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서울 재건축 재개발 현장 곳곳에서 공사비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건설사들은 늘어난 비용 때문에 공사비를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조합들은 공사비를 30~40%씩 더 달라는 요구에 난감한 상황입니다.
부동산부 신재근 기자 나왔습니다. 신 기자, 공사비가 늘어났다는 얘기 벌써 몇년째 하고 있는데, 실제 통계로 볼 때 얼마나 늘어난 겁니까?
<기자>
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0.99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 2000년 1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로, 작년 10월부터 하락하다가 올해 들어 다시 반등했습니다.
<앵커>
지금도 서울 재건축·재개발 현장 곳곳에서 공사비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 중 한 곳을 직접 다녀왔죠?
<기자>
제가 다녀온 곳은 서울 강남의 재건축 단지인 '메이플 자이'입니다.
시공사인 GS건설 측은 설계 변경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물가 변동 등을 반영해 조합에 4,900억 원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했습니다.
지난 2017년 처음 시공 계약을 맺었을 당시 공사비가 9천억 원 수준인데, 상황에 따라 1억6천억 원까지 공사비가 늘어날 수 있는 겁니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이 "올려줄 수 없다"고 하자 GS건설은 물가 상승분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고, 설계 변경 건에 대해선 한국부동산원에 검증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오는 6월 말 입주가 임박한 상황에서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겁니다.
때문에 현재 서울시가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중재에 나선 상황입니다.
<앵커>
만약 GS건설의 요구가 모두 받아들여질 경우, 공사비를 50% 넘게 올려달라는 건데 이게 가능한 겁니까?
<기자>
지난주 양측이 서울시 중재로 논의 테이블에 앉았고, 서로의 입장을 확인한 자리였던 걸로 전해집니다.
아직 입장차가 크지만, 갈등 해결의 의지도 엿볼 수 있었는데요.
시공사와 조합 모두 입주 차질이란 파국은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합 고위 관계자는 "입주가 얼마 안 남아서 잠정 합의를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이 비단 메이플자이에서만 발생하는 건 아닙니다.
서울시는 공사비 갈등으로 코디네이터를 파견한 현장이 올해 최대 15곳으로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앵커>
건설사들은 생존을 위해선,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런 입장이죠? 실제로 그렇습니까?
<기자>
겉으로 봤을 땐 건설사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매출 원가율을 보면 건설사들의 속사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건설사들 대부분 원가율이 90%를 넘는 상황인데요. 현대건설과 금호건설은 지난해 원가율이 100%를 넘었습니다.
보통 원가율 80% 초중반을 안정권으로 여기는데, 들어오는 돈보다 자재와 인건비 등 나가는 돈이 더 많으니 지어도 남는 게 없는 겁니다.
현대건설과 금호건설 모두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선 공사비를 올려 원가 부담을 만회하고, 물가가 오르면 또 공사비를 올릴 수밖에 없는 늪에 빠진 겁니다.
또 재건축, 재개발 수주전에서 건설사들의 신중한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가뜩이나 공사비 부담이 큰데 수주전을 위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지불했다가 경쟁에서 지고 돈을 날릴 바엔 확실한 곳만 선별 수주하겠다는 겁니다.
<앵커>
쉽게 풀릴 만한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 앞으로도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겁니까?
<기자>
증권 업계에선 올해 하반기는 돼야 건설사들 원가율이 개선될 걸로 보고 있는데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착공한 주택 사업의 경우 물가 인상을 반영해 공사비를 올렸기 때문입니다.
다만 올해 이후에도 원가율이 계속해서 나아진다고 장담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이미 공사비를 많이 올린 만큼 추가 인상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강남권 등의 지역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고 있어서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원하는 만큼 올리기 어려운 한계도 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부동산부 신재근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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