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에 트럭을 몰고 돌진해 21명의 사상자를 낸 60대 트럭 운전자가 경찰 조사에서 질환이 있지만 운전에 지장이 없다고 주장하다가, 돌연 지병이 심하다고 말을 바꿔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운전자 A(67)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구속됐다. 이기홍 인천지법 부천지원 당직 판사는 이날 오후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범죄 혐의 중대성에 비춰보면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이날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전 취재진에 "제가 (뇌혈관 질환인) 모야모야병이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 밟은 거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는 이처럼 답하면서 "60년 평생 생선밖에 안 팔았는데 (평소) 잠도 4시간만 잤고 이자를 갚으려고 열심히 일하다 보니 몸에 병이 생겼다"고 했다.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도 그는 "뇌질환으로 약물 치료 중이었으나 최근 가게 일로 바빠 치료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야모야병은 뇌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 좁아지는 희귀성 질환이다. 증상으로는 뇌출혈·마비·감각 이상·발작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사고 당일인 지난 13일 그는 조사 과정에서 모야모야병과 관련해 "운전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면서 "의사나 약사로부터 '운전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다"고 답변했다고 경찰이 밝혔다.
불과 이틀 만에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A씨가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을 주장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형법상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으면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형이 감경될 수도 있다.
그는 변호사가 입회하지 않은 상태로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최근에는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경찰 조사 당시에는 불이익을 받을까봐 지병 관련 언급을 자제했을 수도 있다. 사건 당일이라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진술이 바뀐 이유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피의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에 대해 (경찰이) 언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13일 오전 10시 54분께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에 1t 트럭을 몰고 돌진해 60∼70대 여성 2명을 숨지게 하고 10∼70대 남녀 19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 트럭은 사고 직전 1∼2m 후진했다가 132m를 질주해 피해자들과 시장 매대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트럭 '페달 블랙박스'에는 A씨가 사고 당시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을 밟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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