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사랑한다"는 단어를 쓸 정도로 찬사를 보냈습니다.
기대를 모았던 삼성전자의 HBM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아 대조를 이뤘습니다.
조금 전 진행됐던 젠슨 황의 미디어 간담회 내용을 산업부 김대연 기자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김 기자, 젠슨 황이 SK하이닉스를 극찬했는데, HBM 납품과도 연관된 메시지가 있었습니까?
<기자>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충분히 긍정적으로 해석할 만한 발언은 많았습니다.
젠슨 황은 엔비디아 파트너사 제품을 둘러보고 친필 사인을 남기는 걸 좋아하죠.
이번에도 '컴퓨텍스 2025'에 마련된 SK하이닉스 전시관을 깜짝 방문해 HBM4 샘플 등을 살펴봤는데요.
젠슨 황이 "정말 아름답다"며 "잘하고 있다"고 극찬했습니다.
현장에서 "Go SK!"를 수차례 외치며 직접 분위기를 띄울 정도였습니다.
HBM4가 전시된 곳에 'JHH LOVES SK Hynix!(젠슨 황은 SK하이닉스를 사랑해!)'라고 메시지를 남겼고요.
SK하이닉스의 HBM이 탑재된 엔비디아 AI칩 'GB200'에는 'One Team!(원팀!)'이라고 적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AI 칩 개발의 일등 공신입니다.
그동안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3E는 SK하이닉스가 독점 공급해왔죠.
지난 3월에는 업계 최초로 엔비디아 등에 HBM4 샘플을 전달했는데요.
젠슨 황의 발언은 SK하이닉스의 HBM4 납품 계약에도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HBM3E와 HBM4를 엔비디아 블랙웰 G200과 나란히 전시했거든요.
HBM 경쟁력과 엔비디아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모두 부각하기 위한 배치로 풀이됩니다.
<앵커>
삼성전자의 HBM3E 퀄 테스트 통과 여부는 아직 안 나온 건가요?
<기자>
네, 지금까지 젠슨 황이 '컴퓨텍스 2025'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습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HBM3E 퀄 테스트 통과 여부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현재 삼성전자는 HBM3E 8단과 12단 모두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만든 일부 AI칩에만 삼성전자의 HBM3E 8단 제품이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마이크론에도 밀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마이크론이 HBM3E 12단 제품의 양산을 시작했는데요.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에서 마이크론 점유율이 5.1%로 3위입니다.
2위인 삼성전자와는 무려 37%p 차이가 나는데요.
삼성전자보다 마이크론의 HBM3E 제품이 먼저 엔비디아에 납품되는 겁니다.
엔비디아는 이번 행사에서 블랙웰 울트라를 3분기에 선보이겠다고 밝혔죠.
여기에 HBM3E 12단 제품이 적용됩니다.
마이크론이 올해 HBM 점유율을 20%대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한 만큼 삼성전자의 입지가 흔들리는 것은 사실이고요.
엔비디아가 내년에 출시하는 '베라 루빈'에 HBM4가 들어가거든요.
SK하이닉스 독주 체제에서 마이크론이 삼성전자의 자리를 넘보고 있습니다.
<앵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타격도 우려되는데, 젠슨 황도 유감을 표시했다고요?
<기자>
젠슨 황이 오늘 오전에 열린 글로벌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의 수출 통제는 실패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엔비디아는 중국에서 약 17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3조 원을 벌었는데요. 지난해 전체 매출의 14%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H20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한 거고요.
이 때문에 엔비디아는 7조 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도 4년 만에 45%p 가까이 떨어졌는데요.
젠슨 황은 "4년 전에 중국에서 엔비디아의 시장 점유율이 95%였는데, 현재 50%에 불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H20보다 낮은 성능의 칩을 중국에 출시할 것이라는 추측은 일축했습니다.
젠슨 황은 "현재의 H20이나 호퍼 아키텍처는 더 이상 추가로 성능을 낮출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오히려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기술 개발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한 건데요.
젠슨 황은 "내년 중국의 AI 시장 규모가 약 500억 달러로 예상된다"며 "미국이 AI 확산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리지 않으면, 중국이 따라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김대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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