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늘 국무회의를 열고 12조원 2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습니다.
지난 2022년 5월 이후로 약 3년 만에, 그것도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처음으로 마련된 추경안인데요.
전례 없는 미국발 관세 충격과 AI 등 신기술 대응에 추가재정 투입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필수 추경'이라는 이름도 붙었습니다.
세종스튜디오 연결합니다. 전민정 기자, 정부가 12조원대 추경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는데요. 통상과 AI 부분에 가장 많은 재원을 투입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정부는 12조 2천억원 중 통상리스크와 AI·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4조 4천억,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에 4조3천억원, 산불 피해 복구에 3조2천억의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통상·AI 등에 가장 많은 재원이 배정된 건 관세 리스크에 직면한 우리 기업을 지원하고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 제대로 맞서기 위해선 추가적인 재정 투입이 시급했기 때문인데요.
먼저 관세피해를 입은 수출기업을 위해선 저리대출 15조원이 포함된 정책금융 자금 25조원 긴급 투입됩니다. 여기에서 정부가 금융기관에 직접 지원하는 재정은 1조5천억원 수준이고요.
이와 함께 미·중 관세 전쟁 여파로 중국이 수출을 통제하는 희토류 등 6개 핵심 광물에는 4천억원을 들여 조기 비축을 지원합니다.
국내 AI 생태계 혁신을 위한 투자도 늘립니다. 1조8천억원을 투입해 연내 최신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 GPU 1만장을 확보한다는 계획인데요.
이를 통해 국내 AI 컴퓨터 성능을 7배 이상 높인다는 게 정부의 구상입니다.
또 기업이 해외 최고 수준의 AI 연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20억 한도로 지원해 석·박사급 이상 인재를 기존의 2배가 넘는 연간 3,300명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추경이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추정했는데요.
지난 1분기 역성장 전망이 나오는 엄중한 현실을 고려하면 '경기 마중물 효과'가 크게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데, 이에 대해 기재부는 애초 경기진작을 위한 추경이 아님을 분명히 했습니다.
<앵커>
최근 각국의 AI 경쟁이 심화되며 고성능 GPU를 누가 더 빨리 많이 확보하느냐가 중요해졌는데요. 이번 추경에 '올해 1만개 GPU 확보' 계획이 포함됐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추경안에 업계는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AI 모델의 경쟁력은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최대한 빠르게 학습시키는 게 핵심인데, CPU만으로 데이터를 처리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리죠.
이 때문에 AI 연산을 빠르게 처리해주는 고성능 GPU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현재 국내에서는 엔비디아 H100 기준 GPU가 2천장 수준에 불과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10만장 이상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턱없이 부족하죠.
엔비디아의 H100은 이미 단종된 상태인데요. 따라서 정부는 추경을 통해 확보한 예산으로 엔비디아의 최신 GPU 'H200'와 차세대 버전인 'B200' 등을 포함해 모두 1만장의 GPU를 선구매한다는 계획입니다.
앞서 유상임 과학기술통신부 장관은 "추경이 조속히 편성되지 않으면 올 한해 GPU가 들어오지 못하는 '보릿고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요.
국가AI컴퓨팅 사업이 난항을 겪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과 스타트업이 마음 놓고 GPU를 쓰지 못하면 R&D가 1년 늦어지고 이로 인해 국가 AI 경쟁력이 4년 뒤처질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GPU 확보도 그렇고, 관세 대응도 시급한 과제인만큼 이번 추경이 연내에 신속히 집행돼야 할 텐데, 벌써부터 더불어민주당이 증액을 요구하고 있네요. 국회 통과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추경안은 다음 주 초 국회에 접수되는데요.
정부는 이견이 없는 과제를 중심으로 추경안을 마련했고, 국회의 의견을 반영해 규모도 기존보다 2조 원 더 늘렸다며 국회에 추경안의 신속한 처리를 간곡히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12조원 추경이 경기부양에 역부족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추경 규모를 15조원으로 3조원 더 늘리고, 지역사랑상품권 발행도 추경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국회 심사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입니다.
다만 기재부는 민주당의 증액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며 수용 의사를 시사했는데요.
그러나 국회 심사 과정에서 민주당 요구대로 경기부양용 추경이 추가로 편성될 경우 재정여건이 더 악화된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이번 추경 편성을 위해 8조원의 적자성 국채가 추가로 발행되는데요.
이렇게 되면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GDP 대비)은 2.8%에서 3.2%로 확대되고, 국가채무비율도 48.1%에서 48.4%로 올라 재정 여건은 더 빠듯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세종스튜디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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