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이라크 차기 정부 구성 과정에서 친이란 무장 세력이 포함될 경우, 이라크의 핵심 자금원인 원유 판매 대금 흐름을 차단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이라크 고위 정치인들에게 차기 내각에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정파 인사가 참여할 경우, 이라크 국가 재정, 특히 원유 수출 대금을 겨냥한 제재에 나설 수 있다고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연초 베네수엘라 현직 대통령 축출에 성공한 이후 자신감을 얻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약소국을 상대로 내정 간섭 수위를 점차 높이는 가운데, 이번에는 이라크 내 친이란 세력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춘 조치로 해석된다.
보도에 따르면 조슈아 해리스 주이라크 미국 대사대리는 최근 두 달 동안 무함마드 시아 알수다니 총리를 비롯해 시아파 정치 지도자들과 쿠르드족 지도자들을 잇따라 만나 미국의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같은 경고는 중재자를 통해 일부 친이란 단체 수장들에게도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미국의 압박이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유지해온 이라크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요구는 구체적이다. 지난해 11월 총선 이후 출범할 새 내각에 미국이 '이란과 연계된 인물'로 분류한 58명의 의원이 포함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 이라크 관리는 "미국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58명의 의원 가운데 누구라도 내각에 들어가면 이라크 새 정부와의 관계를 끊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곧 달러 송금을 중단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이 같은 압박을 가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이라크의 특이한 원유 수익 관리 구조가 있다. 이라크는 원유 수출 대금의 대부분을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개설된 이라크 중앙은행 계좌에 보관하고 있다. 달러 송금이 중단될 경우 이라크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미국은 특히 친이란 무장단체 '아사이브 아흘 알하크'(AAH) 소속 아드난 파이한이 지난달 말 이라크 의회 제1부의장으로 선출된 데 대해 강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AAH는 연간 10억 달러(약 1조4,5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석유 밀수 네트워크의 핵심 조직으로 지목돼 왔다. 이 단체의 수장 카이스 알카잘리는 인권 유린 혐의 등으로 2019년 미국 제재 명단에 올랐다.
이 같은 미국의 전방위 압박 속에서 알카잘리는 최근 파이한을 부의장직에서 사퇴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 사안과 관련한 로이터 통신의 질의에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미국은 이라크의 주권을 지지하며, 악의적 이익을 추구하고 종파 분열과 테러를 조장하는 친이란 민병대가 설 자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경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을 폭격한 데 이어, 최근 반정부 시위 사태와 관련해 군사 개입 가능성까지 시사한 이후 나온 또 하나의 고강도 압박 조치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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