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성'이 죽은 제프리 엡스타인으로 인해 미세한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체포돼 2019년 수감 중 사망한 억만장자 엡스타인과 관련된 각종 의혹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를 강고하게 받치는 '트럼프 진영' 내부에 분열 기류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정계·재계 인사들과 교류하던 엡스타인이 작성한 '성 접대 고객 리스트' 존재설, 그의 타살설 등은 트럼프 진영에서도 매우 민감한 사안이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팸 본디 법무장관이 2월 "지금 내 책상에 앉아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라며 리스트를 언급한 뒤 논란이 증폭됐다. 법무부와 FBI가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히며 논란은 더 거세졌다.
트럼프의 지지층인 '마가(MAGA)' 공화당원들은 본디 장관 해임을 요구하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과거 트럼프 재선의 일등공신이자 핵심측근이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최근 트럼프와 결별하고 곧바로 엡스타인 성추문 사건에 트럼프가 연루됐다는 취지의 글을 SNS '엑스'에 올려 이슈에 불을 붙였다.
행정부, 의회, 대법원이 모두 트럼프 대통령 지배 하에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지만, 내부 기반인 마가의 동요는 트럼프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부정선거론 등 각종 음모론으로 집토끼 결속을 다져왔으나, 이번엔 엡스타인 논란을 미숙하게 대응한 참모의 실책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그는 최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엡스타인 문제를 '지겨운 일', '민주당의 농간'이라 일축하고, 진상규명 요구 지지층을 '어리석다'고 비난하며 파장 진화에 애쓰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초 여러 행사에 엡스타인과 함께 참석했던 트럼프의 발언은 제3자 평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다.
이 와중에 트럼프와 지지층을 잇는 대표적 보수매체 '폭스뉴스'의 대주주 루퍼트 머독이 엡스타인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100억 달러(약 14조원) 명예훼손 소송 피고로 지목되면서 사안은 더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독과의 갈등이 폭스뉴스와의 관계를 흔들 수 있다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폭스뉴스 인사들을 정부 요직에 기용하며 '친트럼프 매체'로서의 지위를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를 통해 엡스타인 기소 과정에서 나온 대배심원 증언 공개도 요구하는 등 의혹 정면돌파를 시도했으나, 역풍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이 드러나거나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트럼프로서도 '살얼음판'이 될 수 있다.
엡스타인 논란은 머스크 CEO의 연이은 SNS 공세로 세를 더하며 트럼프 지지층 내 분열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머스크는 16일부터 SNS 엑스에 30여 건의 글을 연달아 써 트럼프와 정부의 엡스타인 파일 대응을 질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