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 칼날이 우리로 향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오늘 나온 지표가 우려를 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가 1,000억 달러에 가까운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장사 잘하고도 웃을 수 없는 상황. 경제부 김예원 기자와 알아 봅니다.
김 기자, 일단 오늘 지난해 경상수지 데이터가 공개가 됐습니다.
흑자 규모가 역대 2위를 갈아치웠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때 이 경상수지 데이터가 영향을 미치는 게 맞나요?
<기자>
역대 2위, 지난해 큰 폭으로 증가한 경상수지 흑자, 관세 압박이 충분히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트럼프 정부가 경상수지를 관세 부과 선별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힌 건 아니지만요. 관련한 언급이 있었는데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인사인 마이클 비먼 전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보가 이 같은 내용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비먼은 관세 부과 기준을 판단할때 무역 불균형뿐 아니라 경상수지의 대규모 불균형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지난해 미국 재부무는 한국을 환율조작국의 전 단계인 환율 관찰대상국에 명단을 올린 바 있죠.
당시에도 대미 무역 흑자뿐 아니라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늘어난 것을 문제 삼았었습니다.
미국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단 방증이고요,
지난해 경상수지가 큰 폭으로 뛰어오른 만큼, 트럼프 정부의 통상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단 우려가 더욱 커지는 이유입니다.
<앵커>
이 흑자 규모 중에 대미 경상수지 흑자가 정확히 얼마나 됩니까?
<기자>
오늘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치 데이터에는 해당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는데요.
지역별 경상수지 규모는 오는 6월에 공표가 됩니다.
다만, 수출 데이터와 대미 무역흑자 규모를 볼 때, 대미 경상수지 흑자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났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은 1,278억달러로 10% 넘게 늘었고요.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557억달러로 사상 최대입니다.
이미 재작년 기준으로 대미 경상수지는 912억 5천만 달러, 1988년 통계작성 이래 최대 흑자를 기록한 바 있는데요.
지난해 수출 호조 등을 비춰볼 때, 대미 경상수지 규모도 더욱 크게 늘어났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오늘 보니 미국의 무역적자도 상황이 심각하던데, 이러면 관세 압박이 정말 현실화될 우려가 높겠는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984억 달러, 직전월 대비 24.7%나 적자가 늘었습니다.
연간으로 보면 전년 대비 17% 증가한 9,148억 달러 적자, 2022년에 이어 두번째로 큰 규몹니다.
교역 국가별 적자 규모를 보면, 한국은 일본에 이은 9위입니다.
2023년 8위에서 한단계 내려왔지만,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더욱 큰 폭으로 확대된 만큼,
대미 무역 흑자를 내는 국가들을 상대로 추가적인 관세 위협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점쳐지고 있습니다.
한은도 오늘 올해 경상수지 흐름에서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을 꼽았습니다.
전반적인 수출 동향은 고사양 반도체를 중심으로 견조하나,
트럼프의 무역정책이 발표되고, 거기에 대해 주요 교역 상대국들이 대응책을 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굉장히 크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에 대미수출이 늘어난 게,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를 늘려서 그런 부분도 크다면서요?
<기자>
네, 그런걸 '투자유발형' 수출이라고 하는데요.
한국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는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서왔죠.
이에 따라 기계, 설비 반입 등도 크게 늘었는데, 그것도 수출로 잡히면서 대미 수출이 크게 늘었다는 겁니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기타기계류 대미 수출은 239% 급증했습니다.
지난 2022년 미국의 대한국 수입 중 약 59%가 관계사 간 거래로 집계됐는데요.
이중에서도 특히 반도체, 자동차 등이 월등히 비중이 높습니다.
쉽게 말해 자동차, 반도체 회사들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는 등 투자를 늘리는 과정에서 기계나 설비, 부품 등을 많이 수출했다는 겁니다.
이처럼 투자유발형 수출이 많이 늘어난 건데, 무역흑자를 이유로 관세를 높이려는 시도를 하는게 맞냐, 하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현지에 공장도 지어줬는데 그게 오히려 관세압박으로 돌아온다면 상당히 억울한 일입니다. 정부에서는 대응책을 좀 세우고 있나요
<기자>
아직 우리에게 관세 시한폭탄이 날아들지는 않은 만큼, 구체적인 대응책은 제시되지 않은 상황인데요.
아시다시피 권한대행 체제로,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만큼 우려는 큰 상황입니다.
우선 통상 압박을 줄이기 위해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트럼프 1기때도 사용한 방법이죠.
특히 의존도가 약 70%인 중동산 에너지 수입을 미국산 에너지 수입으로 대체해 대미 수입을 늘리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분석입니다.
한은도 미국의 통상 압력이 커질 경우, 그에 대한 대응책으로 미국에 대한 에너지 수입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로 지난해보다 적은 800억 달러를 제시했는데요.
이 수치 역시 트럼프 무역정책과 그에 대한 대응에 따라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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