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발효한 상호 관세가 본격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미국의 '관세 칼날'이 글로벌 경기를 침체에 빠뜨릴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 취재 기자와 알아 보겠습니다. 산업부 이지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한국에도 고율인 25% 관세가 적용됐죠?
<기자>
네.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 관세율에 기반한 것인데요.
상호 관세의 명목은 쉽게 말해서 '다른 나라가 미국에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입니다.
그간 이뤄진 무역이 불공정했고, 미국이 받은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거죠.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10% 기본 관세와 '최악의 침해국'을 대상으로 한 플러스 알파의 개별 관세로 구성됐는데요.

한국은 25%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율을 받았고요.
미국 정부가 또 다른 최악의 침해국으로 본 캄보디아(49%), 베트남(46%), 태국(36%) 등에도 고율의 관세가 붙었죠.
일본과 유럽연합(EU)도 각각 24%, 20%가 적용됩니다.
무엇보다 중국에는 무려 104%의 관세가 부과되는데요.
당초 중국의 상호 관세율은 34%였습니다. 다만 중국이 같은 보복 조치로 맞서자 재보복으로 50%를 더 때린 거죠.
이전 관세까지 포함하면 대중 관세는 100% 이상입니다.
<앵커>
글로벌 관세 전쟁이 우리 기업과 수출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겠습니다.
<기자>
중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며 초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죠.

미국의 중국에 대한 무역 적자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2,954억 달러였는데요. 교역국 중 최대입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한 기사를 하나 가져와 봤습니다.

기사 제목은 '트럼프의 아시아에 대한 관세 쓰나미가 삼성과 나이키에 닥쳤다'입니다.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내용인데, 앞서 제가 국가별 관세율을 말씀 드렸죠.
캄보디아나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범주에 속해있는 걸 확인하셨을 겁니다.
이들 국가가 중국의 우회 수출 기지로 활용됐다는 시각이 반영된 결과인데요.
HSBC의 경제학자는 이 기사에서 "관세로 국가를 깨끗하게 걸러내는 것(타겟팅)은 불가능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베트남에 제조 시설을 둔 한국의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자국 기업 나이키까지 피해가 번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KB증권은 "삼성전자가 베트남의 스마트폰 생산지 이전 없이 관세를 100% 흡수한다면,
스마트폰 영업이익의 4조원, 약 33%가 관세 영향에 노출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죠.
미국은 해외에서 생산하는 게 비싸도록 만들면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할 것이라는 논리인데,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는 "미국에서 제조하는 것은 비용 측면에서 전혀 이점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막대한 보조금이라는 유인이 없고요. 저렴하고 숙련된 노동력도 부재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세금 부과를 피한 반도체도 스마트폰의 상위 산업인 만큼, 결국에는 악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봤습니다.
<앵커>
개별 기업은 물론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충격이 예상됩니다.
<기자>
한국의 수출 피해액도 연간 510억 달러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영국 에스턴대 연구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 수출이 약 7.5% 감소할 것으로 봤습니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수출액이 6,800억 달러였으니까 510억 달러,
우리 돈으 약 75조원 이상이 관세로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이죠.

국내 연구 기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산업연구원 등도 20% 관세 부과를 기준으로,
우리 전체 수출이 448억 달러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봤는데요. 실제 관세는 이보다 더 높은 25%로 책정됐죠.
미국과 중국 갈등이 격화하면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은 상당한 피해를 입었는데요.
통상 달러화의 움직임에 원화가 연동되지만,
달러 가치가 하락한 만큼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우선적으로 관세를 협상하겠다고 선언했죠.
얼핏 들으면 특별히 미국과 먼저 협상할 기회를 준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상대적으로 손쉬운 한국에 양보를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다른 국가에 '협상이 유리하다'는 본보기로 내세울 가능성도 높습니다.
<앵커>
자유무역 질서의 붕괴가 가져올 경기 침체 우려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국제 유가는 물론 원자재 가격이 이런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네요.
<기자>
주류 경제학자 사이에서 광범위한 관세가 초인플레이션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수입품 가격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소비 지출을 억눌러 경기 침체까지 이어지는 거죠.
경기에 민감한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8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59.58달러로 마감했습니다.
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60달러 밑으로 내려간 것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인 2021년 4월 이후 4년 만입니다.
상호 관세 부과 계획이 나온 2일부터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으로 급락 중이죠.
구리나 니켈, 알루미늄 같은 원자재도 동반 하락세입니다.
구리는 런던금속거래소에서 통(t)당 8,760달러에 거래되며 전주 평균 대비 낙폭이 6.86%에 달했습니다.
건설, 전자 제품 등 산업 곳곳에 쓰이는 구리는 경기 전망의 선행지표 역할을 해 '닥터 코퍼'로도 불리죠.
일각에서는 미국 경제가 이미 침체에 빠졌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공개 석상에서,
"내가 대화한 대부분의 CEO는 미국이 현재 경기 침체 상태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매일 3조원의 관세 수익을 올린다고 만족하지만,
부작용으로 향후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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