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대표 유물, 대박물관에 없다니...기구한 사연

세계 최대 규모의 이집트 대박물관이 개관하자 네페르티티 왕비 흉상 환수 요구가 다시 한번 거세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존하는 이집트 유물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손꼽히는 이 흉상의 주인공 네페르티티는 고대 이집트에서 일신교 신앙을 최초로 도입한 신왕조 시대 파라오인 아멘호텝 4세(아케나톤)의 정실 부인이다.

아름다운 이목구비에 희미한 미소를 띈 얼굴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이집트 유물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정작 대박물관에는 이 유물이 없다. 1912년 흉상이 독일로 반출됐기 때문이다.

당시 독일인 고고학자 루트비히 보르하르트가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약 320㎞ 정도 떨어진 텔 엘-아르마나 유적지에서 네페르티티 흉상을 발굴해 독일로 빼돌렸다. 흉상은 지난 2009년부터 베를린 노이에스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독일 측은 여기에 법적 문제는 없다고 주장하지만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이집트를 식민 지배하던 영국 당국은 유물이 발견되면 이집트와 반반씩 나눠야한다고 규정했는데 보르하르트가 프랑스 관리인을 속여 네페르티티 흉상을 손에 넣었다는 것이다.

보르하르트는 네페르티티 흉상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독일로 가져간 후 그가 십년 간 대중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도 무단 반출 정황을 뒷받침한다고 WP는 전했다.

네페르티티 흉상 환수를 추진하는 전 이집트 유물부 장관 자히 하와스는 "이런 나라들은 나일강을 유린했다"며 "이제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돌려줄 때"라고 밝혔다.

이집트 유물 반환을 거부하는 나라들이 이집트의 유물 보관 역량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대박물관 개관해 이런 주장도 근거를 잃었다고 그는 반박했다.

네페르티티 흉상 환수 여론이 거세지만 정말 돌아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이에스 박물관은 운송이 까다롭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프리데리케 자이프리트 노이에스 박물관 관장은 "협력 박물관의 환경이 문제가 아니다"며 "전세계 어느 박물관에서 최고의 환경을 제공한다고 해도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파손되기 쉬워서 불가능하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WP는 네페르티티 흉상이 노이에스 박물관에 매년 수십만명의 관람객을 끌어오는 '간판'이라 쉽게 내어줄 리 없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