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최대 전기차 제조회사인 테슬라(티커명 TSLA) 주주들이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1조 달러(약 1천450조 원) 규모 성과 보상안을 승인했다. 이번 투표는 사실상 머스크의 리더십과 그가 제시한 AI와 로보틱스 비전에 대한 신임 투표로, 주주들은 75% 이상의 압도적인 찬성표로 머스크의 향후 10년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
현지시간 6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테슬라 주가는 보상안 통과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한때 2% 넘게 급등하다, 1시간 가량 이어진 머스크의 감사인사와 비전 발표 도중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며 보합권으로 밀리기도 했다. 현지시간 오후 8시 현재 야간 거래에서 테슬라 주가는 약 1.9% 상승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 들어 17.8% 상승한 테슬라 주가는 S&P500 지수의 14% 상승률을 가까스로 웃돌고 있다.
이날 오후 4시(미 동부시간) 텍사스 오스틴 기가팩토리에서 열린 2025 연례 주주총회에서 테슬라는 머스크에 대한 '2025 CEO 성과 보상안'을 75%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사 3인 재선임,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2019년 주식 인센티브 플랜 개정, 회계법인 지정 등 이사회가 상정한 주요 안건도 큰 이견 없이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이번 투표는 테슬라 이사회가 "부결 시 일론이 회사를 떠날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하고, 모건스탠리 애덤 조나스 애널리스트가 전날 "만일 부결 될 경우 사업 추진 동력이 사라지면서, 주가는 10% 이상 즉각 매도세에 직면할 것"이라 내다보는 등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앞서 세계 1, 2위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 루이스를 비롯해 테슬라의 9대 주주인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보상안 규모와 주식 희석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냈고, 뉴욕시 연금,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CalPERs) 등 일부 대형 기관투자자들도 반대표를 던졌다.
이에 반해 국민연금과 캐시우드가 이끄는 아크(ARK)인베스트를 비롯해 배런 캐피털, 찰스 슈왑 등이 찬성표로 돌아섰고, 일론 머스크 본인의 지분(약 15%) 투표가 허용되는 텍사스 법 규정에 힘입어 압도적인 개인 주주들의 지지가 더해지며 안건은 역사적인 주주총회 관문을 넘겼다.

◆ 8.5조 달러 시총이 최종 목표..달성 시 첫 조 단위 부자 예고
주주총회 의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한 뒤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두 대와 함께 등장한 머스크는 “감사하다”면서 “단순히 테슬라 미래의 새로운 챕터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책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낙관적이고 상상의 미래를 그리며 “테슬라 주식을 계속 보유하라"고 주주들에게 촉구했다.
그는 옵티머스 로봇을 "스마트폰이나 자동차보다 훨씬 더 큰,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제품"이자 "무한한 머니 글리치(돈 복사기)"로 비유하며 향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핵심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크가 밝힌 옵티머스 생산 비용은 대당 약 2만 달러 수준으로, 옵티머스 훈련에는 수십억 달러의 막대한 컴퓨팅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테슬라 이사회 로빈 덴홀름 의장은 블룸버그 등과의 인터뷰에서 "그와 11년간 일한 경험으로 볼 때, 그를 움직이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이라며 보상안을 통한 동기 부여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이번 보상안은 12개 트랜치(단계)로 나뉘어 있으며, 각 트랜치를 받으려면 시가총액과 운영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머스크가 첫 번째 트랜치를 받으려면 테슬라의 시가총액을 현재 1조 5,000억 달러에서 2조 달러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누적 차량 인도 2천만 대 또는 500억 달러의 조정 EBITDA 달성 같은 운영 목표를 통과해야 한다.
이후 휴머노이드 로봇 100만 대 판매, 로보택시 100만 대 상업 운행, FSD 구독 1천만 건 확보, 4천억 달러 조정 EBITDA 유지 등이 순차적인 목표로 포함되어 있다. 테슬라의 지난해 조정 EBITDA는 160억 달러였다.
모든 목표를 달성해 시가총액이 8조 5천억 달러에 이르면, 머스크의 지분 가치는 약 2조 4천억 달러에 달하게 된다. 이는 현재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순자산 4천600억 달러의 5배가 넘는 규모로, 세계 최초의 '조만장자(Trillionaire)' 탄생이 가능해진다.

◆ 차세대 AI, 거대 팹 구축 언급…TSMC·삼성 이어 인텔과도 논의
머스크는 이날 주주총회 이후 ‘지속가능한 번영’을 주제로 한 구체적인 기술 로드맵을 공개했다. 서비스 출시를 앞둔 로보택시 차량인 '사이버캡’은 내년 4월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길을 닦아준 웨이모에 감사한다"고 이례적으로 경쟁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2017년 공개 후 지연됐던 차세대 로드스터는 2026년 4월 1일 데모를 공개하고, 그로부터 12~18개월 뒤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보택시 공개와 함께 핵심 서비스로 주목받아온 FSD 기술의 안전성에 대해 v14 버전 기준으로 492만 마일당 1회의 사고가 발생해, 미국 전체 평균(70만 마일)보다 7배 더 안전하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몇 달 안에 FSD가 운전 중 문자 메시지를 보내도 될 만큼 안전해질 것"이라면서 국가별 서비스 확대에 대한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이날 발언 중 일론 머스크는 AI 반도체 설계가 공급이 중요한 문제가 됐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차세대 테슬라 전용 인공지능 반도체인 AI6는 이전 세대 대비 50배의 성능 향상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머스크는 “필요한 반도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아마도 거대한 팹을 지어야 할 것 같다”며 물량 조달을 위해 TSMC, 삼성과 논의 중으로 인텔과도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머스크의 이러한 발언 직후 인텔 주가는 시간외에서 3% 가까이 급등했다.

◆ 일부 기관 등 강력 비판…”견제받지 않은 권력”
주주 제안으로 올라온 xAI 투자 안건은 '찬성'이 '반대'보다 많았으나, 기권표가 상당해 이사회가 다음 단계를 검토하는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안건은 권고 사항으로 테슬라가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머스크는 지난해 5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아이디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한편 머스크는 주주들과의 질의응답 중 스페이스엑스(SpaceX)에 대해 "언젠가 상장하는 것이 아마도 타당할 것"이라며, 테슬라 주주들이 참여할 방법을 찾고 싶다고 언급했다.
일론 머스크 보상안에 주주들은 강력한 지지를 보냈지만 일각의 비판은 여전하다. 뉴욕주 재무감사관 토마스 디나폴리는 "이것은 성과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견제받지 않는 권력에 대한 보상"이라고 밝혔고,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미 미국 하위 52% 가구보다 많은 부를 소유한 한 사람이 더 부유해지는 것은 완전히 터무니없다"고 성토했다. 보상안에 반대했던 기관 주주 연합을 이끈 SOC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성명을 내고, 이번 주총이 "EV 거인의 책임감 붕괴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보상안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있는 운영 확대, 휴머노이드 로봇, 로보택시 인도 등 상당한 장애물이 남아 있다"며 "이제는 자율주행 미래를 향한 테슬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챕터를 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보상안은 머스크의 2018년 보상안이 델라웨어 법원에서 무효화된 데 따른 것이다. 테슬라는 이 판결에 항소 중이며, 판결에 대한 대응으로 본사를 텍사스로 이전했다. 테슬라 이사회는 지난 8월 300억 달러 규모의 중간 보상도 승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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