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의 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 1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몰리면서, 부동산 시장을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후분양 단지라서 몇 달 새 13억 원에 가까운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청약인데도,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둔 정부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건설사회부 신재근 기자 나왔습니다. 신 기자, 현금부자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습니다. '로또 청약'으로 평가받긴 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죠?
<기자>
이번 청약은 '현금 부자가 이렇게 많구나', 부동산 시장을 놀라게 한 사건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별공급과 1순위 청약을 합치면 10만 명 넘는 사람이 청약을 넣었습니다. 특히 1순위 청약의 경우 110가구 모집에 7만 명 가까운(6만9,476명) 사람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631.6대 1을 기록했습니다.
가장 평수가 큰 74㎡의 경우 분양가가 18억 원대인데 대출 규제로 최소 12억 원의 현금이 필요합니다. 취득세까지 합치면 더 많겠죠.
심지어 잠실 르엘은 후분양입니다. 내년 1월 입주라서 4개월 안에 돈을 마련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현금이 많고 자금계획이 확실한 사람만 덤벼들 것으로 전망됐는데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이번 청약 결과는 또 대출 규제가 '청약 양극화'를 부추길 것이란 비판을 증명해 준 셈입니다. 소득이 많고 갚을 능력이 있어도 가진 자산이 없다면 청약에 참여할 기회도 없는 거죠.
<앵커>
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보면, 6·27 대출 규제가 한계에 다다르지 않았나 이런 생각도 듭니다.
<기자>
6.27 대출 규제 이후 정부가 공급 대책을 내놓기로 했지만 이미 시점을 놓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출 규제로 눈치를 보던 갈아타기 수요가 다시 고개를 들 것이다 이런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앞서 현금부자가 얼마나 많은지 확인하지 않았습니까? 실제 통계를 보면 서울 주요 지역의 주택담보대출 금액은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자기자본 비율이 높다는 거죠.
강남3구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평균 5억 원, 갈아타기 수요가 많은 마포의 경우는 평균 3억 원선입니다. 자기자본이 상당한 만큼 대출 규제 속에도 충분히 갈아타기에 나설 수 있는 거죠.
획일적인 6억 원 대출 규제가 길어질 경우, 현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앵커>
정부가 내놓겠다고 한 공급대책은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죠?
<기자>
공급대책이 늦어진다는 건 그만큼 정부의 고민이 크다는 걸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현재로선 재건축·재개발 말고는 서울에 대규모 주택을 짓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공급대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는데요.
정부도 이같은 상황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국토부 중심의 단순 공급대책이 아닌 범정부 차원의 부동산 종합대책으로 방향 전환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지역의 가격 안정을 가져올 만큼 충분히 공급을 할 수 없으니,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추가 규제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겁니다.
전세 대출의 보증 비율을 낮추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데, 전세대출 DSR은 상당히 강력한 정책으로 평가됩니다.
<앵커>
그런데 전세대출 규제는 지난 정권들에서도 여러차례 추진을 하려다 말았는데, 그만큼 서민 주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습니까?
<기자>
전세를 규제할 경우 전세가격 하락도 문제지만, 실수요자들의 주거 불안정이 커지는 것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됩니다.
특히 전세대출을 많이 받는 신혼부부나 청년층이 대출 한도 축소에 따른 타격을 받을 걸로 보입니다. 전세 대신 월세로 집을 구해야 하니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빌라뿐만 아니라 아파트 시장에서 전세가 하락으로 역전세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전세대출 규모를 줄여야 하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집값을 잡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도돌이표처럼 월세와 전세가, 매매가가 서로 영향을 주며 차례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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