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은행권 대출 창구도 다소 한산한 분위기입니다.
다만, 지난달 주춤했던 가계대출이 이달 들어 다시 급증세를 보이는 점은 우려스럽습니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다음 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로 향하고 있습니다. 경제부 김예원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오늘이 부동산 대책 시행 첫날인데, 창구 분위기는 예상보다 한산했다고요?
<기자>
네, 대출 규제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이미 있었던 만큼, 은행권 전반에 큰 혼란은 없었습니다.
지점을 직접 찾은 고객이 눈에 띄게 늘지 않았고요.
아무래도 기존에 주담대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강력한 규제가 있었던 영향이 큽니다.
다만, 지점이 위치한 지역에 따라 조금은 반응이 달랐습니다.
강북, 노원 등 새롭게 규제 지역으로 묶인 곳들에선 주담대나 스트레스 DSR 신규 적용으로 대출 한도가 얼마나 감소하는 지 등 문의 전화가 꽤 있었다고 하고요.
반면 규제 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고양 등 지점들은 아직 뚜렷하게 문의가 늘거나 하지는 않는 상황입니다.
현재 은행의 대면 대출 접수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다만 신한이나 하나은행 등은 전산 시스템 반영 문제로 비대면 주담대 접수를 일시 중단한 상태입니다.
은행들은 전산 반영이 완료되는 대로 빠른 시일 내 접수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대출 수요가 줄면 가계부채도 다소 안정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최근 흐름은 어떻습니까?
<기자>
지난 9월 한 달 동안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은 1조 원대로 급감했습니다.
6·27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주담대가 줄었고, 여름 이사철도 끝나며 전세 수요도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0월 들어 5대 은행에서는 다시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15일 기준 잔액이 이미 1조 6천억 원 넘게 늘었는데요.
추석 연휴를 제외하면 실제 영업일은 6일에 불과했는데도, 9월 한 달 증가분을 이미 뛰어넘은 겁니다.
규제가 나오기 전에 대출을 미리 받아놓으려는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고요.
주택 거래량은 보통 2~3개월 시차를 두고 대출 잔액에 반영되는만큼, 9월에 늘어난 거래량에 따라 향후 잔액이 더욱 불어날 우려도 큽니다.
<앵커>
가계부채도 여전히 안심하긴 이르네요. 다음 주 목요일 한국은행 금통위가 예정돼 있죠. 이번 부동산 대책이 금리 결정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기자>
네,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한은이 이번 10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내리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 넘기기 힘들다는 전망에도, 금통위가 지난 7, 8월 두번 연속 금리를 동결한 것은 집값 때문이었죠.
금통위 전 한은이 확인할 수 있는 집값 데이터가 오늘 발표됐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2주 전보다 0.54% 올랐습니다.
성동구, 광진구, 마포구 등 한강벨트 지역은 1%대 증가율로 상승세가 더 가파른데요.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할 경우 집값 상승을 자극할 수 있어, 한은이 무리하게 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규제 지역을 대폭 확대하고, 수요를 더욱 옥죄는 강력한 부동산 대책 시행일로부터 금통위까지는 불과 일주일입니다. 정책 효과를 가늠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죠.
따라서 한은이 최소 한두 달간 시장 반응을 지켜본 뒤에, 금리 인하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입니다.
대책 효과 극대화를 위한 정책 공조 차원에서라도 이번엔 금리 동결이 유력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앵커>
최근 파월 의장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잖아요. 한·미 금리차가 줄어들면서 한국은행의 운신 폭도 다소 넓어질 수는 있겠네요.
<기자>
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미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를 두 차례 더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간 한은은 역대 최대로 벌어졌던 한미 금리차를 신경써왔습니다.
미국이 예상대로 금리를 0.5%p 내려준다면 한은이 연내 금리를 동결한다고 해도 한미 금리차가 1.25%p로 낮아지게 되죠.
그만큼 운신의 폭이 생길 수 있다는 건데요.
그래서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내에는 추가 인하 없이 현재 2.5%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씨티는 한은의 금리 인하가 내년 1분기에 재개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분석했는데요.
여기에 외환시장 불안도 부담입니다.
한때 1,43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오늘 1,418원대로 내려왔지만, 최근 며칠 새 한은이 우려할 만큼 변동성은 무척 커진 상황이고요.
대미 통상 협상과 미·중 갈등 등 대외 불확실성 역시 여전히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최연경, CG: 노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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