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상속공제 제도는 1997년 농어민과 중소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이래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공제 한도는 1억 원에서 출발해 세법 개정을 거쳐 2012년 100억~300억 원, 2013년 200억~500억 원, 2023년 최대 600억 원으로 증가했으며, 공제 대상 기업도 당초 중소기업에서 2009년 연간 매출 1천억 원 미만 중견기업, 2013년 직전 사업연도 매출 3천억 원 미만, 2023년 매출 5천억 원 미만으로 확대됐다.
공제 후 업종과 자산, 고용 등을 유지해야 하는 사후관리기간도 기존 10년에서 2020년 7년, 2023년 5년으로 단축되면서 기업의 부담이 경감됐다.
현재 부모가 30년 이상 경영한 가업상속 재산이 700억 원인 기업을 외동자식에게 물려줄 때,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인 경우 납부 세액은 41억 6천만 원으로 적용 대상이 아닌 경우인 332억 6천만 원과 비교해 상속세를 291억 원 절감할 수 있다.
산업연구원 임종근 연구위원은 지난해 재정학 연구 8월호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현행 가업상속공제제도 아래에서 평균 가업상속 공제율이 80% 이상으로 나타나 현재의 공제 한도는 낮은 수준이 아니며, 고령 경영자 60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보면 공제 요건 충족 비율이 72.2%로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현재 가업상속공제가 고령 대표자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 목표에 이미 부합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제도의 실효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업력 10년 이상 중소기업 대표 및 가업승계 후계자 600명을 설문해 지난해 5월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잘 알고 있다는 응답자 가운데 57.1%가 제도 이용 의향이 없거나 고민되는 이유로 사후관리 요건 이행이 까다로워 기업 유지와 성장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답했다. 제도는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효용성은 낮다는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향후 10년 내 약 30만 개 기업이 경영 승계 문제를 겪을 것으로 전망되는데도 우리 사회가 여전히 승계를 부의 대물림이라는 낡은 프레임에 가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사이 후계자를 찾지 못한 지방의 알짜 제조기업들은 문을 닫고 그 여파는 고용 감소와 지역 공급망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대한민국 제조 현장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수십 년간 쌓아온 산업 노하우가 전수되지 못한 채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경영자가 60세 이상인 중소기업의 후계자 부재율은 28.6%에 이르며, 자녀가 가업 승계를 기피하거나 아예 승계할 자녀가 없는 상황 속에서 지속적 경영이 불투명한 제조 중소기업은 전국적으로 5만 6천 개사를 넘어섰다. 특히 이들 기업의 83%인 4만 6천여 개사가 서울 외 지역에 분포하고 있어, 지방 경제의 뿌리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이 후계자를 찾지 못해 폐업할 경우 지역 경제 기반의 위축과 고용 대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많은 중소기업 대표는 여전히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길 원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자녀 승계를 고려하지 않는 중소기업의 40% 이상은 승계할 자녀가 없거나 자녀의 승계 거부, 경영 역량 부족 등을 이유로 가업 승계를 포기하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60% 이상은 전문경영인 영입이나 기업 매각 등 제삼자 승계를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승계 방식이 혈연 중심에서 경영 연속성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정부도 지난해 12월 24일 'M&A를 통한 중소기업 승계 활성화 기반 조성 방안'을 발표하며 '인수합병 등을 통한 중소기업 승계 촉진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기술보증기금을 통해 기업 승계 M&A 플랫폼을 시범 구축해 진성 매수와 매도 수요를 매칭하고, 민간 중개 기관 등록제를 도입해 거래의 신뢰도를 높이며, 주주총회 소집 통지 시점을 2주 전에서 7일 전으로 앞당기는 등 상법상 절차 요건을 완화하는 특례를 도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제도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을 판다는 인식에 대한 심리적 저항, 기술 유출과 고용 불안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현장에 남아 있으며, 승계 이후에도 기업이 정상 궤도에 안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인수 후 통합과 설비 개선까지 아우르는 사후 지원체계를 촘촘히 짜야 한다.
가업승계의 성패는 얼마나 일찍, 얼마나 체계적으로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금속부품 제조업체인 H사의 장 대표가 대표적이다. 20년간 개인사업으로 운영하던 회사를 8년 전 법인으로 전환한 배경에는 단순한 사업 확대를 넘어 가업승계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있었다. 장 대표는 법인 전환과 동시에 후계자 교육을 시작했고, 경영권 확보를 위한 주식 이전 일정을 수립했으며, 절세 방안과 상속세 재원 마련까지 단계적으로 준비했다. 그 결과 은퇴자금을 확보하면서도 후계자에게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넘길 수 있었다. 반면 화학약품 제조업체 J사의 김 대표는 승계 준비 없이 사업 축소와 매각으로 방향을 잡았다가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했다. 3년에 걸쳐 개인 재산을 늘리고 사업 규모를 줄였지만, 막상 매각 협상에 들어가니 기업가치는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더욱이 김 대표 사후 상속인들이 부담해야 할 세금은 여전히 큰 부담으로 남았다.
두 사례는 가업승계가 단편적 판단이나 즉흥적 대응으로는 성공할 수 없으며,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세금이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으며, 최대 주주 지분을 상속할 때 60%까지 올라간다.
세금 부담은 가업승계 포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제도와 더불어 주가 관리, 상속 재원 마련, 제도 정비까지 병행되어야 한다. 주가가 가장 낮게 평가되는 시점에 사전증여로 지분을 이동하고, 예상 세액을 분석해 필요 자금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가업승계는 절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면밀히 파악하고, 사후관리와 세금, 법적 절차까지 고려한 종합적 승계 전략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바람직하다.

스타리치 어드바이져는 기업의 다양한 상황과 특성에 맞춰 법인이 가지고 있는 위험을 분석한 사례를 통해 최적화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그 내용으로는 가업승계, 사내근로복지기금, 가지급금 정리, 임원퇴직금, 제도 정비, 명의신탁 주식, 기업부설연구소, 직무발명보상제도, 기업 인증, 개인사업자 법인전환, 신규 법인 설립, 상속, 증여, 기업가정신 플랜 등이 있다.
관련 사항에 대한 문의는 ‘스타리치 어드바이져’로 가능하다.
[글 작성] 이선희, 권영준/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기업 컨설팅 전문가
*위 칼럼은 작성자의 전문가적인 의견임을 알려드립니다*
한국경제TV 사업2부 정성식 PD
ssjeong@wowtv.co.kr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