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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민법 제32조 비영리사단법인 설립허가 규정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

입력 2026-01-19 15:08  

66년된 민법 제32조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라

법무법인(유한) 태평양(대표변호사 이준기)과 재단법인 동천(이사장 유욱)은 비영리 사단법인의 설립허가를 거부한 정부 처분과 관련해, 서울행정법원이 그 근거 규정인 민법 제32조(비영리법인의 설립과 허가)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청 결정에 따라 민법 제32조 위헌 여부를 다투는 사건(2025헌가20)은 2025년 12월 29일 헌법재판소에 접수되어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이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재판 중인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의 위헌 여부에 관해 법원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는 절차로, 제청이 이루어지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해당 재판은 정지된다.

쟁점이 된 현행 민법 제32조는 비영리법인인 사단법인과 재단법인을 설립할 때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규정은 설립허가의 기준·요건을 법률상 명시하고 있지 않아, 허가 여부가 전적으로 행정청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구조다.

이번 위헌제청 결정으로, 비영리 사단법인 설립을 허가제로 규율하면서도 허가 기준과 요건을 법률에 명시하지 않은 현행 제도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는 민법 제정 이후 66년간 유지되어 온 비영리법인 설립허가제도가 헌법상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결정은 청소년의 사회참여 활성화와 민주시민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청소년직접행동)에 대한 여성가족부의 설립허가 거부처분에서 비롯되었다. 위 단체는 환경·빈곤·불평등·차별 등 사회적 과제에 대해 청소년의 참여를 이끄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사랑의열매 공모사업 등 다수의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활동 성과를 검증받았다. 이후 후원자가 증가함에 따라 보다 안정적인 공익활동을 위해 사단법인 설립을 추진하며 여성가족부에 법인설립허가를 신청하였으나 당시 여성가족부(현 성평등가족부)는 서울에만 사무소가 설치되어 있다는 점과 목적사업 수행을 위한 재정적 기초가 확립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설립허가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단체는 이미 설립허가를 받아 활동 중인 다수의 법인 역시 서울에만 사업장을 두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해당 사유가 설립허가 거부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고, 재정적 기초 역시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된다면 이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주무관청은 구체적 근거없이 지속적으로 설립허가를 지속적으로 거부했다.

이에 태평양과 동천은 청소년직접행동의 설립을 지원하여 온 한국공익법인협회와 협력하여 여성가족부의 설립허가 거부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설립허가 거부의 근거 규정인 민법 제32조 자체가 헌법상 결사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아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였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번 제청 결정에서, 비영리 사단법인 설립 여부를 행정청의 전적인 재량에 맡기고 구체적인 기준을 두지 않을 경우 국가권력이나 사회의 주류적 견해에 부합하지 않는 단체는 법인격 취득이 어려워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비영리 사단법인 설립허가 제도는 결사의 자유 행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본질적 사항으로서 국회가 법률로 정해야 할 영역임에도 이를 행정청 재량에 맡긴 것은 의회유보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으며, 허가 요건을 전혀 정하지 않은 채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하는 방식은 과잉금지원칙과 평등원칙에 위배될 소지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위헌제청 결정은 단순한 개별 사건을 넘어, 비영리 사단법인 설립 과정에서 반복되어 온 주무관청의 자의적 판단, 부처별로 상이하고 불투명한 설립허가 관행, 명확한 기준 없이 장기간 지연되는 행정 부담 문제를 구조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현장에서는 중앙부처 소관 비영리 사단법인 설립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으며, 관리 가능 범위를 이유로 사실상 신규 설립을 받고 있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일부 주무관청에서는 설립허가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아 담당 공무원별 판단이 달라지는 혼선이 발생하고, 근거 없이 설립허가가 반복적으로 거부될 경우 설립을 시도하던 단체가 결국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헌법재판소의 민법 제32조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에 따라 비영리법인 설립허가주의 제도의 근본적인 개편이 이루어질 수 있다. 비영리법인 설립허가주의는 식민지 시기 법제의 영향을 받아 도입된 이후 단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은 채 유지되어 왔으며, 일본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이미 비영리법인 설립을 원칙적으로 자유화하고 세제 혜택 등에서만 공익법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사단법인에 대해 설립허가주의를 유지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고, 학계에서도 오래전부터 민법 제32조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태평양과 동천은 “민법 제32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앞서 비영리법인 설립과 운영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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