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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중의원 해산’ 승부수 던진 다카이치 총리…과연 일본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국제경제읽기 한상춘]

김보선 기자

입력 2026-01-26 09:57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일본 경제에 가장 큰 관심사는 ‘아오키 법칙’에 걸려있는 이시바 시게루가 총리가 교체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아오키 법칙이란 내각과 집권당의 합친 국민 지지도가 50%를 밑돌아 좀비 국면에 처한 것을 뜻한다. 결국 낮은 국민 지지도를 극복하지 못한 이시바 총리는 자진사퇴하고 다카이치 사나에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일본 정치 역사상 첫 여성 총리가 이끄는 다카이치 정부가 일본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장기 저성장 원인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1990년 이후 일본 경제 잠재 성장률을 지속적으로 하락해 0.5% 내외까지 떨어졌다. 실제 성장률도 이 수준에서 맴돌아 오히려 디플레 갭이 발생한 해가 많다. 총공급과 총수요 간의 길항 작용이 없다는 의미다.

총공급 면에서 단순생산함수(Y=f(L,K,A), L=노동, K=자본, A=총요소생산성)를 이용해 복원력을 따져보면 노동 섹터는 인구절벽과 저출산?고령화가, 자본 섹터는 토빈 q 비율이 1을 밑돌아 생산성이 여전히 낮다. 총요소생산성도 시대에 뒤떨어진 계파 정치 고집과 정치권의 부정부패 등으로 사회간접자본(SOC)가 제도라 확충되지 않아 획기적인 구조개혁이 없으면 복원력은 더 떨어질 수 있는 여건이다.

총수요 면에서 항목별 소득 기여도(Y=C+I+G+(X-M), Y:국민소득, C:민간 소비, I:설비투자, G:정부 지출, X-M:순수출)로 저성장의 원인을 살펴보면 일본 경제를 지탱해 왔던 양대 항목인 민간 소비와 엔저가 무려 15년 이상 지속되는 데도 순수출의 기여도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항목인 민간 소비는 통화유통속도, 통화승수 등이 떨어지고 있어 쉽게 회복되기는 어렵다.

국민경제 3면 등가 법칙(생산=분배=지출)으로 총공급과 총수요를 연결하는 각 부문에도 병목(bottleneck) 현상이 심하다. 생산과 분배 간에는 SOC 미확충에 따른 허위만의 전후방 연관효과가 떨어져 소득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분배와 지출 간에는 일본 국민의 높은 저축률에 따라 절약의 역설(saving’s paradox)에 걸린 지 오래됐다. 지출과 생산 면에서는 해외 누수 현상이 의외로 심각하다.

실질적인 출범 첫해인 올해 다카이치 정부가 이 난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 지금까지 알려진 다카이치노믹스의 핵심은 아베노믹스를 재추진할 것이라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일본의 수출입 구조가 ‘마샬-러너 조건((외화표시 수출수요 가격탄력성+자국통화표시 수입수요 가격탄력성)>1)을 충족시키지 않아 큰 기대를 걸기는 힘들다.

재추진 여건도 녹록치 않다. 추진기관인 일본은행은 구로다 하루히코 전 BOJ 총재가 이끌었던 아베 정부 때와 달리 우에다 총재는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저금리를 통한 달러 약세를 추진하는 트럼프 정부와의 충돌도 우려된다. 1985년 플라자 협정처럼 인위적으로 조정되지 않으면 환율전쟁이 발생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미국 재무부가 외환시장 개입 전에 뉴욕 연방은행이 실시하는 레이크 체크(rate check)를 엔·달러 환율을 대상으로 조사했다는 점을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정정책에 있어서는 소득세 감면과 성장률(g)가 이자율(r)보다 높으면 빚내서 더 써도 된다는 토마스 피케티 공삭과 현대통화이론을 받아들이고 있다. 얼핏 보면 트럼프노믹스 2.0과 비슷하다. 하지만 일본의 국가채무비율이 270%에 달하는 데다 국제기채여건 등에서 세계 제1의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비교할 수는 없다.

