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盧 자이툰 결단처럼"vs"본인들 먼저 자녀와 함께 자원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구하며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 절반 이상이 파병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우리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규탄 공동성명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성 의원은 20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번 파병은 국익이라고 하는 측면에서 접근을 해야 한다"면서 "어떤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의 결정은 정부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 의원은 과거 '이라크 파병' 사례를 언급하며 "노무현 정부에서는 2002년도에 이라크에 자이툰부대가 파견 됐다"며 "국익적 판단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언급했다.
같은 당 조정훈 의원도 '파병이 곧 국익'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조 의원은 "지금은 파병이 곧 국익"이라며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가 비겁한 기회주의 외교가 아니라면 즉시 파병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병 이유로는 경제 문제를 꼽았다. 조 의원은 "미일관계가 가까워질수록 한국 기업이 설 곳이 사라진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여야가 힘겹게 통과시킨 대미투자특별법의 의미도 빛을 잃을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박수영 의원 역시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대미 협상의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파병 찬성론을 펼쳤다.
안철수 의원도 국익을 고려할 때 파병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파병을 안보 전략자산 확보의 기회로 삼는 대미 협상 필요성을 제시한 것이다. 안 의원은 "파병 참여를 조건으로 신속한 핵 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 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한 명시적 확답을 받아내야 한다"면서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은 한미동맹이 '의존'을 넘어 '상호 기여'로 진화하는 변곡점"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 같은 의견에 비판과 우려의 시각을 보였다. 파병이 우리 국익에 실질적으로 부합하는지, 외교적 파장은 무엇인지, 파병 장병의 안전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검토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파병을 주장한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을 겨냥한 듯 "본인들의 자녀와 함께 선발대로 자원하는 것이 어떻느냐"며 "파병은 국익 전반을 냉정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어에 치킨호크(chicken-hawk)라는 단어가 있다. 제대로 된 군 복무나 전쟁 경험도 없이 무력 충돌과 전쟁을 주장하는 자들을 일컫는 표현"이라며 "파병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하고 외교 안보 국익 전반을 냉정하게 검토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국방위 간사인 부승찬 의원도 "결국은 국회와 국민이 결정해 줘야 되는 것"이라면서 "이번은 헌법, 국제법, 동맹 상호방위조약상의 명분이 없다. (민주당 의원은) 다 반대"라고 밝혔다.
부 의원은 정부의 대응 기조에 대해선 "국민적 반발이 있겠지만 정부는 이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협의·신중 검토에서 한 단계 더 나가도 된다"며 "정부에서는 적극 검토 정도의 메시지가 나가고 정부가 반대명분에 있어서, 미국에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드는 것이 국회와 국민"이라고 전했다.
이기헌 의원은 최근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파병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의원은 "경제와 국익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냉혹한 국제정세를 읽지 못한 무책임하고 철없는 주장"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파병 절대 불가'가 다수이지만 당장 파병 여부를 결정하기보다는 끝까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파병한다, 안 한다, 이분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외국처럼 우리가 미국과 관세 협상 할 때처럼 버티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 절반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우리 군함의 호르무즈 해협 파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은 결과, "파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55%로 나타났다. '파견해야 한다'는 30%로 집계됐다.
보수 성향의 응답자 중 호르무즈 해협 파견 찬성은 45%, 반대는 42%로 비슷하게 엇갈렸다. 진보 성향의 응답자 중 파견 찬성은 21%에 불과했으며, 반대하는 의견은 70%로 압도적이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중동 상황은 국제정세 상 중대 사안으로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은 우리 에너지 수급과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미국을 포함한 주요 우방국과 다각적인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자유로운 통항을 보장하기 위해 여러 국가가 자국의 기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기여 방식에 대해서는 "우리 국내법 및 절차와 한반도 대비 태세 등을 고려해 대처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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