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속 중국 제조업체들이 아프리카 이집트로 생산 기지를 대거 옮기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제조업체들은 미국 관세를 피하기 위한 탈출구로 이집트에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앞서 대중(對中) 관세를 부과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2017∼2021년) 때 중국 수출업체들이 동남아시아 국가로 생산기지를 옮긴 상황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는 동남아 국가도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관세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밖에 중국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이집트가 주목받는 이유로는 가장 먼저 안정성이 꼽힌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 비해 이집트는 비교적 안정적이고, 반아시아 정서도 없다는 것이다.
이집트의 낮은 임금도 중국 제조업체들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다.
이집트 공장 노동자의 임금은 월 100∼150 달러(약 13만∼20만원)로 동남아 제조업체가 현지에서 지급하는 임금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 같은 비용 경쟁력으로 인해 이집트 섬유산업은 호황이다.
이집트 의류 수출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이집트의 의류 수출액은 10억 달러(약 1조3천600억원)를 넘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나 증가했다.
섬유산업 성장세는 중국 기업을 포함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의 유명 섬유업체인 '저장 캐디 산업'은 1억 달러(약 1천360억원)를 들여 이집트에 공장을 짓고 현지 시장에 진출한 대표적 사례다. 이 공장은 앞으로 일자리 4천500개를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집트를 통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려는 중국 섬유 제조업체들도 많다고 SCMP는 전했다.
이집트의 균형 잡힌 외교 정책도 중국 제조업체들을 끌어들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딩융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중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이집트는 다른 국가와 달리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균형 잡힌 무역을 하고 있다"며 "이는 관세 강화 조치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작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다만 중국 제조업체가 이집트에 몰리면서 주요 경제 구역의 공장 임대료가 지난 6개월 사이 두 배 넘게 급등했고, 중국 대기업에 밀린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2017년부터 이집트에서 소형 가전업체를 운영 중인 자샹셩은 "미디어와 하이얼과 같은 중국 대기업이 이집트에 들어왔다"며 "우리도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낮추며 버티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