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계약 수주 과정에서 뇌물을 건넸다는 의혹으로 미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중국 통신장비 업체 ZTE(중싱통신)가 최대 20억달러(2조9,000억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부담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11일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법무부가 올해 들어 ZTE의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 혐의를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ZTE는 10억달러(1조5,000억원) 이상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합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의금 규모에는 ZTE가 뇌물 제공을 통해 얻은 것으로 의심되는 계약의 이익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금액이 20억달러를 초과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합의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ZTE가 미국과 합의에 이르려면 중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번 조사는 ZTE가 남미, 특히 베네수엘라에서 사업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행위는 2018년 이전에 발생했다고 한다.
로이터는 이 사안이 2018년 ZTE가 미국 상무부와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맺은 기존 합의와 맞물리며 복잡한 상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ZTE는 대북·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미국 정부에 20억달러 안팎의 벌금을 냈다.
ZTE는 미국 기업으로부터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대량 구매해 이를 북한과 이란에 수출한 혐의를 받았다. 2017년 ZTE는 관련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 약 10억달러 납부와 함께 5년간의 기업 감독 체제를 수용했다. 그러나 경영진 징계 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2018년 4월 미국 상무부는 7년간의 대미 거래 금지 제재를 부과했다.
ZTE가 미국 기업으로부터 핵심 부품을 조달할 수 없게 되면서 회사는 사실상 존폐 위기에 몰렸다. 이에 중국 정부가 강력히 개입해 제재 완화를 요구했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두 달 뒤 제재가 해제됐다. 2018년 6월 ZTE는 벌금 10억달러, 보증금 성격의 4억달러 예치, 경영진·이사회 교체, 미국인 준법감시팀 배치 등의 미국 상무부의 조건을 수용해 제재가 해제됐다.
한편 미국 상무부도 이번 법무부 조사와 동일한 사실관계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상무부가 ZTE가 10년 기한의 '2018년 합의'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ZTE가 다시 거액의 합의금을 납부하게 될 경우, 회사의 재무 상태는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ZTE의 지난해 순이익은 11억6,000만달러 수준이었다. 합의가 불발되면 미국이 이전처럼 ZTE와 미국 공급업체 간 거래 금지를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ZTE는 이날 홍콩거래소에 제출한 성명에서 "미국 법무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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