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이 이틀 간 20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에서 제네바 합의 당시 양국간 이행 사항에 대한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장중 양국간 실질적 논의 진전에 대한 기대로 일제히 상승했고, 반도체 업종과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한 테슬라가 강세를 보였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2.93포인트, 0.55% 오른 6,038.8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23.75포인트, 0.63% 상승한 1만 9,714.99를 기록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05.11포인트, 0.25% 뛴 4만 2,866.87로 거래를 마쳤다.
● 미·중, '제네바 프레임워크'에 합의…베선트, 의회 증언으로 중도 복귀
영국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진행된 미·중 무역협상이 이틀째인 이날 오전 10시부터 9시간 넘게 기술적 세부사항을 조율하기 위한 막판 논의가 이어졌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의회 증언을 위해 이날 저녁 워싱턴으로 돌아갔지만,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 측과 최종 이행 원칙 합의에 성공했다.
베선트 장관은 랭커스터 하우스를 떠나는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이틀간 생산적인 협상을 가졌고, 협상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부터 "협상이 정말, 정말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던 러트닉 장관은 "중국과 제네바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프레임 워크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리청강 중국 국제무역담당관 겸 상무부 부부장도 허리펑 부총리를 대신한 인터뷰에서 "제안을 각자 지도부에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양측이 완전한 합의가 아닌 제네바에서 이뤄진 이행 요건 외 구체적인 방안은 별도로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백악관에서 "중국과 잘 지내고 있다"면서 "중국은 쉽지 않지만, 런던 협상 팀으로부터 좋은 소식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을 개방하고 싶다"면서도 "중국은 그동안 우리를 이용해왔고, 개방하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희토류 수출과 반도체 기술 접근 문제다. 중국은 전 세계 90%의 희토류 가공을 통제하고 있으며, 미국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기술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협상의 관건은 5월 제네바에서 합의한 조건을 재확립하는 것으로, 미국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늘리는 대신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제트 엔진 부품, 화학물질, 핵물질 관련 수출 제한을 완화할 뜻을 보여왔다.
애틀랜틱 카운슬의 덱스터 로버츠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기술 통제의 일부를 철회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중국에게 매우 큰 승리로 여겨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에 대한 수출 제한은 유지할 뜻을 밝히는 등 협상 이전 부터 논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왔다. 이와 별도로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와 협상을 통해 철강 관세 50%를 면제하는 대가로 추가 양보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블룸버그 ‘베선트 재무장관, 파월 후임 유력 후보’
한편 블룸버그는 이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내년 5월 임기 만료를 앞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유력 후임자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 안팎에서 베선트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추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기존 유력 후보였던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와 후보군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베선트는 “이미 워싱턴에서 최고의 직책을 가지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와 미국 국민에게 최선인 사람을 결정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국제금융협회(IIF)의 팀 애덤스 회장은 "글로벌 금융계에서 베선트에게 갖는 신뢰와 확신을 고려할 때 명백한 후보이자 다크호스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제롬 파월 의장을 향해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라고 조롱하며 금리 인하에 너무 소극적이라고 비판해왔다. 최근 고용 지표와 물가 등이 공개될 때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파월의 실책이라면서 직접 금리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 테슬라, 오스틴서 로보택시 공개…우버 하락 전환
테슬라가 오스틴에서 로보택시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실제 운행 중인 무인 자율주행 차량이 목격되면서 주가가 5% 넘게 상승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서 해당 영상을 재게시한 뒤, “이 차량들은 공장에서 바로 나온 수정되지 않은 테슬라 차량들”이라면서 “우리 공장에서 나오는 모든 테슬라가 무감독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달 CNBC 인터뷰에서 "6월 말까지 오스틴에서 약 10대의 차량으로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하고, 몇 달 내에 수천 대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테슬라는 초기 시범 서비스 기간에 지오펜스(운행 지역 제한) 방식으로 시작하되, 감독을 할 운전자는 탑승하지 않을 예정이다.
테슬라의 이러한 행보에 시장 잠식 우려가 반영된 우버 주가는 0.84% 내렸다. 하지만 우버 역시 이날 영국 자율주행 기술기업인 웨이브와의 사업 협력 발표와 스티펠의 신규 매수 의견 커버리지 제시 등으로 하락 폭을 줄였다.
영국 하이디 알렉산더 교통부 장관은 공식 발표를 통해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내년 봄부터 인간의 개입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웨이브와 우버는 복잡하고 좁은 런던의 도심 주행으로 레벨4 등급의 자율주행 서비스를 다른 나라로 확장할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투자은행 스티펠도 이러한 우버에 대해 “교통과 배송, 광고 등 슈퍼앱으로의 진화를 이루고 있다”면서 “2026년까지 총 예약 16%씩 성장이 예상됙, 광고 시장 침투 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지난 주말 LA 도심 시위로 자율주행차량 일부 서비스를 중단한 알파벳의 웨이모는 주당 25만 건의 유료 승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각 플랫폼 사업자와 테슬라의 본격적인 경쟁이 예상된다.

● 우려 덮고 반등한 애플…소송 리스크 덜어낸 구글
애플은 전날 세계개발자대회(WWDC25)에서 새로운 '리퀴드 글래스' 디자인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대한 사용자들의 일부 우려와 AI 기능 부재에도 1% 가량 반등했다.
대대적인 운영체제 디자인 개편에 월가의 반응은 신중한 의견들이 이어졌다. 골드만삭스는 “디자인 중심인 점엔 다소 실망했지만, 사용자 경험이 개선되면서 전체 소비자 충성도는 높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JP모건 역시 “제한적인 인공지능 서비스 개선은 성장 여력의 한계로 이어질 수있다”면서도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광고와 마케팅 부서를 중심으로 자발적 퇴사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아쉬케나지 최고재무책임자 주도로 대규모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또 이날 크롬 브라우저 데이터 수집 관련 집단소송에서 승소하며 법적 리스크도 해소했다.
캘리포니아 연방판사는 크롬 사용자들이 데이터 수집 정책에 대한 동의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집단소송을 기각했다. 구글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위험을 덜어내며 이날 1.43% 올랐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은 무역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코인베이스 기준 이날 오전 지난 5월 22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 111,891달러에 근접하는 등 강세를 이어갔다. 알트코인 가운데 이더리움은 24시간 기준 8.3% 상승한 2,726.95달러, 리플(XRP)은 2% 오른 2.29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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