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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새벽배송 금지해야"…2천만 소비자·택배기사 우려

성낙윤 기자

입력 2025-10-29 10:57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배송기사의 근로조건 개선을 논의하는 범정부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새벽배송을 금지하자는 취지의 개선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이 새벽배송을 제한하자는 의견을 공식석상에서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쿠팡과 컬리 등 주요 새벽배송 업체 소비자들 규모만 2천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내년부터 새벽배송이 차단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민주노총 “새벽배송 중단해야”…이르면 연말 결론

29일 택배업계 및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지난 22일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심야·휴일 배송 택배기사 과로 문제 해결을 위한 택배 사회적대화기구’에서 이 같은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회의에는 신선식품 등 새벽배송을 하는 쿠팡과 컬리(컬리 넥스트마일)를 비롯, 쓱닷컴·네이버 등 새벽배송을 담당하는 CJ대한통운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한국노총과 정부측 인사들이 참여했다.

이날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야간배송 근절을 위해 심야시간(00시~05시) 배송을 제한하고, 오전 5시 출근조·오후 3시 출근조 2개조로 주간연속 2개조로 편성해 운영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변경에 따른 택배노동자들의 수입감소에 대한 보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전 7시까지 소비자들에 배송되는 신선식품이나 생필품은 0시~5시에 일하는 택배기사들이 배송한다. 이를 원천 차단하고 오전과 오후에 배송하는 주간배송직만 남기자는 것이다.

한국노총 측은 반대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실적으로 야간배송을 금지하는 것은 택배기사 일자리 상실, 수입감소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 사회적 대화기구는 민주노총과 민주당 주도의 협의체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업계에서는 “택배사의 사회적 대화기구는 그동안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제기한 문제점에서 출발했고, 결론도 이들 단체의 의견이 비중있게 반영돼 왔다”고 했다.

노조측 방안대로 개선안이 추진되면 내년부터 새벽배송이 제한되거나 사라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 "국민 목소리 들어야"…택배기사 내부 반발 가능성도

업계 일각에서는 “민주노총이 정작 새벽배송의 가장 큰 이용자인 국민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소수의 택배기사 권익 향상에만 몰두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의 택배노조 쿠팡 지회를 비롯한 노조 가입 새벽배송 기사들은 수백여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공정위 등에 따르면, 쿠팡에서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이용하는 '와우 회원'은 약 1,500만명에 이른다. 컬리 이용자는 월 300만명, 유료멤버십 가입자는 약 140만명이다. 쓱닷컴·오아시스·네이버 등을 합친 새벽배송 이용자는 2천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자녀를 둔 워킹맘과 2~4인 가구들은 새벽배송을 이용해 기저귀나 생필품, 급한 학교 준비물 등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고 영세 자영업자들도 새벽배송으로 식재료를 공수하는 경우가 많다”며 “오프라인 유통망이 부족한 도서산간지역도 새벽배송을 원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비자 1천명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 새벽배송 서비스가 없는 지역 소비자의 84%가 “새벽배송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편리한 장보기(44.3%), 또 긴급한 경우 사용할 수 있어서(34%) 등이 주된 이유였다. 이용 경험자의 10명 중 9명(91.8%)은 새벽배송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응답자의 99%는 향후에도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2024 소비자시장평가지표’에 따르면 새벽배송은 40개 생활 서비스 중 총점 71.8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가격의 공정성, 신뢰성, 선택가능성 등 주요 항목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새벽배송이 일상의 ‘의식주’를 해결하는 인프라로 거듭나고 있다는 뜻이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해당 규제가 현실화하면, 소비자뿐 아니라 택배 기사들의 반발에도 직면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 조사에 따르면 야간배송 기사들은 새벽배송 기사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교통 혼잡이 적다(36.7%)’, ‘주간배송보다 수입이 더 좋아서(32.9%)’, ‘낮시간에 개인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서(20.7%)’였다.

또 학회의 지난해 조사에선 야간배송을 할 수 없는 경우 '주간 일자리를 찾아보겠다'는 답변은 25.6%에 불과한 반면, '다른 야간 일자리를 찾겠다'고 밝힌 응답자는 56.8%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야간 배송에 대한 장점을 살리면서도 건강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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