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지급도 맞춤형으로

<앵커>
사망보험금을 유족에게 한꺼번에 지급하던 관행에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도입된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시행 10개월을 맞으며 가족 상황에 맞춰 보험금을 조건과 시점에 따라 받도록 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는 겁니다.

관련 시장을 겨냥한 보험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임동진 기자와 얘기 나눠봅니다.

먼저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기존 상품들과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기자>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법 개정을 통해 사망보험금을 신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이후 상품들이 출시 됐는데요.

일반적인 사망보험금은 유족이나 수익자에게 보험금이 한꺼번에 지급됩니다.

이 경우 미성년자나 고령자, 장애인에게 일시에 많은 자산이 넘어가 자산 관리 위험이 커지는 상황이 생기고, 분쟁 가능성도 높아지는데요.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수익자가 받게 될 보험금의 지급 방식과 금액, 시기 등을 맞춤형으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3억원의 사망보험금이 있다면, 1억원을 일시에 주고, 매년 2,000만원 씩 10년 동안 나눠 지급하도록 계약할 수 있는 겁니다.

분할 지급되는 동안 사망보험금 잔액은 정기예금이나 금융상품 등으로 운용돼 이자 수익도 추가로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세금의 경우 일반 상속과 동일하게 부과되고요. 신탁 운용 중 발생하는 이자소득에 대해서도 소득세를 내야합니다.


<앵커>
최근 한화생명이 뛰어들면서 빅3 생명보험사들이 모두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을 운용하게 됐는데요. 보험사들은 어떤 기대를 갖고 있을까요?

<기자>
종신보험 등 사망보험금이 발생하는 상품을 신탁 구조로 전환하거나 새로운 보험 가입시 신탁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데요.

보험사들은 신탁 설정 수수료와 운용 보수 등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시장 확대에 따른 신규 고객 유치, 장기 계약 유지 효과 등도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일반사망 담보 누적 보유계약액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883조 원인데요.

지난 6월 기준 보험사들의 총 보험금청구권 신탁 보유 계약은 4천억원이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시장 개척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입니다.

현재 한화를 포함해 삼성과 교보, 미래에셋, KB라이프, 흥국 등 5개 생명보험사가 진출해 있는데요.

보험사들은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와 컨설팅 등 전문적인 상속 플랜을 제공하면서 고객 유치에 힘쓰고 있습니다.

교보생명의 경우 6월 말까지 554건, 800억원 규모였던 계약이 8월 말 기준 615건, 855억 원 수준으로 2달 간 계약건수는 11%, 계약금액은 7% 정도 늘었습니다.

<앵커>
아직 제도가 시행된지 1년도 안되긴 했지만, 잠재 시장에 비해 아직 성장이 더딘 모습인데요. 보험사들은 현재 보험금청구권 신탁의 시장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고요?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신계약 건수는 789만7,000건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는 보험금청구권 신탁 분야가 활성화 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인데요.

보험사는 물론 전문가들도 사망보험뿐 아니라 상해·질병보험금까지 신탁 대상을 확대하고, 현재 3,000만원인 최소 수탁금액 규제도 풀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신탁수익자를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도 합리화 해달라는 입장입니다.

현재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다양한 보험금을 신탁 재산에 포함하고 수익자 역시 폭넓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경제부 임동진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