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인공지능(AI) 공포가 기술주 전반으로 번지면서 일제히 급락했다. 나스닥 지수는 이날 2% 넘게 하락해 2만 2,597.1선까지 밀렸고 S&P500지수는 1.57% 떨어진 6,832.76을 기록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이날 하루 669포인트, 1.34% 밀려 4만 9,451.98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 전반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CBOE 변동성 지수 빅스(VIX)는 17.96% 치솟아 20.82를 기록했다. 안전자산인 금 가격도 이날 3% 하락해 4월물 기준 트로이온스당 4,941달러까지 내렸고, 귀금속 가운데 은 가격은 10.62%, 백금(-6.85%), 팔라듐(-5.91%) 등도 강한 낙폭을 보였다.
◆ AI 공포의 다음 희생양…물류에서 시스코, 앱러빈까지
이날 시장을 뒤흔든 것은 AI 기술 경쟁으로 기술 기업들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전통 산업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공포가 커졌기 때문이다. 서비스 나우 등 소프트웨어에서 시작한 ‘AI 공포'는 지난 2주 사이 보험, 자산관리, 상업용 부동산을 차례로 덮친 뒤 이날 물류주까지 영향을 줬다.
이날 시가총액 500만 달러 미만의 초소형 AI 물류 업체 알고리즘 홀딩스는 고객사의 화물 처리량을 인원 증원 없이 300~400% 끌어올렸다고 밝힌 뒤 29.87% 폭등했다.
그러나 기존 막대한 인력과 운송 인프라를 가진 대형 기업들이 수익성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날 러셀3000 트럭운송지수가 7% 넘게 내렸다. 시에이치 로빈슨(CH Robinson)은 장중 한때 24% 급락하며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랜드스타 시스템도 15% 내렸다.
인터랙티브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수석 전략가는 블룸버그를 통해 “지난 3년간 투자자들은 AI에 대해 낙관적으로 바라왔다”며 “이제는 AI가 사업의 수익 구조를 어떻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깨닫고 있다”고 진단했다.
AI 스타트업인 앤트로픽이 법률과 금융자문 등 다양한 산업의 업무를 자동화하는 새로운 도구를 공개한 이후 이 같은 공포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UBS는 전날 소프트웨어 산업의 불확실성과 과도한 설비투자를 이유로 미국 기술 산업 섹터 전반에 대해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인프라 업체인 시스코 시스템스(시스코) 실적은 이러한 주가 하락의 기폭제가 됐다. 시스코는 전날 실적 발표에서 매출과 주당순이익 모두 시장 기대를 넘겼다. 그러나 2026회계연도 2분기 제품 매출 총이익률이 66.4%로 전년보다 130bp 하락하고, 3분기 가이던스에서 제시한 총 마진도 65.5~66.5%로 예상을 밑돌았다.
마크 패터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제품 구성 변화와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네트워크 장비 매출은 늘었지만, 전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의 품귀 현상이 기업들의 이익을 제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스코는 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주문량이 직전 분기 대비 2배 가량 늘었고, 이를 바탕으로 연간 AI 주문 전망치는 5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척 로빈스 시스코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며 유통 파트너와 고객사에 대한 계약 조건을 변경해 수익을 방어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날 주가는 12% 이상의 낙폭을 보였다.
이 여파로 전날 회복세를 보이던 엔비디아가 1.64% 내렸고, AI 인프라 확장에 1850억 달러 지출을 예고했던 알파벳은 0.63%, 역시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메타 플랫폼은 2.82% 하락했다.
대형 기술주 가운데 애플은 하루 만에 5% 급락해 올해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블룸버그는 전날 아이폰의 AI 기반 음성인식 기술인 시리(Siri) 업데이트가 내부적으로 5월 이후로 밀렸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앤드루 퍼거슨 미 연방거래위원회 의장이 팀 쿡 최고경영자에게 애플 뉴스 서비스의 콘텐츠 편향성을 검토하라고 서한을 보낸 사실이 더해져 주가 하락을 키웠다.

AI 기술의 확산은 중소형주에도 타격을 입혔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광고 플랫폼 업체인 앱러빈은 4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66% 증가한 16억 6천만 달러, 조정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가 82% 뛴 14억 달러로 시장 기대를 모두 웃돌았다.
그러나 전날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앱러빈 경영진은 메타의 게임 광고 시장 진출로 인한 위협과 AI로 인한 점유율 약화 우려에 대해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앱러빈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아담 포루기는 "AI가 콘텐츠 제작 비용을 극적으로 낮추면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콘텐츠가 넘쳐나면 눈에 띄기 더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용자에게 최적의 콘텐츠를 연결해 주는 것이 바로 우리 사업 모델”이라고 밝혔지만, 주가는 하루 만에 20% 가까이 밀렸다.
시장 전반의 하락에도 메모리 가격 급등과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에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0.88% 올랐다. 전날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 공급 우려를 덜어내며 주가가 반등했고, 이날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급사인 일본 키옥시아의 호실적 영향이 더해져 상승세를 지켰다.
키옥시아는 지난 3분기 매출이 5,430억 엔, 4분기 가이던스 매출 8,900억 엔 등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또한 평균판매가격(ASP)이 전분기 대비 10% 초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메모리 업계 수익 개선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대형 기술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전통적인 경기 방어주인 월마트가 3.78% 급등한 133.64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썼다. 시가총액에서도 1조 650억 달러로 전 세계 기업 순위 12위에 올라 같은 날 2%대 하락을 기록한 테슬라의 시총 1조 5,650억 달러와 격차를 좁혔다.
◆ 트럼프, 배기가스 규제 뒤집었다…미중 회담 앞두곤 규제 봐주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환경보호청(EPA) 리 젤딘 청장과 함께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바마 행정부가 2009년 제정한 온실가스 위험도 판정을 공식 폐기한다고 선언했다. 이 판정은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6가지 온실가스를 공중보건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한 것으로, 자동차·발전소·석유가스 시설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법적 토대였다.
트럼프는 이번 조치로 "1조 3천억 달러 이상의 규제 비용을 없애고 신차 평균 가격을 3천 달러 가까이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자동차 공장과 AI 인프라 확장 등 건설 붐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공장들이 1년에서 1년 반 뒤 문을 열면 전례 없는 수준의 일자리를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첫해에 다우지수 5만, S&P500지수 7천을 해냈다”며 “임기 4년 차에나 가능하다던 걸 1년 만에 이뤘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 항모전단 추가 배치 등으로 긴장 수위가 높아진 이란과 관련해서는 “회담이 다음 달쯤 될 것 같다”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매우 가혹한 일을 치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오는 4월에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할 예정이라며 “현재 관계가 매우 좋다"고 밝혔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4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심 대중(對中) 기술 규제를 잇따라 보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차이나텔레콤의 미국 내 사업 금지, 미국 데이터센터에 대한 중국산 장비 판매 제한, TP링크 라우터 국내 판매 금지 등 민감한 규제 사항이 무더기 보류됐다. 이와 관련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웬디 커틀러 전 미 무역대표부 부대표 대행은 "중국에게 안정화란 수출 통제나 기술 규제를 더 이상 내놓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4월 방중을 앞둔 상황에서 추가 규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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