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메이드 인 유럽' 전략을 담은 새 규정을 공개했습니다.
원산지 조건에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를 포함하기로 하면서 한국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는 평가입니다.
취재 기자와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산업부 이지효 기자 나왔습니다.
이 기자, 원래는 유럽산만 인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기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현지시간 4일 산업가속화법, IAA를 발표했습니다.
골자는 자동차, 철강, 시멘트 등 전략 산업과 친환경 산업에 '역내 제조' 요건을 적용하는 겁니다.

'메이드 인 유럽'의 범위가 어디까지냐, 하는 이견이 컸던 것으로 알려지는데요.
결국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는 유럽산과 동등하게 간주하기로 했습니다.
IAA 자체가 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인데요. 특히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이었죠.
따라서 이번 조치가 중국에게는 분명히 악재입니다.
특히 전기차에 있어서 배터리를 제외한 부품의 70%를 EU산으로 채우라는 규정 때문인데요.
실제로 유럽에서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2019년 0.5%에서 지난해 12.8%로 크게 뛰었습니다.
다만 우리에게는 마냥 호재라기 보다는 절반 정도만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는 EU와 FTA 체결국인데 왜 절반만 호재라는 겁니까?
<기자>
IAA에 따르면 EU산에 공공 조달과 보조금 혜택이 주어집니다.
유럽 정부나 지자체가 전기차를 구매·리스하거나,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의미죠.
그런데 별도로 IAA 부속서에 EU산으로 인정되는 전기차 기준을 명시했습니다. FTA 체결국 중에서도 세부화한 겁니다.

EU에서 조립된 차량이어야 하고요. 배터리를 제외한 부품의 70%가 EU산이어야 합니다.
현대차그룹의 발목을 잡는 대목입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유럽에서 18만3,912대의 전기차를 팔았습니다. 전년과 비교해 50% 이상 증가한 수치인데요.
현대차 체코 공장과 기아의 슬로바키아 공장이 있기는 합니다. 다만 82.8%를 한국에서 만들어 유럽에 수출합니다.

국가 별로 다르지만 유럽의 전기차 보조금은 보통 3,000~8,000유로 선인데요.
우리 돈으로는 많게는 1,000만원을 웃돌 수 있죠. 이걸 놓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위험이 있는 겁니다.
그렇다고 EU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공급망 투자가 필요한데요.
완성차뿐만 아니라 밑단의 부품사까지 유럽에 들어와야 하는 만큼 수조원 수준의 투자가 이뤄져야 하죠.
<앵커>
배터리를 제외한 부품의 70%라고 하면 배터리 업계는 괜찮은 겁니까?
<기자>
일단 유럽 브랜드 상당수가 중국산 배터리를 쓰고 있습니다.
배터리가 부품 70% 요건에서 빠진 것도 이 의존도를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다만 앞서 말씀 드린 EU산 기준에는 배터리도 들어가 있습니다.
배터리 핵심 구성 요소 중 최소 3개가 EU산이어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예컨대 배터리 셀이나 소재인 양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이 해당되겠죠.
CATL 같은 중국 배터리 셀 업체는 유럽 현지에 공격적으로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다만 배터리 소재 상당 부분은 여전히 중국에 집중돼 있습니다.
셀 생산은 유럽에서 하더라도 중국이 소재까지 EU산으로 맞추기는 쉽지 않죠.
최근 배터리 소재 업체인 엔켐이 CATL과 전해액 공급 계약을 맺지 않았습니까.
총 1조5,000억원 물량 대부분은 중국으로 가지만 유럽에 추가 공급도 가능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중국 소재 업체는 유럽 현지에 거의 없습니다. 앞으로도 국내 소재사로 우회할 수 있는 상황이죠.
엔켐은 폴란드, 헝가리에 공장을 구축했습니다. 또 다른 소재사 에코프로도 헝가리 공장이 있고요.

국내 배터리 3사 역시 유럽에 공장을 갖췄는데요. 소재 업체와 동반 진출해 관련 공급망을 구축한 상황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의존도가 상당한 만큼 아예 배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국내 배터리 업계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것은 분명하다"고 봤습니다.
IAA는 EU 회원국과 유럽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정식 발효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일부 수정 가능성도 있습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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