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사 발행어음 시장이 사업자 확대와 금리 경쟁 심화 속에 자본시장 핵심 자금조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은행 예금 금리가 정체된 가운데 연 3%대 수익률을 내세운 상품이 투자자 자금을 끌어들이며 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신한투자증권은 9일 자사 첫 발행어음 상품인 ‘신한Premier 발행어음’을 출시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직접 발행하는 1년 이내 만기의 어음이다.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지급하면서 사실상 원금까지 보장해 준다. 예금자보호법을 적용 받지 않으나, 만기 시점에 증권사가 부도나 파산하지 않는 한 원금을 지급해야할 책임이 있다.
이번 상품 최소 가입금액은 100만원이며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된다. 수시형 금리는 세전 연 2.5%, 약정형은 기간에 따라 연 2.3~3.3%보 수준이 적용된다. 만 15~39세를 대상으로 한 2030세대 특판 상품은 연 4% 금리를 제시했다. 판매 한도는 200억원으로 소진 시 조기 종료된다. 신한투자증권은 조달 자금의 약 35%를 벤처·중소기업 등 모험자본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증권사 핵심 자금조달 수단 부상
발행어음으로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사업 확대와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조달 수단으로 평가된다. 조달 자금 운용 성과가 수익성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현재 국내 발행어음 판매 증권사는 총 7곳이다. 기존 한국투자·NH·KB·미래에셋증권 등 4곳에 더해 지난해 키움증권이 다섯 번째 사업자로 진입했고,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각각 후발 사업자로 시장에 합류했다. 키움증권과 하나증권은 지난해 말 바로 첫 상품을 선보였고, 신한투자증권은 이번에 상품을 출시했다.
후발 사업자들은 금리 경쟁으로 고객 확보에 나서는 분위기다. 키움증권은 약정형 1년물 기준 연 3.25%, 하나증권은 약 3.2% 수준 금리를 제시하며 자금 유입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사업자 역시 금리 조정과 상품 구조 차별화로 대응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은행 예금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과 단기 운용 편의성이 맞물리면서 발행어음이 개인 자금 흡수 채널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고 본다.

삼성증권 발행어음 인가 2017년부터 지연 中
반면 대형증권사인 삼성증권은 발행어음 인가 심사가 해를 넘기며 시장 합류가 늦어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하고 현장 실사를 마쳤지만 내부통제 관련 제재 심사 결과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인가 심사에서 준법성과 내부통제 능력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만큼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일 경우 판단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의 발행어음 인가 절차는 외부평가위원회 심사와 현장 실지조사,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금융위원회 의결로 마무리된다. 삼성증권은 현장 실지조사를 마친 뒤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이르면 2월 말 증선위 논의 가능성이 제기되며, 결과에 따라 발행어음 사업 진입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한 2017년 이후 삼성증권은 9년째 사업 진입 문턱을 못 넘기고 있다. 당시 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 영향으로 인가 신청에 나서지 못했던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현재 삼성증권은 메리츠증권과 함께 증권선물위원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어 인가가 이뤄질 경우 시장 사업자는 최대 9곳까지 늘어나게 된다. 업계에서는 시장 선점 효과를 고려하면 인가 시점이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미 일부 신규 사업자는 상품 출시 직후 수천억원 규모 물량을 빠르게 소진하며 흥행을 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발행어음 확대 흐름에는 정책적 배경도 작용하고 있다. 자본시장 활성화와 혁신기업 투자 재원 확대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발행어음 조달 자금이 벤처·중소기업 투자로 이어지는 구조가 기대된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업자가 늘어나면 초기에는 금리경쟁이 나타나겠지만 결국 재무 안정성과 운용 능력이 시장 지위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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