마지노라는 겁니다. 더 나아가면, ‘비싸니까 이제 여기 걸 사지 말아야겠다’라든지 ‘그래도 아아는 마셔야 하니까 대신 더 저렴한 데로 옮겨야겠다’라고 생각이 바뀌는 지점이라는 거죠. 이게 바로 경제학과 심리학이 맞닿는 포인트라고 합니다.
다시 돌아와, 스타벅스에 이어서 할리스, 그리고 폴바셋도 지난주 최대 300원, 400원씩의 가격인상을 단행했는데요, 전체적으로 커피 가격이 이전가 대비 약 200원 내지 300원 정도 평균적으로 높아진 수준이 될 것 같습니다. 더 걱정이 되는 부분은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한번 가격을 쫙 올리면, 약간의 눈치보기 시기가 지난 다음, 그리고 연휴라는 하나의 대목이 지나고 나면 저가 브랜드들도 가격인상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Q. 알겠습니다. 일단 커피 가격이 이렇게 오르고 있는 이유를 좀 살펴볼게요. 원인은 어디서 살펴볼까요?
= 네, 일단 근본적으로 원두 가격이 높아져서입니다. 보통 아무 데서나 튼튼하게 잘 자라고 양도 많이 거둬지는 저렴한 원두하면 로부스타 커피, 특정 환경에서 귀하게 자라야 하고 양도 많이 나오지 않는, 비싸고 퀄리티 좋은 원두하면 아라비카 커피를 꼽는데요, 여기서 후자, 아라비카 커피 선물이 장중 3달러 70센트에 근접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아라비카 커피는 올해만 해도 15%, 그러니까 약 한달 간만해도 15%, 1년간은 80% 넘게 급등했습니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의 커피 재고 부족, 그리고 향후 공급 우려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브라질, 그리고 세계 10위 커피 생산국 안에 드는 인도에서 폭우와 가뭄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며, 기후변화 때문에 커피 작황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브라질 같은 경우, 올해 커피 생산량도 전년비 4.4%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고요, 현재 커피 재고 역시 50만 자루 정도로, 평년치인 800만 자루의 거의 16분의 1 수준입니다. 또, 브라질이 지난 2년간 국내 재정 상황이 많이 개선돼, 달러 가치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헤알화로 거래되는 내수 판매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점도 또하나의 원인이겠습니다. 즉, 해외로 수출되는 브라질 커피 양이 현저하게 줄어든 거죠.
Q. 그렇군요. 그런데 비단 브라질의 기후 문제만은 아닐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 당연히 아니죠. 부가적인 이슈들이 많습니다. 일단, 인도와 함께 세계 10위 커피 생산국 안에 들어가는 또다른 나라, 베트남이 커피 가격이 추가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수출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가격이 더 올라가면 그때 물량을 풀겠다는 거고요, 또 트럼프 행정부가 콜롬비아에게 만약 불법체류자 문제에 대해 미국의 뜻을 따르지 않겠다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강력하게 경고한 점도 시장에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JP모간에 따르면, 미국의 커피 원두 중 30% 가까이가 콜롬비아로부터 들여온 것이라고 하는데요, 당연히 여기에 관세가 붙으면 전반적인 국제 커피 가격이 더 오를 수 밖에 없겠죠. 이외에도 미국은 바나나, 아보카도 등 많은 식품들을 콜롬비아로부터 매입하고 있는데요, 2023년 기준, 약 161억 달러 정도 된다고 하니, 커피 이외의 품목들도 이른바 ‘미국발 푸드플레이션’이 될 수 있겠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커피 가격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며, 소비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Q. 우리나라는 특히나 커피 애호가들이 많지 않습니까. 우리나라의 사정도 함께 짚어 주시죠.
=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 고환율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습니까. 기본적으로 원자재 수급이나 원가 부담 등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더 가중될 확률이 어쩔 수 없이 높겠는데요,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달 원화 기준 커피 수입 물가가 전월비 9.7%, 그러니까 10% 가까이나 상승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말씀해주신대로, 아아 없이 못 사는 분들, 우리나라에 많잖아요. 국내 커피 수입액은 이런 와중에도 작년 기준, 13억 7,000만 달러, 약 2조원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전년비 11%나 상승했는데요, 그에 반해 커피 수입량은 5%에 불과합니다. 조금만 들여와도 가격이 높다는 뜻이니까, 그만큼 커피 원두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겠죠. 국내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도 405잔에 달합니다. 세계 평균이 152잔이니까, 약 2.7배에 달합니다. 한국인들의 커피 사랑이 이대로 이어진다면, 생산국들의 생산 난항, 트럼프의 관세, 우리나라의 환율, 또 수급 불균형, 이 모든게 복합적으로 작용해 앞으로 커피 판매가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겠습니다.
최보화 외신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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