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에서 총리 후보로…총선 뒤흔든 36세 정치인

입력 2026-03-08 14:09  



지난해 'Z세대 반정부 시위'로 정치적 격변을 겪은 네팔의 총선에서 중도 성향 국민독립당(RSP)이 압승을 거두며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 함께 차기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발렌드라 샤(36·일명 발렌) 전 카트만두 시장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현지 매체 카트만두포스트 등에 따르면 발렌 전 시장은 동부 자파-5 지역구에서 약 6만8천 표를 얻어 K.P. 샤르마 올리 전 총리(1만8천700여표)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개표 결과가 확정된 뒤 그는 검은 선글라스를 쓴 채 차량을 타고 지역구를 돌며 환호하는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승리를 자축했다.

그가 총리 후보로 나선 RSP 역시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다. 현재까지 106개 지역구에서 승리했으며 개표가 진행 중인 곳에서도 선두를 유지해 전체 165개 지역구 가운데 약 125곳(75.8%)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발렌 전 시장의 정치 경력은 비교적 짧다. 그는 2022년 카트만두 시장에 당선되며 정치권에 처음 발을 들였지만, 젊은 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빠르게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1990년 카트만두에서 태어난 그는 전통의학 치료사인 아버지 밑에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부터 시에 재능을 보였고, 성장하면서 미국 래퍼 투팍과 50센트 등의 음악에 영향을 받아 랩 음악에 빠져들었다.

토목공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했지만, 동시에 네팔 언더그라운드 힙합씬에서 활동하며 사회 불평등과 정치 부패를 비판하는 음악으로 이름을 알렸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랩을 하는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발리단'(희생)은 유튜브에서 네팔 아티스트로는 최고 수준인 1천280여만 회의 조회수를 나타내고 있다.

발렌은 이런 활동을 통해 페이스북·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확보, 네팔 청년층과 직접 소통하면서 정치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정치에 뛰어든 이후 그는 카트만두 시장으로서 쓰레기 처리 문제 개선, 교통 관리 강화, 의료 서비스 확충 등 도시 인프라와 민생 현안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며 지지를 확대했다.

지난해 9월에는 올리 전 총리가 이끄는 좌파 연립정부 등의 부패에 항의하는 'Z세대' 젊은이들의 대대적인 시위 와중에 활발한 소셜미디어 활동을 통해 시위 지도자로 떠올랐다. 이후 작년 12월 TV 프로그램 진행자 출신으로 반부패 운동을 벌여 인기를 얻은 라비 라미차네(49)가 2022년 발족한 신생 정당 RSP에 합류했다.

발렌은 자신과 RSP가 공유하는 이념은 빈곤층을 위한 무상교육·의료 등 "사회적 정의를 갖춘 자유주의적 경제체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Z세대의 최우선 요구는 좋은 통치다. 이 나라는 부패 수준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음악은 자신을 표현하는 매체"라면서 "내가 총리로 당선되더라도 음악 활동은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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