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을 벌이던 미국과 중국이 90일간 휴전에 들어가면서 산업 전반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우려가 컸던 자동차 부품 공급망에는 숨통이 트인 반면 태양광이나 디스플레이 등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 나와 있습니다.
고 기자, 양국의 이번 합의가 자동차 산업 쪽엔 어떻게 영향을 미칩니까?
<기자>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부품의 관세 리스크가 일시적으로 해소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 같은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들더라도 중국에서 조달해 와야 하는 부품이 있는데요.
대표적인 것은 와이어링 하네스입니다. 각종 전자장치와 센서, 계기판을 연결하는 배선장치고요. 말하자면 자동차의 신경망입니다.
자동차 한 대의 원가 3~5% 가량을 차지하는 부품으로 길이 2~5km, 무게는 130~150kg 들어갑니다. 전기차에서 중요성이 더 큰데요.
인건비 경쟁력이 핵심이어서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됩니다. 코로나 유행 당시 중국 와이어링 하네스 공장들의 휴업에 현대차그룹 생산도 멈춰선 바 있습니다.
지난 1974년 포니 때부터 현대차에 와이어링 하네스를 납품한 1차 부품 협력사 경신도 전 세계 10개 생산법인 가운데 중국에만 4곳을 운영중입니다.
다만 이번 합의가 일시적인 조치인데다 미국 정부가 2년 뒤엔 부품도 미국산을 사용하도록 관세 구조를 만들었는데요. 현대차그룹은 부품 미국 현지 조달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앵커>
미중 관세 합의가 경영환경 변화에 부정적인 시그널로 읽힐 수 있는 곳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태양광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미국은 지난해 9월 중국산 태양광 셀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올렸고, 올해 1월부터는 웨이퍼와 폴리실리콘에 대해서도 똑같은 관세율을 적용합니다.
미국 시장을 70% 점유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철퇴로 한화솔루션 같은 국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려왔는데요.
중국 정부가 태양광을 전기차, 배터리와 함께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육성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미중 관세 본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당장 다음 달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중국산 태양광의 우회 수출지인 동남아 4개국에 대한 최대 3,500% 관세 조치를 그대로 확정할지도 지켜봐야 합니다.
보스톤컨설팅그룹에 따르면 미국의 IRA를 감안해도 한화솔루션이 미국에서 만드는 패널은 동남아산보다 25~40% 더 비싸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는 상황입니다.
<앵커>
관세 전쟁에 미국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던 게 아이폰인데, 이 아이폰에 들어갈 디스플레이를 두고도 우리 기업과 중국 기업의 수주 경쟁이 치열했죠. 이번 미중 합의로 경쟁 구도가 바뀌나요?
<기자>
아이폰에 들어갈 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만들어왔는데, 수년 전부터 중국 BOE가 치고 들어와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16 기준 16%를 생산했습니다.
미중 갈등이 심해지면 애플이 BOE에 아이폰 물량을 주기 부담스러울 것이란 관측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달 중국 전자제품에 145%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스마트폰이나 디스플레이 등은 면제하고, 이번에 양국 관세 유예가 발표되면서 이런 기대는 없던 일이 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외부 변수보다는 실력만으로 겨루는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왔다고 볼 수 있는데요. 다행인 점은 우리 기업들의 기술력이 앞서있다는 겁니다.
업계에서는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아이폰17 최상위 모델에 어떤 디스플레이가 들어갈지가 최대 관심사인데요,
AI 발열을 잡아줄 저온다결정실리콘산화물 LTPO 패널부터, 폴더블 디스플레이까지 중국 기업은 만들 수 없는 삼성과 LG의 디스플레이가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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