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견제에 설비 확충·연구개발 투자"
해마다 실적 경신...수주고 3년간 3배↑
성과 걸맞는 대우 요구에 지속 소통 약속
점심 등 휴게 시간 시위 강행 검토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LIG넥스원이 1천억 원 넘는 환손실로 비상경영에 들어갔습니다.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LIG넥스원 경영진은 어제 1천여 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비상 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했습니다.
직원들의 불만이 거세지는 가운데 노사 간 내홍이 격화될 경우 수출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사안 단독 취재한 배창학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배 기자, 잘나가던 LIG넥스원에 무슨 일이 일어난거죠?
<기자>
매년 고속 성장을 거듭하던 LIG넥스원이 노사 갈등에 휘말리며 수출 사업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신익현 LIG넥스원 대표이사는 어제 오후 회사의 R&D 거점인 판교 하우스에서 긴급 타운홀 미팅을 개최했습니다.
L-Committee라는 명칭의 타운홀 미팅에는 신익현 대표를 비롯해 사업별 부문장, 실장 등 주요 경영진들과 500여 명의 임직원이 참여했습니다.
신 대표는 타운홀 미팅에서 임직원들에게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하겠다면서 그룹 차원의 의사 결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유럽의 자체 재무장, 미국의 관세 부과 등으로 글로벌 경영 환경이 불확실해지는 가운데 경쟁사들의 견제가 거세지고 한화 방산 계열사를 비롯한 협력사와 마찰을 빚고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신 대표는 국내외 공장 등 생산 설비 확충과 소부장 연구개발을 위해 큰돈을 들여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비상 경영이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동시에 직원들의 방만함을 경계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LIG넥스원은 판교에 이어 용인, 대전, 구미 등 다른 주요 사업장에서도 타운홀 미팅을 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앵커>
최근 투자를 목적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비슷한 입장인 것 같은데,
직원들 간 반응이 상반된다고요?
<기자>
사내에서는 "납득할 수 없다"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비상 경영을 선언하기에는 일감도 넘치고 실적도 좋다는 겁니다.
실제로 LIG넥스원은 지난해 매출액 3조 3천억 원, 영업이익 2,300억 원을 기록했는데요,
1년 전에 비해 매출은 40%, 영업익은 20% 넘게 늘어난 사상 최대 실적이었습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매출은 약 3조 8천억 원, 영업익 약 3,000억 원으로 또다시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수주 잔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기준 수주고는 20조 원을 넘어서며 3년 새 3배나 증가했는데, 올해 예상 수주 등을 감안하면 10년 치 일감을 따낼 것으로 보입니다.
호황을 누리다 돌연 비상경영을 선언한 것이 1천억 원 넘는 환손실 때문이라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LIG넥스원은 지난 3년간 1천억 원 넘는 환손실을 냈는데, 지난해 수익의 절반 가까운 규모입니다.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파생 상품에 손을 댔는데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막대한 손해를 본 겁니다.
문제는 올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발 관세 전쟁으로 환율이 금융위기 이래 최고치를 찍고 있다는 점입니다.
LIG넥스원은 "예상치 못한 환율 변동 때문“이라며 ”회사의 중장기 성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경쟁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나 현대로템 등에 비해 성과급이 턱없이 낮은 반면 고통 분담도 요구하고 있다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LIG넥스원은 노사 협의로 영업익 10% 재원으로 성과급을 지급 중인데, 지난해 환손실로 수익이 줄면서 기본급 100%대를 성과급으로 지급했습니다.
반면 동종 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본급 710%와 일시금 500만 원, 현대로템은 기본급 500%와 일시금 1,800만 원을 줬습니다.
<앵커>
근로자들이 단체 행동에 나설 조짐도 보이고 있다고 하던데,
방산업체 특성상 파업은 불가하지 않습니까?
<기자>
노조법에 따르면 '주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자'는 쟁의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방산은 국가 산업으로 자칫하면 국방 안보에 저해될 수 있기 때문에 노조가 파업 등 쟁의를 할 수 없게 규제를 둔 겁니다.
다만 해당 사안은 법원이 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제청을 한 상태입니다.
이에 LIG넥스원 근로자 등이 속한 방위사업노동자위원회도 헌재에 노조법 위헌 여부의 신속한 판결과 노동자의 노동 3권 확보를 위한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몇몇 LIG넥스원 직원들은 점심 등 휴게 시간 시위 강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사 갈등 격화 시 결국 LIG넥스원의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출도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LIG넥스원은 유도로켓 비궁의 미국 수출을 타진 중인데, 구본상 그룹 회장이 직접 미국을 방문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계약 체결 시 K방산 무기체계 중 처음으로 미국에 진출한다는 성과를 달성하게 됩니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외국산 무기 도입에 회의적인 입장인 만큼 노사 갈등을 걸고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앵커>
방산인사이드 배창학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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