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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인하는 남의 일"…뒤에서 홀로 웃는 불닭

박승원 기자

입력 2026-03-09 16:11  



정부가 치솟는 먹거리 물가를 잡기 위해 전방위 압박에 가하면서 라면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밀가루가격 담합 적발 이후 밀가루를 원재료로 하는 식품가격이 줄줄이 내리면서 라면가격 하락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눈초리가 라면업계를 향하고 있는 가운데 '불닭볶음면 신화'를 쓴 삼양식품이 남몰래 웃고 있다. 경쟁사와 달리 삼양식품은 지난해 라면가격 인상에 나서지 않은 만큼, 가격인하 압박에서 다소 자유롭다는 설명이다.

▲정부, 라면업계 소집…가격인하 동참 압박↑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일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주요 라면 업체 4개사 임원진이 참석한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했다.

당초 이번 간담회는 이란 공습으로 인한 대외 악재는 물론 현재 상황 점검 및 원가 동향 파악 차원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가 민생 물가 안정에 고삐를 죄고 있는 만큼 가격 인하에 동참해달라는 취지의 협조 요청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실제 해당 간담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장바구니 물가가 민생 안정의 시작"이라며 물가 안정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밀가루, 설탕값 인하에 이어 제빵 프랜차이즈들이 일부 빵값을 내리면서 라면 등 다른 가공 식품군으로 가격 인하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라면은 대표 서민 음식이자 경기 체감의 바로미터로 여겨져 왔다. 정부가 라면을 소비자물가 품목으로 지정돼 관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앞서 지난 2023년 전 정부의 압박에 라면가격이 한 차례 인하한 전례가 있다. 당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제 밀가격 하락을 언급하며 라면업계를 압박했고, 이후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은 제품 가격을 낮췄다.

▲"가격 인하 여력 없는데"…속앓이 하는 라면업계

라면업계의 속앓이는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하라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중동 사태 여파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격을 올려야 할 판인데 내리라는 압박에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무엇보다 라면의 제조 원가에서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바로 가격 인하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게 라면업계의 항변이다.

빵의 경우 밀가루와 설탕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인데 반해 라면은 그 절반인 10~20% 수준이다. 반대로 라면을 튀기는 팜유나 포장재의 원료가 되는 원유 등 다른 부자재는 가격이 인상되는 추세다. 특히나 고환율에 수입에 의존하는 해당 원재료 등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거래소에 따르면 팜유 선물은 지난 2025년 톤(t)당 900달러 대에서 거래되다 올해 들어 1,074달러까지 치솟은 이후 1,000달러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국제유가와 달러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이날 한국시간 오전 7시30분 기준 107달러대를 기록하며, 지난 2022년 7월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를 넘어섰다. 서울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원달러 환율 역시 1,490원대 거래되며, 지난 2009년 3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 라면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기조가 민생안정, 물가 안정에 맞춰져 있어 발은 맞춰야 하지만 가격 인하에 나서기엔 고민이 많다"며 "현재 확정은 아니고 여러 가지 다양한 사안들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뒤에서 홀로 여유 있는 '삼양식품'

대다수 라면 업체가 가격 인하 압박에 속앓이를 하는 가운데도 남몰래 뒤에서 웃는 업체가 있다. 바로 '불닭볶음면 신화'를 쓴 삼양식품이 그 주인공이다.

경쟁사와 달리 삼양식품은 지난해 라면가격 인상에 나서지 않은 만큼, 가격인하 압박에서 다소 자유로운 상황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지난해 타사들이 라면 가격을 인상할 당시 우리는 인상하지 않았다"며 "현재 라면 가격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앞서 라면업계는 지난해 농심을 필두로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든 바 있다. 지난해 3월 농심은 신라면 가격을 950원에서 1,000원으로 올리는 등 라면과 스낵 17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2% 올렸다.

그 뒤를 오뚜기와 팔도가 이었다. 지난해 4월 오뚜기는 27개 라면 중 16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5% 올렸고, 팔도도 팔도비빔면, 왕뚜껑 등을 4~7% 가량 올렸다.

반명 삼양식품은 당시 예외적으로 가격 인하를 단행하지 않았다. '불닦볶음면'으로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삼양식품은 '가격 동결'을 결정한 것이다.

삼양식품의 전체 매출의 80% 가량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점이 '가격 동결'의 배경이 됐다. 다른 기업과 달리 환율 상승에 따라 커지는 해외 수익으로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비용을 상쇄한다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당시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이사는 "당분간 인상 계획은 없을 것"이라며 "제조비, 원재료 등의 압박을 받지만, 자체적인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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