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관이 마약밀수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백해룡 경정이 수사하던 당시 현장검증에 참여한 말레이시아 운반책이 조현병(정신분열증)을 호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국내로 필로폰을 밀반입할 당시 인천공항 세관 직원이 범행에 도움을 줬다고 진술한 3명 중 1명이다.
백 경정은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으로 근무하던 2023년 9월 한국에 필로폰을 들여온 말레이시아 국적 운반책 2명을 검거해 세관 직원이 범행에 연루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들은 입국 전 현지 마약 총책에게서 '한국 세관이 너희들을 알아보고 빼낼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해 1월 이들은 인천공항을 통해 마약을 밀반입했다.
또 말레이시아를 출국하기 전 해당 총책이 사준 옷을 입고 전신사진을 찍었는데 이 사진이 한국 총책을 거쳐 세관 직원들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안내받았다고 했다.
이들은 현장 조사에서 세관 직원 3명을 특정하고 당시 자리를 비운 1명의 사진을 보고 일치하게 지목했다.
또 다른 말레이시아 국적 운반책 1명도 세관 마약밀수 연루 의혹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내놨다. 그는 다른 이들보다 앞서 검찰에 검거됐다.
3명의 운반책 가운데 1명인 말레이시아 국적 A(48)씨는 2023년 11월 인천국제공항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조현병이 있다고 호소했다.
백 경정이 출국 심사 때 누가 도와줬냐고 질문하자 A씨는 "잘 모르겠다. 그냥 순조롭게 통과했다. (마약 총책) B씨가 전에 항상 얘기했다. 여기 세관에서 다 사람 사놨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고"라고 답했다고 당시 조사 기록에 나타났다.
질문이 이어지자 A씨는 통역인에게 "정신분열증이 있는데 지금 도진 거 같다. 조금 적게 물어봤으면 좋겠다. 계속 지금 귀에서 (환청이) 들리고 마음이 복잡해진다"라고 말했다.
이후 A씨는 잠시 수갑을 풀어달라고 부탁했고, 수갑이 풀린 뒤 백 경정은 질문을 계속했다.
A씨는 비행기를 타기 전 개설된 단체대화방에 몇 명이 있었냐는 질문에 "다섯 명이었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다른 운반책이 13명이라고 했고, 이 말이 맞냐는 질문에 A씨는 잠시 생각한 뒤 "맞다"라고 진술을 바꿨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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