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증시가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주요 산업이 붕괴할 수 있다는 비관적 보고서와 AI 스타트업인 앤스로픽이 구형 프로그래밍 언어를 현대화하는 기술을 공개한 여파로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2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 500 지수는 지난 금요일 대비 71.76포인트, 1.04% 하락한 6,837.75로 연초 대비 마이너스로 밀려났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258포인트, 1.13% 내린 2만 2,627.27,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821.91포인트, 1.66% 급락한 4만 8,804.06에 마감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Cboe 변동성지수(VIX)가 장중 21선을 넘어섰고, 엔비디아와 애플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술주가 하락세를 보였다.
◆ "실업률 10.2%, S&P 38% 폭락"…조회수 450만 보고서
독립 투자기관인 시트리니 리서치가 전날(22일) 공개한 ‘2028 글로벌 인텔리전스 위기(The 2028 Global Intelligence Crisis)’ 보고서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450만 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이날 시장 하락의 배경이 됐다. 시트리니 리서치는 보고서에서 AI 에이전트 도입 3년 뒤인 2028년 6월을 가정해 미국의 실업률이 10.2%까지 뛰고, S&P500 지수가 2026년 10월 고점에서 38% 하락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시트리니 리서치 창립자인 제임스 반 겔렌과 로터스 테크놀로지 매니지먼트의 알랍 샤 분석가는 이번 보고서에서 AI가 화이트칼라 업무를 대체해 기업 마진이 커지고 주가를 끌어올리던 상황에 조만간 한계가 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AI 에이전트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소득과 소비가 줄어들면 기업 매출은 감소하고, 이는 추가 구조조정과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컴퓨터 알고리즘, AI가 만들어내는 산출물이 국민소득 통계에는 잡히지만 임금이나 소비로 순환하지 않게 되면서 ‘유령 GDP(Ghost GDP)’, 즉 생산성은 올라가지만 소비 주체가 사라지는 구조가 된다는 예측이다.
시트리니 리서치는 이러한 시나리오에 현재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들의 이름과 성장률 전망치를 넣어 시장 혼란을 키웠다. 가상 시나리오에서 서비스나우는 올해 3분기가 되면 순 신규 연간계약가치(ACV) 성장률이 23%에서 14%로 급감하고 인력 15% 감축에 직면할 것으로 봤다. 현재 알파벳과 오픈AI, 앤스로픽 등에서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AI 에이전트와 코딩 도구가 진입장벽을 무너뜨려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전반의 가격 결정력이 와해된다는 논리다.
보고서는 AI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신해 도어대시, 우버이츠 등 복수의 배달앱을 실시간 비교하거나 최적 결제 경로를 자동 탐색하면, 결제·배달 등 중개 플랫폼의 수수료 기반 비즈니스 모델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봤다.
또한 비자와 마스터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이 부과하던 카드 수수료 사업 역시 연 2~3% 비용을 덜어내기 위해 솔라나·이더리움 L2 기반 스테이블코인 결제로 이동하면 대체 가능성이 높은 영역으로 꼽혔고, 블랙스톤과 KKR 등 사모펀드는 AI 활황기에 사들인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결과적으로 수익을 내지 못해 부도를 일으키며 타격을 입을 곳으로 묘사됐다.
이번 보고서는 대규모로 복제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온 인간의 지능을 컴퓨팅 자원이 대체하면서 발생하는 경제 구조 붕괴라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대형 투자은행들의 발간하는 전문적 리서치 보고서에 비해 구체적인 수치들이 누락됐지만, 최근 소프트웨어 산업 붕괴를 우려해온 시장의 심리를 그대로 반영한 보고서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이번 보고서로 인해 시장이 동반 하락한 것과 관련해 투자자들의 반응이 과도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미 기관 투자자 대상 블록 트레이딩 전문사인 존스트레이딩의 마이클 오루크 수석 시장전략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은 부정적 뉴스에도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왔다"며 “지금은 말 그대로 허구가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 ‘코볼’ 현대화 나선 앤스로픽… IBM, 25년 만의 최대 낙폭
독립 리서치 기관인 시트리니 보고서와 함께 이날 앤스로픽의 새로운 기술 공개 소식이 더해지면서 AI 피해주에 대한 매도를 키웠다.
앤스로픽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자료에서 클로드 코드를 통해 구형 프로그래밍 언어인 코볼(COBOL)로 구축한 레거시 시스템을 현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볼은 1950년대 후반 개발된 프로그래밍 언어로, 전세계 금융 거래의 90% 이상을 맡은 핵심 인프라에 쓰인다.
앤스로픽은 홈페이지를 통해 레거시 코드를 이해하는 비용이 다시 작성하는 비용보다 컸기 때문에 현대화가 수년간 정체됐으나, AI가 그러한 비용과 개념을 뒤집을 수 있다고 밝혔다.
코볼은 IBM이 메인프레임에서 핵심적으로 쓰이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IBM은 이를 기반으로 한 유지·보수 사업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아왔다. IBM 주가는 앤스로픽의 발표 영향으로 이날 13% 넘게 내려 2000년 이후 25년 만의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블랙스완' 저자 나심 탈레브가 마이애미에서 열린 헤지펀드 주최 행사에서 "AI 랠리가 취약한 국면에 진입했다”서 소프트웨어 섹터에서 변동성 확대와 파산 가능성을 경고한 발언이 블룸버그를 통해 전해지면서 시장의 공포 심리가 극대화됐다.
이날 하루 뉴욕 증시에서 도어대시(-6.6%), 아메리칸 익스프레스(-7.2%), 블랙스톤(-6.2%), KKR(-8.9%), 마스터카드(-5.8%), 아폴로(-5%), 비자(-4.5%), 우버(-4.28%) 등 보고서에 언급된 종목이 4~10% 가까운 낙폭을 보였다. 또한 세일즈포스(-3.8%), 서비스나우(-3.3%), 크라우드스트라이크(-10%), 앱러빈(-9%), 몽고DB(-11.4%) 등 대형 소프트웨어주 역시 큰 폭으로 밀렸다. 이들 기업을 편입한 아이셰어즈(iShares) 소프트웨어 ETF는 약 5% 하락해 52주 최저치를 경신했고 연초 대비 낙폭은 30%에 달한다. 반면 시장의 불안심리로 인해 경기 방어주인 월마트와 P&G가 각각 2% 이상 올랐고, 국제 금가격은 이날 4월 인도분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3.38% 뛴 5,252.80달러로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 트럼프 "잔머리 굴리면 더 가혹한 조치"…페덱스, 첫 환급 소송
AI 공포와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도 이날 시장의 심리를 끌어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토요일(21일)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관세율을 15%로 인상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날에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각국이 기존 합의를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처구니없는 대법원 판결을 가지고 잔머리를 굴리려는 나라들, 수년, 심지어 수십 년간 미국을 등쳐먹은 나라들은 최근 합의한 것보다 더 높은 관세와 더 가혹한 조치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미 CBS 등과 인터뷰에서 “도구가 바뀔 뿐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며 “기존 합의는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국 최대 물류기업인 페덱스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관세로 인한 부담금을 전액 환급해 달라며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헌 판결 이후 대형 미국 기업이 제기한 첫 환급 소송이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 예산모델에 따르면 IEEPA 관세 환급 총액은 최대 1,750억 달러에 이를 수 있으며, 미 연방정부 관세 세수는 대체 수단을 마련하지 않으면 약 절반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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