일본 경제처럼 저량(stock)과 유량(flow) 변수에서 성장 장애 요인을 안고 있을 때는 모든 경제정책은 긴축과 부양의 성격과 관계없이 반짝 효과만 그치는 캠플 주사에 그친다. 주체적인 면에서 재무성과 일본은행(BOJ), 스펙트럼 면에서 재정과 통화뿐만 아니라 환율정책에 이르기까지 모두 해당한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정책 기조를 변경하거나 같은 정책이라도 자주 내놓으면 부작용은 더 심하게 나타난다. 현재 일본은 국가채무비율이 270%가 넘어 재정정책 여지가 거의 없다. 장기간 지속된 아베노믹스로 통화와 환율정책에서도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BOJ도 금리인상 등과 같은 출구전략을 신속하게 밀어붙이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권력욕이 의외로 강한 다카이치 총리가 승부수를 던졌다. 자신의 높은 국민 지지도를 바탕으로 중의원을 해산하고 다음 달에 있을 선거를 통해 의회 내 정치적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패배하면 약속대로 조기 사임할 것으로 보이지만 승리하면 재정 지배(fiscal dominance)가 우려된다. 재정 지배란 한번 쓰면 줄이기가 어려운 재정에 대해 각종 규제와 의회 등의 견제를 무시하고 압도한다는 차원에서 붙여진 용어다.

재정 지배로 가장 우려되는 것이 ‘부채의 화폐화(bond monetization)’ 방안이다. 최근처럼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여건에서 국채가 민간에서 소화되기 어려우면 중앙은행이 사줘야 한다. 일본의 재정 사정이 갈수록 악화되는 점을 고려하면 포퓰리즘 성향이 강한 다카이치 총리가 이 방안에 대한 유혹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다카이치 총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No(아니다)’다. 오히려 영국의 경제 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자신의 목적 달성을 하지 못하면 더 강하게 중앙은행 등을 밀어붙이는 ‘재정적자와 포퓰리즘 간 죽임의 악순환 고리(deficit populism doom loop)’가 형성될 것으로 우려했다.

재정이 각종 규제를 무시하고 중앙은행까지 지배하면 물가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본의 물가가 현재보다 기대, 단기보다 장기일수록 기대 물가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재정지출을 늘리고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말이 뛰는 식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캘로핑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시각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경기에 미치는 효과도 의문시된다. 케인스언의 재정지출 승수효과는 1930년대 대공황 당시에는 3배를 웃돌았으나 최근에는 1배 내외까지 떨어졌다. 일본처럼 국채 부채가 위험수위가 넘은 여건에서는 국채 발행에 따른 구축 효과로 오히려 물가 상승 속에 경기가 침체되는 ‘재정 긴축(fiscal stagnation)’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정책 수용층인 국민은 더 어렵게 된다. 재정 지배로 물가가 올라가고 경기가 침체돼 소득이 줄고 실업자가 늘어나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경제 고통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국가가 마비될 위기에 몰리는 데도 일본 국민이 허리띠를 더 졸라메지 않고 오히려 복지비 등을 더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정 지배의 궁극적 모습은 어떻게 될 것인가. 케네스 로코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재정이 불안하고 △금리가 높으며 △정치가 마비돼 있고 △충격이 오는데 위정자가 느끼지 못할 때 부채 위기가 온다는 4단계론을 제시하면서 지금 일본은 마지막 단계에 와있다고 경고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절실한 것은 재정의 지배가 아니라 콘솔리데이션, 즉 재정의 건전화(fiscal consolidation)다. 재정 건전화는 단순히 긴축(austerity)이 아니라 공공기관과 공무원 수 대폭 축소, 각종 위원회 폐지, 경직성 항목을 투자성 항목으로 조정하는 페이 고(pay go) 등으로 재정수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말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사익보다는 국익을 위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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