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우려와 상호관세 부과 시점 임박 등 악재가 작용하며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다음달 2일 미국이 발표할 상호관세의 강도와 속도감이 드러나는 시점까지 외환시장 불안감은 지속될 전망이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대비 6.4원 오른 1472.9원에 마감했다. 종가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472.9원을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시달리던 2009년 3월 13일 1483.5원 이후 처음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은 미국의 물가지표와 소비자심리지표 등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며 리스크오프 현상이 심화한 속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주식시장에서 공매도가 전면 재개된 것도 외국인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주 변수로 작용했다.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2023년 11월 이후 전면 금지되어온 공매도가 재개됐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재개로 외국인 투자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으나, 글로벌 리스크오프 현상이 겹치며 대규모 자금 이탈로 나타났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1조5796억 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코스피 지수는 3% 급락한 2481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2일로 다가온 미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의 내용이 공개될 때까지 외환시장 변동성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내달 초 부과될 상호관세 관련해 예고된 정보가 반영된 수준이 현재의 환율이며, 관세의 강도나 우리 경제에 미칠 피해나 영향의 정도는 아직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4월 2일 상호관세의 강도와 속도감 등에 따라 환율 시장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우리 경제가 산불 영향으로 급하게 추경을 해야 할 정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악재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면 원화가치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열어놔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탄핵선고 지연이 환시에 가장 큰 악재라고 분석했다. 그는 "장중 위안화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는데도 원화는 약세를 보였는데, 이는 탄핵선고기일 연장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것이 원화에 가장 큰 리스크라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곧 2분기로 넘어가는 마당에 이번주까지도 탄핵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원화에게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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