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국경제tv) 박지원 외신캐스터= 월급날 아침, 회사에 출근했더니 정문에 '금일 휴업' 공지가 붙어있다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지금 미국에서 바로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미국 연방 정부가 결국 셧다운에 돌입했습니다. 정치권은 예산안 처리 시한을 코앞에 두고도 끝내 돌파구를 찾지 못했고, 결국 상원이 휴회에 들어가면서 셧다운은 현실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싸우는 걸까요? 핵심은 '의료보험' 문제입니다. 민주당은 "아픈 사람들을 위한 의료비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공화당은 "예산이 너무 많이 드니 줄여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겁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게 다 누구 책임이냐"를 두고 치열한 책임 공방이 불붙고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투자자로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남습니다. "그래서 우리 주식시장은 어떻게 되는 건가?" 하는 점이죠.
역사는 의외의 답을 보여줍니다. 이 표는 1990년 이후 주요 셧다운 기간 S&P500 지수의 성적표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총 6번의 사례 중 5번이나 증시는 상승으로 마감했습니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역대 최장기 셧다운이었던 2018년 말입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무려 35일간 셧다운을 이어갔고, 모두가 시장 붕괴를 우려했는데요.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S&P500 지수는 이 기간 동안 무려 10.4%나 급등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2013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 16일간의 셧다운 때도 증시는 3.2% 올랐고, 1995년 클린턴 행정부 시절 두 차례의 셧다운 역시 모두 상승으로 마무리됐습니다.
물론 1990년에 2.1% 하락한 예외도 있지만, 전반적인 데이터는 한 가지 사실을 가리킵니다. '셧다운'이라는 정치적 악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제한적이거나, 오히려 다른 호재에 묻히는 경우가 많았다는 겁니다. 마치 시장이 "정치권은 싸워라, 우리는 갈 길을 간다"고 말하는 것 같죠? 이런 역사적 경험 때문에, 투자의 관점에서 셧다운은 그저 '단기 소음'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 이면에는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과거 셧다운 시기에 증시가 올랐던 진짜 이유는, 셧다운 자체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고 다시 돈을 풀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줬기 때문입니다. 즉, 셧다운이라는 악재를 압도할 만큼 강력한 '유동성'이라는 호재가 있었던 거죠. 따라서 이 점을 고려하면, 셧다운 자체를 호재로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렇게 과거의 착시 효과를 걷어내고 나니, 이번 셧다운을 둘러싼 진짜 위험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과거와 현재의 상황이 얼마나 다른지 하나씩 비교해 드리겠습니다.
첫째, 경제의 기초 체력, 즉 펀더멘털이 다릅니다.
2018년 당시 미국 경제는 매우 튼튼했습니다. 성장률도 좋았고 실업률은 낮았죠. 비유하자면, 건강한 사람이 가벼운 감기에 걸린 격이라 시장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25년 현재는 다릅니다. 도이체방크는 "현재 미국 경제는 셧다운을 맞았던 1990년 이후 가장 취약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미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감기가 폐렴으로 번질 수 있는 것처럼, 작은 충격에도 시장 전체가 휘청일 수 있는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둘째, 시장이 셧다운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2018년 투자자들은 셧다운을 "결국 해결될 단기적인 정치 소음" 정도로 여겼습니다.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었기에 정치적 불확실성을 무시할 수 있었죠. 그러나 지금 시장은 셧다운을 "실질적인 경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바로 '영구 해고'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금융정보업체 레이먼드 제임스는 만약 이번 셧다운이 단기적인 무급휴직이 아닌 영구 해고로 이어진다면, 가뜩이나 취약한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는 과거의 공식을 깨뜨릴 수 있는 중요한 변수입니다.
셋째, 연준의 역할이 달라졌습니다.
2018년에는 시장의 '믿는 구석', 바로 '연준'이라는 구원투수가 있었습니다. 금리 인상을 멈추고 통화정책을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셧다운이라는 악재를 덮었습니다. 반면 2025년의 연준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더 큰 적과 싸우느라 손발이 묶여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데이터 공백' 현상까지 겹치면서 불확실성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셧다운이 되면 연준과 투자자들이 가장 의지하는 핵심 경제 지표 발표가 중단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과거 1995년 셧다운 당시, 1월 초에 발표됐어야 할 고용보고서는 2주가 지나서야 공개됐고, 소비자물가지수(CPI)는 한 달 가까이 지연되어 2월에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모든 시장의 관심이 ADP 민간고용보고서 같은 민간 데이터에 쏠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월가에서는 오히려 '절호의 매수 기회'라는 조언이 우세합니다.
실제로 과거 데이터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캐너코드 제뉴이티의 보고서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셧다운 기간 동안 S&P 500 지수는 평균 0.1% 하락하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셧다운이 종료된 후에는 주가가 강하게 반등했습니다. 3개월 후에는 평균 3.3%, 6개월 후에는 7.8%, 그리고 1년 후에는 무려 11.5%나 상승했습니다. 특히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 지수는 1년 뒤 평균 17.9%나 급등하며 더 큰 상승 폭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셧다운, 대체 언제 끝나는 걸까요?
안타깝게도 "아무도 모른다"가 정답에 가깝습니다. 월가에서는 2018년의 역대 최장기록인 35일을 이번에 갈아치우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말합니다. 현재로서는 양측 모두 타협할 이유보다는 버텨야 할 이유가 더 명확해, 셧다운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질 수 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월가의 다수 의견은 이번 셧다운을 '단기 조정'이자 '매수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데이터라는 익숙한 나침반만을 믿고 항해하기엔 '영구 해고'라는 안개가 너무 짙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위기와 기회, 두 가지 시선이 팽팽히 맞서는 만큼 섣부른 낙관보다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시장을 신중히 바라봐야 할 때입니다.
작성자: 박지원 외신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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